이라크 카웨르고스크(Kawergosk) 난민촌에 찾아 온 추위

올리비아 진잔
세이브더칠드런 이라크 사무소

10월 중순 이라크에 처음 도착했을 때, 40도 가까이 오르내리던 여름의 끓을 것 같던 열기는 대부분 식은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낮에는 덥고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었으며 건조하고 먼지도 가득했습니다. 당시만해도 비가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곳에는 비가 내리고 있고 그 모든 생각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만 3,000여 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살고 있는 이곳 카웨르고스크 난민촌에 이틀째 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식수와 구호품을 옮기는 차량들이 풀풀 먼지를 날리며 오가던 길은 순식간에 진흙탕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사진/ 약 2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머물고 있는 이라크 북부 지역 카웨르고스크 난민캠프의 모습.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시리아 난민들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언덕들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 난민촌은 언제 홍수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일부 가족의 천막에는 이미 진흙 물이 들이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이곳에서 생활한 지난 3개월 동안 근근이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 얼마 되지 않는 물품들도 물에 젖어 망가져 버렸습니다.

이곳의 난민 대부분은 올여름 시리아를 떠나왔습니다. 저축해놓은 돈이나 모아둔 물품들은 시리아 내에서 이미 다 써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돈이나 식량을 챙길 시간적 여유도 없이 입고 있던 여름 옷을 입은 채로 피난을 온 경우도 있습니다. 운이 없게도 난민촌 안에 천막을 치지 못한 가족들은 진흙으로 뒤덮인 난민촌을 정처 없이 걸어 다니거나 높은 지대로 옮겨 머물 곳을 찾고 있습니다.   

        사진/ 2013년 2월.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던 니시린(4)의 모습. 시리아             
               내전이 3년을 향해 가는 가운데 또 다시 다가온 겨울 혹한으로 난민들의 삶이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한 구호 단체들은 이라크 내 20만 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촌각을 다투는 경주와 비슷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더 혹독한 추위가 닥치기 전에 시리아 난민 아이들에게 방한복과 방수 장화, 담요를 신속하게 배분하고 있습니다. 또 다가오는 추위와 많은 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매트리스와 밧줄, 두꺼운 카펫을 난민 가정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진/ 추운 날씨에도 슬리퍼를 신고 있는 니시린(4)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금은 이들 모두를 지원할 만큼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혹독한 추위 속에 아이들이 질병에 걸리지나 않을까 가장 염려됩니다. 아이들은 얇은 여름옷과 샌들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미 저녁이 되면 기온이 크게 내려가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난민촌 안으로 넘쳐 들어와 고여 있는 물도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이브더칠드런은 천막에서 운영하던 아동 및 청소년 친화공간(Child and Youth Friendly Space)을 더 따뜻하고 튼튼한 컨테이너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500명 이상의 아동과 청소년이 방문하는 친화 공간에 더 많은 아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신규 센터도 짓고 있습니다.  

          사진/ 2013년 2월.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레바논의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시리아 아동들이 추위를 피해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 앉아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친화공간을 통해 난민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고 배우며 서로의 경험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추운 겨울 동안에도 아이들이 친화공간에 계속 참여하고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글: 김지연(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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