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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시리아 내전 3년,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를 가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3-10-25 조회수 10224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차로 1시간 30분여. 잘 닦인 도로와 번듯하게 지어진 집들이 시야에서 멀어질 때쯤 순식간에 끝이 보이지 않는 철조망과 그 안을 가득 채운 수만 동의 텐트, 그리고 컨테이너 박스가 사막 한가운데에 펼쳐집니다.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 행렬과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모래바람이 쉴새 없이 몰아치는 이곳은 요르단의 자타리 난민캠프. 3년째 접어든 시리아 내전으로 국경을 넘은 난민 15만 명의 임시 주거지이자 매일 200~300여 명의 난민이 새로 유입되는 세계 두 번째 규모의 거대 난민촌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각 회원국과 요르단 사업장에서 파견된 활동가들이 캠프가 들어선 직후부터 지난 1년여간 교육과 아동보호, 식량 배급 등 인도적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곳을 이달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직접 찾았습니다. 난민촌 방문기를 두 번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사진 /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의 전경. 15만 명의 난민이 살고 있는 이 곳은 케냐의 다답 난민캠프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의 대규모 난민촌이다.                                                                   

“화학무기 공격으로 거리에 시체 나뒹굴어”.. 공격 이후 폭격도 더 잦아져
이른 아침 찾은 곳은 전체 면적 9㎢에 이르는 난민촌의 제일 끄트머리에 위치한 11구역입니다. 밀물처럼 밀려는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곳 난민촌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곳이자 지난 8월 있었던 화학무기 공격 이후 탈출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탱크나 화장실과 같은 시설이 아직 채 들어서지 않은 듯 모래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텐트 몇 개가 고작인 황량한 이곳에서 막 국경을 넘은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도 다마스쿠스 동부 구타 지역에서 살던 라에드(가명) 씨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눈앞에서 아내를 잃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내 끔찍한 광경이 떠오른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일주일 전 탈출한 두 아이의 엄마 사파(가명)가 들려주는 당시의 상황은 참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집 근처에 큰 병원이 있어서 화학무기 공격이 있던 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직접 봤어요. 구급차가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했고 길거리에 시체가 나뒹구는 건 예사였지요. 죽은 사람이 족히 천 명은 될 거예요.”

무차별적인 폭격 속에서 2년 6개월여를 견뎠지만 사파도 더 이상은 그곳에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화학무기 공격 이후 폭격이 더 잦아졌어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은 시리아 땅에서 살 수 없다고 결심했지요.”


사진 / 일주일 전 국경을 탈출한 사파의 자녀와 조카들                                                                 

시리아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참혹한 땅이 된 건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사파 보다 한 달 먼저 시리아를 등진 사촌 칼리드 씨는 2개월 전 폭격으로 친척 40여 명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무차별적인 감금과 고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칼리드 씨는 “학교, 심지어는 체육관까지 감옥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아이들을 포함해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이들에게도 고문이 자행돼 전기 고문을 당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상황을 전합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식량난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시리아 내에서는 얼마 안 남은 곡물이나 열매로 겨우 끼니를 잇고 있다는 게 최근 국경을 넘은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보다 못해 음식을 구하러 길을 나선 여성들은 검문소마다 지키고 있는 무장세력들이 가슴을 드러내게 하는 등 가혹한 몸수색을 겪습니다. 그래도 남자들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사파는 “남자들은 아무리 어려도 군대에 끌고 가기 때문에 수치심을 무릅쓰고서라도 여자들이 음식을 구하러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참혹한 전쟁의 기억’ 아이들의 심적 고통 가장 심각
이처럼 참혹한 전쟁을 피해 요르단의 자타리 캠프를 비롯해 레바논과 이라크, 이집트, 터키 등 이웃 국가로 뿔뿔이 흩어진 난민은 공식 집계된 수만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18세 미만의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전쟁은 아이들을 가장 먼저, 가장 가혹하게 병들게 합니다.

사파의 세 살배기 딸 아마니(가명)는 시리아에서 무장괴한들이 어떻게 했냐는 엄마의 질문에 발로 문을 뻥 차는 시늉을 했습니다. “밤마다 무장괴한들이 집을 수색하러 왔어요.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아이가 달려가서 문을 잠그곤 했지요. 이렇게 작은 아이들도 그때의 상황을 다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사진 / 사파는 “아이들도 시리아에서의 끔찍한 기억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난민촌  
텐트에서 만난 사파와 그녀의 가족, 친인척들                                                        

이날 난민들의 심리 상태 조사를 위해 난민촌을 찾은 한 민간 단체의 직원은 “멀쩡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예요. 대부분 정신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어요.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죠”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6개월 전 난민촌에 정착한 중학생 하산(가명)도 또래 친구들에게 가해진 고문과 폭력을 직접 목격하였습니다. “아이들을 십자가 모양으로 묶거나 손을 뒤로 묶어서 이틀 동안 천장에 매달아두었어요. 전기고문도 하고요. 탱크가 마을에 쳐들어왔는데 아이들을 앞에 묶어 인간방패로 사용했어요.” 하산은 끔찍한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침울한 표정으로 당시의 상황을 들려주었습니다.

친구, 놀이, 배움으로 다시 세우는 미래
그나마 하산이 끔찍했던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곳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아동친화공간에 나갈 때입니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참혹한 기억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그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를 묻는 질문에 “메시”라고 자랑스럽게 외치는 하산은 비록 난민촌 생활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사진 /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아동친화공간에서 만난 아이들. 아이들은 이 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면서 전쟁의 기억을 잊는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3곳의 학교를 포함해 모두 6곳에 이르는 난민촌 내 학교와 곳곳에 들어서 있는 유치원, 학습센터 등도 아이들이 내전이 일어나기 전 고향에서처럼 생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입니다. 

19살의 라잔은 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에는 아랍어, 영어 수업과 사진 강습 등이 진행되는 학습센터를 빠짐없이 찾습니다. 난민촌 내 만연한 성폭행의 위협 등 불안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이곳에 나오면서 다시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수업이 한창이던 이날, 질문마다 손을 번쩍 들며 대답하던 라잔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만해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는데 학습센터에 다니고 친구도 사귀고 점차 적응하고 있다”며 “이곳에 다니면서 사진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꿀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에게 학교와 학습센터가 있다면 어른들에게는 이곳 난민캠프의 최고 명물 ‘샹젤리제 거리’를 찾는 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약 300m 거리에 식량이나 옷, 기저귀와 같은 필수품부터 이발소, 전자제품 수리점까지 들어서 있는 이 곳은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칩니다.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아 대부분은 눈 구경에 만족하지만 샹젤리제 거리는 시리아에 있을 때와 같은 일상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글: 박영의(미디어팀)/사진: 김지연(미디어팀)/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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