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은 마을에도 찾아왔습니다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
작성일 2011-09-07 조회수 8871 |
식량과 식수, 학교, 병원도 없는 곳에 다녀왔다고 말해보세요. 세상에 그런 곳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제가 이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소말리아(Somalia) 국경 인근 마을의 어른들이 한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동아프리카에는 이런 곳이 많습니다. 주민 수백만 명이 끊임없이 굶주림에 위협받고 있으며 앞으로 몇 달간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듯합니다. 난민캠프 방문 전, 저는 소말리아 근처의 에티오피아 마을을 찾아가 가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바르달레(Bardale) 마을로 가서 주민회를 맡고 있는 마을 어른들을 찾아갔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곧 가뭄으로 좁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놀라운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척박하고 먼지투성이인 이곳이 한때는 살아있는 푸르른 땅이었어요. 지난 4년간 우리는 이곳이 사막화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죠.
지금 이곳에는 죽은 소가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습니다. 가문 날씨 때문에 죽은 소도 있지만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비닐봉지를 삼켜서 죽은 소도 있습니다. 배고픈 소에게 비닐봉지는 마치 푸른 나뭇잎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가축은 마을 주민의 생계를 잇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한때 풀을 뜯던 소가 죽었고 이어 염소와 양이 죽어 나가면서 가축이 순식간에 줄었다고 마을 남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가축을 내다 팔 수조차 없어요. 가축 가격이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데다 건강하지 않은 소를 누가 사려고 하겠어요? 가축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바르달레 마을 사람들은 끼니를 굶고 있습니다. 이곳 부모들은 자녀의 몸이 상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먹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데 아이들이 저녁을 달라고 하면 뭐라 말해야 할까요? 마을 주민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방법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라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이곳 주민의 의지는 감동스러울 정도로 굳셌습니다. 이들은 글도 모르고 특별한 기술도 없기 때문에 직업을 찾아 다른 지역에 자리 잡기도 힘듭니다. 지하수면은 깊고 물에 소금기도 있어 우물을 파는 것도 큰 돈이 드는 어려운 일입니다. 주민들은 구호단체가 식량과 물탱크로 식수를 공급하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기상예보에 따르면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아 보입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내년까지 수확을 포기했습니다. 작황이 좋더라도 여전히 충분한 양은 아닐 겁니다. 언론은 난민캠프에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난민캠프 밖 마을 역시 고스란히 가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러한 곳 중 하나인 바르달레 마을을 방문하고 난 이후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더 큰 재앙을 막으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 긴급구호 현장에서 아동은 가장 취약한 존재입니다. 식량이 부족하고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면 영양실조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영양실조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동의 육체적 · 정신적 지체를 불러오며 심할 경우 아동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영양실조는 전 세계 5세 미만 아동의 가장 큰 사망 원인 중 하나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90년 동안 전 세계에 걸쳐 소말리아와 같은 인도주의적 긴급구호 상황에 대응해 왔습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동아프리카 아동 20만 명 이상에게 영양보충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동아프리카에 구호활동 거점을 10곳 추가하고 직원도 1,000명 이상 더 고용할 예정입니다. ***** |
윗글 | 만삭의 몸으로 난민캠프를 찾아나선 여성 |
---|---|
아랫글 | 소말리아 난민 어머니 마갈라가 전하는 임시난민센터의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