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하단바로가기
열기
HOME > 기관안내 > 세이브더칠드런이야기 > 나눔이야기

기관안내

후원하기

나눔이야기

글조회
위탁 엄마? 그냥 '엄마'!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7-07 조회수 8054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는 늦둥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진 엄마 네 명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의 학대나 방임, 빈곤 등의 이유로 친가정에서 양육할 수 없는 아이들을 일정 기간 동안 맡아서 키워주는 위탁가정 엄마들입니다. 


사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위탁가정 엄마 최현숙 씨, 신숙희 씨, 김진숙 씨, 최갑숙 씨(좌로부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정위탁보호를 받는 아이들의 수는 14,584명(2013년 기준). 이 아이들의 대부분이 조부모나 친인척 가정에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호해 줄 친인척도 없는 아이들은 혈연관계가 없는 '일반 위탁가정'을 찾아나서야 하는데요, 현재 일반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은 952명. 전체의 6.5%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귀한 일반 위탁가정이 읍단위 지역에 4가구나 있다는 것은 정말 드문 경우라고 하는데요,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이 귀한 늦둥이 엄마들을 만나봤습니다. 

상처투성이 아이, 내 품으로 뛰어들다
몇 달 만에 한 자리에 모인 위탁 엄마들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아이들의 근황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질문을 할 틈도 없었습니다. 육상대회에서 상을 받아왔다는 자랑부터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다는 이야기 등등. 여느 엄마들의 수다와 다르지 않았지만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나누기엔 엄마들의 나이가 조금 지긋해보였습니다.

흥해읍 위탁 엄마 4명의 나이는 모두 50대 이상으로 각자 장성한 친자녀들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제 느긋하게 각자의 여유를 즐기며 자식들에게 대접받아도 좋을 나이. 하지만 이 엄마들은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6학년 재욱(가명)이 엄마이자 2003년부터 위탁을 시작한 흥해읍 최고의 위탁 선배 김진숙 씨는 TV를 보다가 위탁가정을 알게 됐고 그날로 바로 위탁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중1 유미(가명), 4학년 유진(가명)이 남매의 엄마 최현숙 씨는 2010년, 목사였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남매를 위탁하자고 집으로 데려왔다며 4년 전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중1 준호(가명) 엄마는 이미 수십년 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키운 경험이 있기에 흔쾌히 재윤이를 식구로 맞았고, 2학년 상윤(가명)이 엄마 신숙희 씨도 새터민 아이들을 잠시 맡았던 기억을 살려 좋은 일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위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임재욱(가명, 사진 가운데)군의 위탁부모 김진숙 씨와 박성관 씨. 재욱이는 부모님이 마늘을        
캐는 등 집안일을 할 때면 늘 묵묵히 일을 돕는 의젓하고 착한 아들입니다.                       


엄마들이 맡게 된 아이들은 모두 친부모로부터 학대나 방임을 당했거나 직접 기를 형편이 되지 않는 등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엄마들은 입을 모아 처음엔 아이들의 가슴 속 상처가 이렇게 크고 깊은지 몰랐다고 말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와락 품에 뛰어든 아이들과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일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었습니다. 

엄마들, 시간의 태엽을 거꾸로 감다.
육아의 초고수임을 자부했던 베테랑 엄마들은 아이들을 맡으며 매일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오랜기간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은 각자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상처를 드러냈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내기 위해서 엄마들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특히 상윤이 엄마 신숙희 씨는 처음에 하루하루가 충격의 연속이었다고 말합니다. 생후 39개월에 데려온 상윤이는 그때까지 대소변을 가리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어디든지 뛰어다니고 뭐든 집어 던지고 갑자기 제 머리를 확 잡아당기고 했어요. 온갖 전자제품을 깨뜨리는가하면 물컵이나 밥그릇을 수도 없이 깼죠."

 


사진/ 정상윤(가명)군의 위탁 엄마 신숙희 씨가 상윤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꾸준히 쓴 육아 일기.    
아이의 조그마한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는 정성과 육아에 대한 고민이 가득합니다.            


재욱이가 세 번째 위탁 자녀인 김진숙 씨는 이미 앞선 두 아이의 격렬한 사춘기로 마음 고생을 겪었습니다.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초등학교 6학년인 재욱이에게 막상 사춘기가 찾아오니 이 과정을 잘 넘길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유달리 의젓하고 엄마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 다른 위탁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유미 유진이 남매의 엄마 최현숙 씨 역시 처음 아이를 데려왔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유진이는 처음에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했어요. 유미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했고요. 처음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때는 책을 보기도 전에 감당을 못해서 울고 그랬죠. 아이들도 힘들었겠지만 저도 힘들어서 진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엄마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초보 엄마의 마음으로 돌아가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쏟았고, 아이들은 엄마들의 마음에 서서히 응답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적 같은 아이들의 변화
위탁 엄마들이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며 놀라워하는 아이는 바로 상윤이입니다. 대소변을 가리기는 커녕 말을 하지도 못했던 상윤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신숙희 씨는 아이를 야단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끊임없이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자 답이 보였습니다.

"가만 보니 물이 마시고 싶은데 컵에 물이 없으면 그러지 않나 싶어서 정수기에 빈 컵을 가져가서 물 마시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밥통에 밥을 넣어놓고 '배고프면 퍼서 먹으면 돼' 하고 가르쳐줬더니 밥을 먹기 시작했고요. 그러고 나니 컵이나 밥그릇을 깨는 행동이 없어졌어요. 아이를 야단칠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주면 되는 거였어요. 말은 집에서 끊임없이 훈련을 시켰고요. 다행히 애가 모방을 잘 해서 우리집에서 와서 6개월 만에 기저귀도 뗐어요." 

또래에 비해 너무 늦게 말을 배운 상윤이는 아직 말이 조금 어눌합니다. 하지만 암기력이 정말 탁월해서 몇 번 들은 이야기를 금세 똑같이 따라 할 정도입니다. 지금 상윤이는 예전 분노를 참지 못하던 모습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밝고 귀여운 소년입니다. 



 사진/ 상윤이와 위탁모 신숙희 씨. 신숙희 씨의 사랑과 정성으로 상윤이는   
 이제 여느 또래와 다름없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유미 유진이 남매도 엄마 최현숙 씨의 한결같은 사랑과 훈육으로 학교에서 인기만점, 밝은 아이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미술, 음악, 글짓기 등 재주도 많은 남매는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네, 행복해요!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사진/ 김유미(가명), 김유진(가명) 남매와 위탁 엄마 최현숙 씨. 아이들은 최현숙 씨와 함께 살고 있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준호 엄마 최갑숙 씨도 준호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되고 무엇보다 준호가 육상에 소질을 보이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 기특하다고 합니다. 지난해 발목 부상을 당했는데도 얼마 전 포항시 육상대회에 나가 1등을 했다며 자랑이 대단했습니다. 



사진/ 김준호(가명) 군의 위탁 엄마 최갑숙 씨와 아빠 공대구 씨. 육상에 소질을 보이고 있는 준호는     
 위탁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으로 각종 육상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가장 먼저 위탁 가정을 꾸린 재욱이 엄마 김진숙 씨는 담담히 말했습니다.

"계속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들을 내려 놓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아요." 

내 생각대로 아이들이 커주었으면 하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것. 이것이 바로 기적이 만들어진 비결이었습니다. 

'위탁 가정', 어느 평범한 가정의 또 다른 이름
엄마들에게 각자 위탁 자녀들에 대한 자랑을 한가지씩 말씀해달라 부탁했습니다. 살짝 쑥스러워하시는 것도 잠시. 서로 우리 아이가 최고라며 자랑을 쏟아내시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받고 있는 사랑과 관심의 크기가 느껴졌습니다. 



사진/ 어떨 때는 배 아파 낳은 친자녀보다 위탁 자녀들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는 위탁 엄마들.               
        위탁 자녀들을 내 자식처럼 품에 안을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보다 상처 입은 아이들을 향한 관심과 
애정, 자신의 역할에 대한 사명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엄마들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서로 얼굴 붉히며 투닥투닥 하는 날도 있고, 속상한 날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위탁 가정을 진짜 '가정'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위탁 보호를 받는 아이들도 엄마들을 '진짜 엄마'로 마음 편히 받아들이고 있기에 자신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낳아준 친부모를 만나는 기회도 열려 있습니다. 아이가 위탁 가정에 있는 동안 친부모는 원가정 회복을 위한 교육을 받고, 아이와 정기적인 만남도 갖습니다. 원가정의 기능이 회복되고, 친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준비가 갖춰지면 아이는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갑니다.

언제든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이들이지만 엄마들에게 위탁 자녀들은 친자녀 그 이상입니다. 상윤이 엄마 신숙희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위탁을 해서 키우다보면 이 아이가 정말 내 아이가 되는 거예요. 내가 아파서 낳은 아이와 똑같아요. 내가 힘써서 키우기 때문이에요. 아이의 변화를 보면 이 아이가 잘못 키워졌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정말 보람이 있고 더 많은 엄마들이 위탁에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재욱이 엄마 김진숙 씨의 첫 위탁 자녀들은 김진숙 씨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아빠 같은 남편을 만나서 엄마 같은 아내가 되어 오빠 같은 아들을 낳고 싶다' 고요.                   

가정을 통해 평범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자신만의 행복을 건강하게 찾아가고 있는 위탁 가정 아이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바로 '가정' 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글: 신은정(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김지연(커뮤니케이션부)

  


**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해주세요



게시글 윗글 아랫글
윗글 마음까지 멋있는 미군 영어 선생님
아랫글 역사 속으로②-산북에서 보내는 그림 편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