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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시리아 난민 가정 방문기 “추워서 견디기 힘들어요”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3-01-10 조회수 16002

레바논 시리아 난민 가정 방문기
“너무 추워서 견디기 힘들어요”


글, 사진: 김지연(홍보팀)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2월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레바논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시리아 난민 아동과 가족을 직접 만나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겨울, 한국은 전국이 꽁꽁 얼어붙어 버릴 것만 같은 혹독한 한파가 몰아닥쳤는데요. 두툼한 겨울 외투와 따뜻한 털모자, 귀마개, 그리고 털장갑 등으로 아무리 몸을 감싸도 추위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추운 겨울은 중동의 레바논, 특히 전쟁을 피해 이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지중해를 끼고 있어 연중 온화한 날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레바논이지만 지역마다 편차가 심해 대부분의 난민이 살고 있는 내륙지방은 겨울이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비도 자주 내립니다. 두 해 가까이 계속되는 내전을 피해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고국을 떠난 터라 낯선 곳에서 난민들이 맞는 겨울은 더욱 서럽고 춥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도/ 레바논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 현황                                                                                

난민이 사는 곳이라고 하면 흔히 유엔난민기구(UNHCR)의 하늘색 로고가 새겨진 하얀 천막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가 찾은 레바논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레바논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시리아 난민을 위한 난민촌 건설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이곳의 시리아 난민들은 레바논 북부 지역과 동부의 베카 계곡(Bekka Valley)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폐허가 된 학교나 차고, 마감 공사가 덜 돼 외벽이 뚫린 건물, 임시 판잣집, 심지어 가축우리를 활용한 움막 등입니다. 이마저도 집세를 못 내면 거리로 쫓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폐교의 교실에 사는 난민들
이번 방문길에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레바논 북부의 마샤(Mashaa) 지역으로, 그곳에서는 허름한 폐교 안에 살고 있는 난민 아동과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양옆으로 교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학교 2층의 긴 복도에 들어서자 온몸에 냉기가 감돌았습니다. 아흐마드 씨의 여덟 식구가 사는 곳은 이 교실들 중 하나. 제대로 난방도 되지 않는 이곳에서 방 구석에 놓인 작은 난로와 바닥의 얇은 카페트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었습니다.

아흐마드 씨가 시리아를 떠난 건 지난 여름입니다. 집 주위에서 폭격이 발생해 목숨만이라도 건지기 위해 옷 몇 가지와 신분증만 챙겨 황급히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이 피난길도 수월하지 않아, 아흐마드 씨는 이웃으로부터 200달러를 빌려 국경 부근의 초소들을 거치면서 통행세 명목으로 웃돈을 주고서야 가까스로 레바논으로 올 수 있습니다. 남편은 시리아에서 건축 공사장 인부로 일했지만, 이 곳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진/ (좌) 아흐마드 씨 가족이 살고 있는 교실.  담요 한 장 없이 방 구석에 놓인 작은 난로 하나와 
       바닥의 카페트를 덮고 겨울을 나고 있다.(우) 간단한 취사도구와 식기들이 마련된 주방

아흐마드 씨 가족처럼 난민들이 처음 레바논에 도착하게 되면 난로와 연료, 식기 등 유엔을 비롯한 국제 구호 단체들의 도움의 손길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내전이 길어지고 난민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 지원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방세는 난민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터라 일정한 수입이 없는 아흐마드 씨 가족에게 한 달 20만 레바논 파운드(한국 돈으로 약13만원)의 집세는 버겁기만 합니다.

이처럼 먹고 살기에도 힘들고 서러운 난민 생활이지만, 아이들의 교육문제도 등한시할 수 없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큰딸 로야(14세, 가명)는 요즘 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레바논에서는 학제와 가르치는 과목들이 시리아와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난민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레바논 학교에서는 수학과 과학 수업이 영어로 진행돼 영어에 서툰 로야는 수업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사진/ 낯선 레바논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로카야                                                              

하지만 언니와는 달리 둘째 딸 로카야(10세, 가명)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학교 다니는 것이 즐거워요. 라고 말하며 연신 밝은 표정을 짓습니다.


사진/ 학교 건물 옥상 위에서 보이는 레바논과 시리아의 국경지대                                                  

가족과 함께 몸은 이곳에 있지만 아흐마드 씨의 머리 속은 늘 고향 생각뿐입니다. 교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리아와의 국경을 가리키며, 여기에 있으면 시리아에서 나는 폭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요. 그럴 때마다 시리아에 남아 있는 여동생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걱정이 돼요.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추위와 실직, 빚으로 고통받는 난민 가정
공식적인 난민촌이 없는 레바논에서 시리아 난민은 호스트 커뮤니티(Host Communities)를 통해 집을 구하게 됩니다. 이는 한 동네에 사는 레바논 주인들로부터 보통 한 달에 20~30만 레바논 파운드(약 13~20만원)의 월세를 내고 집을 빌리는 것을 말합니다. 차마 ‘집’이라고 부를 수 없는 단순한 빈 공간이 대부분이지만 난민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집세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들이 대부분 실직 상태이다 보니 난민들은 레바논에 살고 있는 친척이나 주인에게 돈을 빌려 간신히 월세를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진/ (좌) 창문, 문도 없는 벽도 채 바르지 않은 가건물, 콘크리트 바닥에 얇은 카페트를 깔고 잔다.
(우) 화장실로 사용하는 공간                                                                      


사진/ 추운 겨울이지만 아이들의 신발과 옷차림은 피난 올 때 입고 온 그대로이다.                            

이러한 가족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레바논 동부의 베카 계곡 일대에서 취약한 난민 가정을 대상으로 주거지를 지원하는 구호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취약 가정’이란 문과 창문이 없는 집에 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지붕, 위생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난민, 20㎡ 미만의 좁은 공간에 아동을 포함해 5명 이상의 대가족이 함께 사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진/ 전기도 안 들어오는 비좁은 반 지하방 두 칸에서 23명의 대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베카 계곡의 '바 엘리아스(Bar Elias)' 마을에서 만난 나디아(35세, 가명) 씨 가족도 이러한 취약 가정으로 분류되는 난민이었습니다. 이들은 3층짜리 건물의 주차장에서 16살 딸과 9살, 6살 아들을 포함해 모두 다섯 명의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차고 안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알아볼 수가 없을 만큼 어둡습니다. 그래도 바깥의 찬 공기를 막으려면 칠흑 같은 어둠을 감수하고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 건물 주차장을 개조해 살고 있는 난민 가족                                                                        

2개월 전 이곳으로 피난 온 나디아 씨는 이곳에 비하면 예전 시리아에서의 생활은 천국이었어요. 저희는 정치와는 아무 상관 없이 평화롭게 살았는데 왜 우리 가족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할 남편이 집을 수리하다 다리를 다쳐 일을 하기도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운 겨울에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은 치료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 식량을 살 돈이 없어 주인으로부터 받은 감자                               

아이들은 하루 종일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려요. 남편이 감기에 걸린 아들을 의사에게 데리고 갔지만, 치료비가 비싸서 결국 치료도 못 받고 그냥 돌아왔어요.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쟁 중에 수없이 폭탄과 총격 소리를 들었던 아이들은 며칠 전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자 소스라치게 떨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곳에서 주거지 지원 이외에도 전쟁의 잔인함을 경험한 아이들을 위한 심리, 정서 치료 교실 운영, 학교 등록 시기를 놓친 난민 아동을 위한 여름 속성교육, 정서적 안정을 위한 놀이 공간,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다방면의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진/ 세이브더칠드런이 난민들의 주거지 개선을 위해 제공하는 퀵픽스키트(Quick Fix Kit)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입되는 모든 난민들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레바논 사업장의 북부 현장 매니저로 활동하는 람지 살리바는 난민들의 열악한 주거 상황이 점점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앞으로 난민이 늘어나면 집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입니다. 대개 수입이 없는 난민들이 3~4개월 동안 집세를 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친절한 주인이라도 더 이상 사정을 봐줄 수 없게 됩니다. 돈을 낼 수 없는 난민들은 더 열악한 공간으로 옮겨야 하고 최악의 경우엔 거리로 내몰릴 수 밖에 없지요. 가족이 집세를 못 내는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학교에 보내는 것은 더욱 힘듭니다.


사진/ (좌) 상자나 나무판으로 이어 붙인 임시 움막에서 사는 시리아 난민                           
(우) 며칠 전 비가 와서 흥건히 젖은 매트리스를 말리고 있다                            

“따뜻하게 지내고 싶어요”


사진/ 친구들과 재미있게 노는 것이 소원이라는 아이들                                                                

사람들이 많이 죽고 건물도 모두 무너져서 시리아가 텅텅 비어 버릴까 봐 두려워요. 하루 종일 너무 추운데 여기서는 매일매일이 똑같고 시간이 더디게 흘러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쳐다보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끔찍해요.

레바논에서 만난 시리아 난민 아이들과 부모들은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고 싶은 아이들, 이런 아이들에게 추운 겨울 두툼한 외투 한 벌이라도 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도 이곳에 사는 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당연한 사실을 직접 눈앞에서 확인하고 나니 일정 내내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일 것입니다. 어쩌면 시리아 난민들이 꿈꾸는 평화‚ '살람(Salaam)'의 의미도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어쩌면 멀고 먼 중동의 전쟁 이야기에만 관심이 쏠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무관심하지 않았을까요?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담요 한 장이 절실한 시리아 난민 아이들과 가족들. 이들이 힘든 겨울을 따뜻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여러분의 정성과 관심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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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와 같은 긴급구호 상황에서 아동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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