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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희망TV 니제르 촬영 후기 - 내게 기대도 돼!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1-11-10 조회수 8135


글: 미디어이벤트팀 최정윤

2011년 9월 24일부터 10월 3일까지 저는 거리의 어린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니제르(Niger)에 다녀왔습니다. 2010년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에서 니제르는 169개 조사국 중 167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인구의 70%가 최저 빈곤선 아래(하루 1.25달러(USD))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도 니아메(Niamey)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곳곳에 있는 쓰레기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속에서 몇 명씩 무리 지어 있는 아동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 니아메 시내 곳곳에 위치한 쓰레기장                                                                                

하루에도 몇 번씩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오고 가며 내는 소음, 그보다 더 참기 힘든 건 먼지와 악취였습니다. 위험하고 더러운 이곳에서 어린이들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2006년 니제르 정부의 아동 보호/여성 지위향상부(Ministère de la Promotion de la Femme et de la Protection de l'Enfant)는 아동 1만 1,042명이 니아메, 진더(Zinder), 타우와(Tahoua), 마라디(Maradi) 같은 도시의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부모가 없거나 간혹 부모가 있더라도 질병에 걸렸거나 다른 가정 형편 때문에 보살핌은커녕 어린 나이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이런 아동들은 학교에 다니지 못해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고 기초적인 셈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마하마드에게 악수를 건네자 손 대신 손목을 내밀었습니다. 더러운 손을 만지게 하지 않으려는 마하마드의 배려가 놀라웠습니다. 마하마드는 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새아버지와 살다가 새아버지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동생과 집을 나와 니아메에 있는 이모 집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모 집에서 지내기에 다른 거리 아동처럼 길거리나 움막에서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비와 동생 학비는 마하마드의 몫입니다. 때문에 마하마드는 쓰레기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마하마드는 아침 일찍부터 늦은 저녁까지 쓰레기장을 뒤져 고철과 신발 등과 같이 돈이 될 만한 물건을 모읍니다.


사진/ 쓰레기장에서 일하는 마하마드                                                                                        


사진/ 땀과 먼지로 얼룩진 마하마드의 얼굴                                                              

묵묵히 일하던 마하마드가 모든 일을 끝내고 쓰레기장 한 켠에 있는 주전자의 물로 손발과 얼굴을 깨끗이 닦았습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문뜩 깨달았습니다. '얼굴이 까맣고 입고 있는 옷이 조금 너덜너덜해도 마하마드 역시 나처럼 이 쓰레기장이 더럽다고 느끼고 있구나.' 마하마드는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이 참 미안했습니다. 모은 고철은 고물상에 파는데 1kg을 모으면 우리 돈 250원에 해당하는 100세파프랑(CFA)을 받습니다.


사진/ 쓰레기장에서 모은 고철을 팔러 가는 아이들                                                                      

가끔은 고물상 주인이 돈을 나중에 주겠다고 말하고 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고물상 주인은 아동에게 도둑질을 시키기도 합니다. 고물상 주인이 허락해야만 쓰레기장에서 일하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아동들은 고물상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합니다. 고물상 주인은 아동들로부터 헐값으로 고물을 사서 나이지리아에서 온 중간 상인에게 고물을 팔고 그 이득을 취합니다. 결국 쓰레기를 줍는 아동들은 다른 아동노동 현장과 마찬가지로 감당하기에 어려운 노동을 하면서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값싼 노동력으로만 취급받고 있었습니다.

돈이 생기자 마하마드는 시장에서 빵을 사먹으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시장에서 무거운 빵을 들고 다니며 파는 사람 역시 아동이었습니다. 공부하며 마음껏 뛰어놀 나이에 돈을 벌어야만 하는 아동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당장은 마하마드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하마드는 문구점을 들러 동생에게 줄 노트와 볼펜을 샀습니다. 함께 있으면서 본 모습 중에 마하마드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마하마드는 쓰레기를 줍다가 펜이 나오면 깨끗하게 닦아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동생에게 갖다 준다고 합니다. 마하마드는 글을 읽을 줄 아는 동생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마음 한 켠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동생 나디아는 자신을 학교에 보내주는 오빠가 정말 고맙지만 오빠도 일하지 않고 함께 학교에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두 남매의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사진/ 마하마드와 나디아                                                                                                        

쓰레기장에서 마하마드와 같은 아동을 여러 명 만났습니다. 이제 8살인 압두(Abdou)는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도 집을 나가시고 할머니 손에 맡겨졌습니다. 압두는 돈이 생기면 무조건 할머니께 갖다 드립니다. 영문도 모른 채 쓰레기장에 내몰린 아동의 모습이 불안하고 슬퍼 보였습니다. 아동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모은 고철을 무거운 쇠망치로 납작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쳐도 약을 바르거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합니다. 8살 압두에게 쇠망치는 너무 무거워 보였습니다. 연필을 쥐어야 할 고사리 같은 손이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사진/ 쓰레기장에서 일하는 압두                                                                                              


사진/ 쓰레기장 한 켠에서 쉬는 압두                                                                                         

다비드(David) 역시 어린 나이에 가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다비드는 쓰레기장에서 번 돈을 쓰지 않고 어머니께 드리기 위해 따로 모읍니다. 금요일마다 전화방에 가서 어머니한테 전화해 안부를 묻습니다.


사진/ 종이에 적어 놓은 전화번호                                                                                             


사진/ 엄마에게 전화하는 다비드                                                                                              

다비드는 엄마가 알면 속상해하실 거라며 자신이 쓰레기장에서 일하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동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다비드는 자동차 정비공이 되는 것이 꿈이지만, 다비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 종일 쓰레기장을 뒤지는 것뿐입니다.

10년 이상 거리의 아동을 만나 상담을 하는 파트너 NGO 직원 바쉬르 데디(Bashir Daddy)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동들이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하고 이대로 자란다면 범죄자나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아동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쉼터가 있으면 아동은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고 영양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상담을 받아 정서를 안정시키고 교육을 통해 글이나 셈 같은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리의 아동을 대상으로 기술학교를 설립하여, 아동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10년 동안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해준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했지만, 아동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있어준 것만으로도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거리의 아동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지 알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의 첫걸음은 그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부터 이들의 친구가 되기로, 또 어려움에 처한 세계 곳곳의 아동에게 더 많은 친구가 생기도록 도와야겠다고 다짐하며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하였습니다.


해외아동교육지원

니제르 아동들에게
사랑을 전해주세요!


* 2011 가을 희망TV SBS에서 니제르 아동의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방송 안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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