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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베 캠프에 아동친화공간(CFS)을 열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1-08-12 조회수 9381

코베(Kobe) 캠프에 아동친화공간(CFS)을 열다


가브리엘 네르바스(Gabriel Nehrbass) | 긴급식량배급 담당
2011년 8월 11일

지난 주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저는 먼지 폭풍이 시야를 가리고, 숨쉴 때마다 그 먼지가 코와 입으로 들이닥치는 곳에 있었습니다. 그곳은 벽돌같이 붉거나 옅은 황토빛 사막이었습니다. 사막 위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하얀 텐트가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지나다니면 슬픈 눈을 한 부모와 미소조차 짓고 있지 않은 어린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은 에티오피아(Ethiopia)의 코베(Kobe) 난민캠프였습니다. 이곳은 최근 도착한 난민 2만 4,000명이 사는 곳입니다. 다른 난민캠프 두 곳도 각각 4만 명이 넘게 살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이면 늘어나는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난민캠프 한 곳이 새로 열릴 예정입니다. 소말리아 각지에서 이곳으로 오는 난민들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갖고 있습니다.

아픈 아동과 성인이 수두룩합니다. 대부분은 영양실조로 무척이나 말라 있습니다. 동아프리카를 고통으로 몰고 있는 가뭄 때문입니다. 그들은 말할 힘도, 어떤 희망을 붙잡을 힘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른이고 아동이고 할 것 없이 제가 미소로 악수를 청하며 서툰 소말리아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그들의 표정은 되살아났습니다. 눈에서는 희망이 반짝였고 몸에서는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곳에 오기 위해 무엇을 버리고 와야 했는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교사였고, 농부였고, 가게 주인이었고, 목축민이었고 상인이었습니다. 어떤 아동은 학교에 다녔고, 어떤 아동은 학교에 다니지 않았으며, 어떤 아동은 염소와 양을 쳤습니다. 그들에겐 따뜻한 가정과 꿈, 희망과 소망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나 당신과 같이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모든 게 망연하기만 합니다.

난민캠프에는 아동이 뛰어놀거나 안전하게 머물 곳이 없습니다. 사방 온통 천지에 낯선 이뿐입니다. 낮에는 많은 아동이 텐트 안에 숨어있습니다. 어떤 아동은 난민캠프 주변의 덤불을 헤치고 다닙니다. 이 아동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임시센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아동들이 쓰레기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닙니다. 어떤 아동은 아무나 볼 수 있는 쓰레기 더미 위를 화장실로 삼습니다. 아동들은 너무나도 여위었습니다. 이제 막 도착한 난민에게 나뭇가지와 천으로 얼기설기 지은 임시 거처는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임시센터에 온 가족들은 공식적인 난민지위를 획득할 때까지 그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며칠이 걸릴지 몇 주가 걸릴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피난 때문에 충격을 심하게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지난 몇 주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그들이 겪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난민캠프까지 오는 데 참은 고통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앞으로 남은 나날을 어떤 고난 속에 보내게 될지, 얼마나 오래 캠프에서 살아야 할지, 동아프리카의 가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영양보충센터에 들어서자 심장이 더욱 조여만 왔습니다. 아동들이 너무나 말라 옷 밖에 드러난 살이 뼈를 앙상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아동은 담요 한 장밖에 없었습니다. 얼굴을 쳐다보아도 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알아보는 아동도 고개를 살짝 들어 저를 바라보는 정도였습니다. 미소조차 없었습니다. 저는 영양보충센터조차 오지 못한 아동이 대체 얼마나 많을 지 걱정되었습니다. 저는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아동들이 다시 건강해져서 다시 이곳에 올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했습니다.


사진/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아동들이 진료받고 있는 지역 보건소                                                   

저는 코베 난민캠프와 임시센터에서 아동친화공간(CFS: Child Friendly Spaces)을 중심으로 아동보호활동을 개시하는 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가뭄피해 지역인 에티오피아 남부 지역에서 긴급식량배급 사업을 확대하는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저는 식량배급 계획을 우리 팀 최고자문에게 맡기고 3일간 아동보호 프로그램을 세우는 일에 참여했습니다.

아동친화공간(CFS)을 세우기 앞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저를 비롯한 긴급구호 팀은 각 단위의 정부 공무원과 난민위원회를 만나 협상을 이끌어 내고, 유엔난민기구(UNHCR)와 일정을 논의한 뒤 직원을 선발하고 파견했습니다. 난민 중에서 일해줄 사람도 선별하고 필요한 자재도 구입하고 아동친화공간(CFS)을 어느 곳에 지을지, 화장실과 울타리는 어디에 설치할지 등도 설계도면에 넣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토요일이 지났습니다. 토요일 밤부터 시작한 아동친화공간(CFS) 두 곳의 공사가 일요일 아침에 끝났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아동친화공간(CFS)을 열고 싶어 밤새워 일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는 감독교사가 아동친화공간(CFS)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난민캠프 직원 모두가 참가했습니다. 직원들은 참 뛰어난 사람들이었습니다. 명석할 뿐 아니라 하는 일에 대한 열정도 뛰어났습니다. 난민들과도 마치 형제자매처럼 마음을 열고 대화했습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넘어 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날 훈련은 그 다음날 각 아동친화공간(CFS)의 난민 직원에게도 전해질 것입니다.

이제 아동친화공간(CFS)은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연령대의 난민 아동들이 아동친화공간(CFS)에 옵니다. 곳은 아동학대로부터 안전한 곳이며 아동들이 놀고, 자신을 표현하고, 배우고, 쉬며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적절한 훈련을 거친 성인이 운영하며 감독하는 이곳에서 아동들은 진정 아동다울 수 있습니다. 유니세프(UNICEF)는 미술재료와 장난감을 제공해주었으며 이번 주 내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수천 세트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사진/ 하니(Hani)와 압디(Abdi)가 아동친화공간(CFS)에서 마음껏 놀고 있다                                   

아동친화공간(CFS)은 아동학대나 성폭력 및 성추행을 겪고 있는 아동이나 보호자가 없는 아동,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아동 등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를 발견하면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은 아동친화공간(CFS)에서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난민캠프 관리자와 부모, 아동, 난민위원회 및 타 NGO와 함께 해결책과 향후 예방책을 찾습니다. 이번 한 주에만도 아동 수천 명이 아동친화공간(CFS)을 찾았습니다. 난민캠프에 있는 아동이 1만 7,000명에 달하기 때문에 앞으로 아동친화공간(CFS)은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부족하겠지만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고향을 떠나와야만 했던 아동들이 다시 진정한 아동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 새벽 5시에 차 한 대가 왔습니다. 제가 다시 식량배급 사업으로 돌아가야 하는 때였습니다. 난민캠프 현장에서 아동보호 프로그램을 시작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지난 주말을 도저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되돌이킬 때마다 코베 난민캠프의 흙먼지 맛도 느껴질 것 같습니다. 고통스러워했던 아동의 가느다란 팔도, 말도 안 되는 소말리아 어로 제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을 때 사람들이 보여준 귀한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사진/ 아들 굴레드(Guled, 8개월)가 입원해 있는 보건소에 며칠 더 머무르기 위해                             
옷가지를 챙기러 가는 세아다(Seaada, 34세)와 자녀들이 웃음을 보이고 있다                  

*****
동아프리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동들을 위한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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