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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텔레비전보다 동화책이 더 좋아요!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2-09-07 조회수 5701

말 없이 미소짓던 아이
경환(조경환, 5세)이는 유치원을 다녀오면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을 떠날 줄 몰랐습니다. 왜 엄마 아빠와 놀지 않았냐고요? 엄마 여수연(한국명) 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지 만 5년이 되었지만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 아직 한국어에 자신이 없는데다 이제 생후 6개월 된 동생을 돌보느라 바쁩니다. 경환이 아버지 역시 이른 새벽부터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기 때문에 경환이와 놀아줄 가족이 없습니다.

제가 처음 경환이를 만났을 때도 아이는 텔레비전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경환이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경환이의 수줍은 미소뿐이었습니다.
경환이 어머니께 ‘아이가 원래 말이 잘 없냐’고 묻자 ‘집에서 텔레비전 보는 것만 좋아한다’고 답했습니다. 경환이는 집에서 가족과 대화하는 일이 많지 않아 말이 늘기도 힘들고 부모와의 소통도 부족해 보였습니다. 말이 서툴다 보니 경환이가 말을 꺼내더라도 말하려는 바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예로 “밥 먹었어요”라는 말은 할 줄 알았지만 밥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밥뿐 아니라 가위나 책상, 그릇과 같은 사물의 이름 역시 잘 대지 못했습니다.

저는 경환이에게 적절한 언어 자극과 부모와의 소통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며 세이브더칠드런의 이중언어사업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를 소개했습니다. 이중언어프로그램을 통해 경환이가 한국어뿐 아니라 엄마나라 말(베트남어)을 함께 배움으로써 양국의 문화 배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아이의 강점으로 키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설명을 들은 경환이 아버지는 흔쾌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경환이 어머니 역시 경환이가 엄마 나라 말을 배우는 것에 큰 기쁨을 보였습니다.

골목대장으로 변신한 경환이
경환이가 이중언어 수업에 참여한지 3개월째 접어들던 때, 저는 경환이네 집을 다시 찾았습니다. 개구쟁이 골목대장처럼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있던 경환이는 저를 발견하자 배꼽에 손을 올리며 “안녕하세요, 선생님!”하고 밝게 인사했습니다. 텔레비전만 우두커니 바라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3개월 동안 경환이의 한국어도 많이 늘었습니다.

마침 한국어 공부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신체 부위를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선생님이 배를 가리키며 ‘이곳의 이름이 뭐예요?’하고 묻자 경환이는 자신있게 “배!”라고 소리쳤습니다. 지난 시간 선생님과 함께 배웠던 단어들과 동화 내용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의 이중언어사업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조경환.   
      경환이는 지난 3월부터 전래동화 교재를 가지고 한국어와 엄마나라 말인 베트남어를 배웁니다.

아직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배운지 3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경환이는 말도 쑥쑥 늘고 표정도 예전보다 밝아졌습니다. 요즘에는 엄마와 베트남어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오늘은 엄마와 함께 베트남어로 숫자를 세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제는 귀여운 수다쟁이랍니다!
수업이 끝난 후 저는 경환이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보았습니다. 경환이는 이전과 달리 연신 조잘조잘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요즘도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지 묻자 경환이는 “이제 텔레비전보다 동화책이 더 좋아요”라며 동화책을 들고 와 자랑스레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경환이에게 한국어와 베트남어 동화책은 단순한 교재가 아닙니다. 두 나라의 전래동화를 읽는 동안 경환이는 엄마와, 또는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일하는 이곳 신목종합사회복지관 양천 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는 경환이와 같은 다문화가정 아동 50명이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이중언어교육은 단순히 두 나라 언어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엄마 나라를 가깝게 받아들이고 엄마와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경환이가, 그리고 경환이와 같은 아이들 모두가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자랄 수 있게 함께 응원해주세요!


       사진/ 세이브더칠드런의 이중언어사업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에 참여하고 있는 경환이(가운데 아래) 가족과
   한국어 교사 김희정 씨(왼쪽). 오른쪽부터 할머니 김은숙 씨와 어머니 여수연 씨(가운데 위). 
                  경환이는 3개월 동안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에 참여하면서 텔레비전보다 동화책 읽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경환이의 한국어 선생님, 김희정 씨의 이야기>

처음 경환이를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30분 동안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말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말을 잘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또한 경환이는 제 질문이 자신에게 묻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답 대신 제가 한 말을 작은 목소리로 따라했습니다.

“이것은 게예요. 이게 뭐라고요?”
“…… 이게 뭐라고요.”
“게. 이것의 이름은 게예요. 이것의 이름이 뭐예요?”
“이름이 뭐예요.”

하지만 수업을 계속 하다 보니 경환이가 어휘력은 떨어져도 말하는 데 서툴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경환이는 숫자나 색깔, 도형, 계절 등을 나타내는 단어를 잘 몰랐지만 제가 말하려는 바를 곧잘 이해했습니다. 때문에 경환이에게 그 동안 언어 자극이 부족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환이에게 언어와 감각 자극을 많이 주려고 노력했고, 낯을 가리는 경환이와 가까워지기 위해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려고 신경을 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환이는 점점 한국어 수업에 익숙해졌고 처음 듣는 동화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경환이는 묻지 않아도 먼저 재잘거리며 말을 걸어오곤 합니다. 며칠 전에는 수업이 끝날 때 경환이 어머니께서 수박을 내오셨습니다. 함께 수박을 나눠먹으며 경환이에게 수박이 무슨 색이냐고 묻자, 경환이는 아주 큰 소리로 자신있게 ‘빨간색!’이라고 외쳤습니다.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표정이 가득 차올랐습니다. 우리 둘은 마주보며 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_작성자: 이선환(신목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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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의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는
다문화가정의 아동에게 엄마나라와 아빠나라의 전래동화를 읽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국의 언어 및 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자녀간 상호작용 증진과 아동의 건강한 정체감 형성을 돕습니다.

다문화가정아동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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