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세이브더칠드런① 앙골라 가벨라 - 이동한 단원(2)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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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12-18 조회수 4344 |
저는 갑자기 화가 울컥 치밀어서 학생 활동가들의 황당한 눈빛을 애써 외면하고 마지막 정리 작업 중이던 유스센터를 박차고 나와버렸습니다. 석양을 뒤로하고 집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이 그 동안 고생해서 준비한 유스센터 개소식인데 마지막 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또 과연 내일 주지사, 국영TV방송국에서 취재 오는 것에 맞추어서 마무리가 될런지, 학생들은 왜 내가 솔선수범해서 먼저 해도 잘 따라주지 않는지 등등.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 행사에 맞추어서 우리는 유스센터 개소, 가두행진, 에이즈 즉석 테스트, 음악공연, 연극, 강연 등 여러 행사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 중에 유스센터는 우리 학생 활동가들이 HIV/AIDS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을때, 혹은 동료들과 토론시간등이 필요할 때 일종의 아지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후원으로 유스센터에는 복사기, TV, DVD 재생기, 에이즈 홍보 DVD, 에이즈 관련 정보 책자 등 많은 것들이 구비되었습니다. 저는 유스센터 개소 준비에 가급적이면 우리 학생 활동가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센터 내부 벽면에 6개의 클럽들이 각각 하나의 그림이나 글자를 그려 넣을 것을 제안했고 학생들도 좋다고 응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각 클럽이 그린 그림이 너무 성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12월 1일 행사에 예정에 없던 주지사, 국영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오는 상황이 되자 저는 다급해졌습니다. 센터 입구에는 태극기, KOICA 및 세이브더칠드런 로고가 크게 들어가 있는데 현재의 내부 벽면 그림을 보여주다가는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저는 개소 일주일 전부터 벽면 그림 수정 작업에 매달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가 문득 보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TV를 보고 있고 저만 혼자서 일하고 있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갑자기 화가 치밀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밤 9시가 되서 걱정스런 마음으로 혹시나 하고 센터에 가보았습니다. 놀랍게도 학생 활동가들이 저녁도 안 먹은채 막바지 청소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 미안하고 학생들이 고마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개소 1시간 전에 준비 작업은 마무리 되었고, 개소식에는 가벨라 시내에서 가두행진을 벌이던 주지사, 학생활동가, 가벨라 주민과 관련인사들이 센터에 다다를 때쯤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행진단 일행을 우리 학생 활동가들 중 태권도 클럽 멤버들이 멋진 품새 시범으로 맞이하였습니다. 저는 한 달 전부터 새벽 시간에 사무실 뒷 뜰에서 학생 활동가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에이즈 예방에 관해서 실제 삶에서 겪게 되는 문제 등에 대해서 토론했습니다. 주지사가 테이프를 자르고 닫아 두었던 센터 문을 열자 많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구경하고 방송국에서도 취재하기 바빴습니다. 멀리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몸이 전기에 감전 된 듯 작은 감동이 밀려왔고 행복했습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기쁘고 행복한 일이 많았지만 앙골라에 파견되서 일하는 동안 느꼈던 가슴 뭉클하고 행복했던 오늘의 기억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본 사업의 목표대로 에이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가능한 일이고 앙골라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일이기에 에이즈 예방활동이 계속 되기를 희망하고 기원합니다. 만약 세이브더칠드런의 이러한 사업이 없다면 현재 앙골라에서 15세 이하 여학생이 임신하고 그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고, 출산 후 직업이 없어 생계를 위해 옷, 음식, 신발 등을 대가로 몸을 팔고, 그 결과 HIV 감염이 늘어나는 현실을 막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앙골라 중.북부의 HIV/에이즈 예방 활동 및 인식증진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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