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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시리아 난민 소녀, 왈라가 쓴 에세이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3-12-11 조회수 7037

제목: 슬프고 어두웠던 어느 날 밤


왈라(17, 시리아 난민 소녀)

이 글은 요르단 암만 동부에 사는 17살의 시리아 난민 소녀 왈라가 쓴 에세이입니다. 요르단에서 학교를 다니며 영어를 배우고 있는 왈라는 시리아 내전 1,000일을 맞아 영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사진/ 요르단 암만 동부에 사는 시리아 난민 소녀, 왈라(17)                                                                 


슬프고 어두웠던 어느 날 밤, 달빛조차 비추지 않던 그 밤에 저는 시리아의 집에 가족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전기가 꺼지고 순식간에 어둠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하늘이 다시 밝아졌는데, 달빛이 비췄기 때문이 아니라 폭발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모든 불빛이 사라졌습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비명소리 뿐 이었습니다. 또 다시 폭발이 일어났고 비명소리도 더욱 커져갔습니다. 주위에는 온통 죽음 뿐 이었습니다. 우리 차례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남동생들은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정말 무서웠지만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강한 모습을 보여야만 했습니다.  

2011년 4월 24일 밤, 우리 가족은 집을 떠나 좀 더 안전한 조부모님 댁으로 옮겼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도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죽음 뿐 이었습니다. 비명소리만이 들렸고 피비린내 만이 가득했습니다. 살던 집은 이미 무너져 버렸고 우리 가족은 집이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이후, 1년 반 동안 우리 9명의 가족은 한 방에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방마저도 예전 그 날 밤처럼 큰 폭발이 일어나 사라져 버렸습니다. 안전한 곳을 찾아 우리 가족은 다시 조부모님 댁을 떠났고 이곳 요르단에 오게 되었습니다.

요르단에서도 비싼 집세를 감당하기 힘들어 3개월 동안 두 번이나 집을 옮겨야 했습니다. 대다수 시리아 사람들은 취업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다닐 학교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 아이의 모습을 한 어른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시리아 아이들은 너무나 큰 걱정거리 때문에 더 이상 재미있게 논다거나 친구들을 사귈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굶주리지 않을지, 목 마르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고 잠이 들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내일 당장 잘 곳이 있을지 부모님이 더 이상 집세를 감당 못해 거리에 나앉지나 않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난민등록을 하러 갔을 때,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도 저는 그 사람들의 잘못을 탓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 모두 자녀들을 염려하고 있었으니까요. 그곳에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친구, 그리고 가족을 잃어버린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조혼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고 여자 아이들은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이곳에서는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시리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굶주린데다 혹독한 추위에 아이들은 계속 울음을 터트립니다. 생필품도 구하기 힘이 듭니다. 시리아 내 사람들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 살 집, 음식, 의료 서비스, 약, 옷, 책, 학교, 몸을 보다 따뜻하게 해줄 난로 등 모든 것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아이들은 놀 수 있게 해달라고, 혹은 재미있게 해달라거나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살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전 아직도 그날 밤 일어난 일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도저히 깰 수 없는 악몽 같습니다. 누군가 그 악몽에서 깰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집, 학교, 가족, 친구, 그리고 살던 나라를 떠났다는 사실이 정말 현실일까요?

저는 제 조국 시리아 없이 산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리아 사람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도 없습니다. 그 동안 1,000일이 지났습니다.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고통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시리아 안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이 그토록 위험하게 지내고 있는데, 저만 이렇게 안전한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용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제발 시리아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삶을 살고 미래를 꿈꿀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번역: 김지연(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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