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민 아빠의 말리 이야기 2 - 요로쏘의 별이 빛나는 밤에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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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12-22 조회수 5876 |
오늘도 새벽 4시에 잠이 깼습니다. 알람처럼 모스크에서 울리는 기도소리가 매일 아침 나를 선잠에서 깨어나게 합니다.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뒤척이지만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습니다. 사랑스런 효민이의 얼굴, 두고 온 가족들의 얼굴들이 가슴속에서 아른거립니다. 며칠 전 가족들과 통화할 때 “아빠 집에 왜 안 와? “ 라고 물어보는 효민이에게 얼른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빠가 이역만리 떨어진 곳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집에 못 간다는 말을 하기엔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어느덧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곳에 온 후 처음으로 사업이 수행되는 현장에 방문하는 날입니다. 프로젝트 자문관인 Dr. 말레와 모니터링 담당관인 자나가 함께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시카쏘 시내를 벗어날 즈음 인심 좋은 동료들은 아침식사를 못한 나를 위해 잠시 길을 멈추고 길가의 식당에서 훈제양고기를 주문해줍니다. 양파와 토마토를 곁들여서 먹는 훈제양고기의 맛은 그야말로 기가 막힙니다. 이란이나 이라크 같은 중동국가에서 먹는 양고기와는 다른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배가 부르고 나니 이제 길가에 펼쳐진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길게 뻗은 2차선 도로 양쪽으로 온통 푸르름이 넘쳐납니다. 길가에 심겨진 나무들이 온통 망고 나무라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설렘과 기대들 안고 차에 몸을 맞긴지 두 시간 반 만에 요로쏘에 도착 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필드 직원인 살람과 이드리사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동네 어린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우리를 환영해줍니다.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을 볼 기회를 거의 가지지 못하는 이곳 어린이들은 아시아에서 온 이방인의 모습에 마냥 신기해 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아주 어린 아가들은 기겁을 하고 소스라치게 비명을 지르기도 합니다. 아마도 아가들의 눈에 익숙하지 않은 동양인은 괴물처럼 보이는가 봅니다.
[사진 1 : 우리 앞에 모여든 어린이들]
우리 일행은 따르는 어린이들을 뒤로하고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해 설명회장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습니다. 설명회장에 도착하자 요로쏘 지역 최고 행정관인 마마두 트라우레씨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우리는 20여명의 지역 보건관계자, 공무원들과 NGO 파트너들이 모인 자리에서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앞으로 5년 동안 진행되게 될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그 동안 요로쏘 지역이 외부의 지원에서 소외되어왔던 터라 이곳 관계자들은 사뭇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열띤 질문과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진 2 : 사업설명회 장면]
어느덧 하루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요로쏘지역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요로쏘지역은 전기사정이 좋지 못해 해가 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서둘러서 저녁을 먹고 각자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비상용으로 발전기를 가지고 갔지만 그리 밝은 빛을 모두에게 줄 수는 없었습니다.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휘황찬란한 도시생활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이른 저녁에 찾아온 어두움은 불청객처럼 느껴졌습니다. 발전기로 만들어낸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여 잠시 책을 읽다가 좀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잠을 청해보기로 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요? 천정에서 찍찍거리는 생쥐들의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이곳의 주인이 자신들이라고 시위라도 벌이는 것 같았습니다. 낯선 소음에 불안함을 느껴 잠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였습니다. 온 세상이 고요함과 정적 속에 휩싸여 있는 그때, 문뜩 하늘을 보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수백만 개의 별들이 반짝거리며 온 우주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쏟아져 내릴 것처럼 말입니다.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혼자 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잠을 설치긴 했지만 마치 남몰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마음속에 짜릿함이 내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다 함께 모였는데 뭔지 모를 정체불명의 육류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이게 뭘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료들에게 말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몇 입을 씩씩하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향이 너무 독해서 이 음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이 먹기에는 좀 곤란한 음식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소머리를 통째로 삶은 말리식 아침식사였습니다. 좀더 먹어보려고 했지만 그냥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곳의 동료들은 이 맛있는걸 왜 못 먹지 라는 표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삶은 소머리를 섭렵하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프로젝트 1년차 수혜지역 방문길에 나섰습니다. 요로쏘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이동하자 본 프로젝트로 지원하는 산과병원이 위치해 있는 쿠리 지역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녹슬어 있는 출산용 침대와 기존의 낙후된 병원 설비들을 보니 도저히 산모와 신생아를 위생적으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이곳은 새로운 산과병원 건축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걸음을 서둘러서 지역보건센터를 건축하는 두나 마을로 향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길도 없는 밀림 속 같은 곳을 달려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드라이버인 프랑코는 너무나도 능숙한 운전솜씨로 이정표도 없고 길도 없는 이곳을 네비게이션도 없이 이리저리 잘 찾아내었습니다. 두나 마을은 이런 곳에 동네가 있다니…… 라는 생각이 드는 오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자 외지 손님의 방문으로 마을은 온통 들떠 있었습니다. 마을 입구의 커다란 나무아래 마을 주민 70여명이 둘러 모여 전통악기인 발라폰과 짐베이를 연주하며 방문객들을 맞아주었습니다. 두나 마을 촌장 나부 코나티 할아버지는 마을을 대표해서 우리를 환영해주었고 외부의 도움을 한번도 받지 못했던 두나 마을을 수혜지역으로 선정해 준데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며 우리 일행에게 양 한 마리와 닭 두 마리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선물을 받게 된 우리는 너무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선물로 양과 닭을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로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이제 두나 마을에 지역보건센터가 건축되면 더 이상 한 시간 반을 걸어서 쿠리 지역보건센터까지 가지 안아도 됩니다. 이로서 두나 마을 3,769명의 주민들과 인근 코나, 와코나, 디세나 마을의 2,625명의 주민들이 새로운 의료시설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것 입니다. 우리 출장팀은 요로쏘지역에 이틀을 더 머무르면서 수혜지역인 코나, 와코나, 디세나 마을 등을 방문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사업내용과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였습니다.
[사진 3 : 선물로 받은 양과 닭]
이렇게 4일간의 숨가쁜 요로쏘 방문 일정을 마치고 다시 시카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그곳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고마움을 표시하겠다며 키우던 양과 닭을 가지고 나오시던 두나 마을 촌장님의 순수한 모습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지쳐있지만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놀라운 변화들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가슴속에서 작은 흥분이 일어납니다.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프로젝트,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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