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의 아프리카 희망歌⑤ 말리의 시끌벅적 7일장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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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9-01-02 조회수 4902 |
기나긴 여정 끝에 드디어 Save the Children Sikasso 사무실에 도착하였습니다. (짝짝짝!)
마치 ‘알리 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에서 등장할 법한 궁전이 제 앞에 서있습니다. 이슬람 사원 풍의 하얀 톤과 지붕과 대문에 더해진 에메랄드 톤이 아름다운 말리의 하늘과 조화를 이룹니다. 2층 테라스의 탁 트인 주변 경관도 제 마음을 가볍게 둥둥 띄워줍니다. 지역 내 산재해 있던 Field 사무소들의 역량을 집중해 2008년 2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Sikasso 사무실. 현재는 Sikasso 지역 본부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KOICA 와 Save the Children의 프로젝트와 발맞추어 그 역할과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단층 건물이지만 내부 공간은 여유롭습니다. 직원들은 보통 개인 사무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땅이 넓은 나라라 그런지 사무실들도 널찍널찍 합니다. 제게도 화장실이 딸려 있는 멋진 사무실이 주어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특전에 앞으로 모든 일이 순리대로 잘 풀릴 것만 같습니다.
어느새 이곳에서 첫 주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수해온 먹거리도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당장 수돗물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현지 브랜드 생수도 찾아야만 합니다. 부족한 방향 감각으로 갈팡질팡 대고 있는 한국 남자들에게 동료인 아부바카르 쿨리발리씨가 보다 못해 구원의 손길을 건네어 줍니다. 자신의 풀 네임이 너무 길으니 간단하게 ‘아부’ 라고 부르라는 그의 말투에서 친근감과 신뢰감이 동시에 전해집니다. 우리가 Sikasso 사무실의 유일한 외국인 직원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휴일에까지 나서서 챙겨주는 모습이 너무 고맙기만 합니다. 어쨌건 우리 ‘아부님’의 차를 얻어 타고 Sikasso 시장으로 Let’s Go~~!
시장은 Sikasso시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특히 매 주 일요일에는 큰 시장이 형성되어 시 외곽 사람들도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모여듭니다. 우리 나라로 따지면 시골의 7일장 정도 되겠네요. 말 그대로 가는 날이 장날 (일요일) 인지라 시장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립니다. 거리는 넓었지만, 물건 반, 사람 반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발 디딜 틈도 찾기 힘듭니다. 전통 약재로 보이는 동물 뼈부터 야채, 과일, 말린 송충이, 말린 생선, 중국산 의약품까지 필요한 것은 모두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좌우 구경하느라 한참 정신 팔고 있는데, 갑자기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 몽롱해집니다. 정육점 코너 같이 양과 소의 생고기들을 올려 놓은 자판이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호기심에 이끌려 다가갔더니 고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파리 떼들의 비상과 함께 비릿한 냄새가 더 심해집니다…… 당분간 채식주의자로 살아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박수 치며 호객 행위를 하는 점원들, 가격을 놓고 격렬한 협상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 머리와 양 손에 한 보따리씩 이고 들고 가는 사람들…… 아프리카의 삶도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와 선입관들을 – 가난과 질병에 허덕여 두 손 놓고 외부의 도움만을 바라고 있는 아프리카 – 떠올리면서 그들에게 살짝 용서를 구합니다. 뜨거운 햇볕과 타 들어가는 대지, 그리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반 시설…… 현재 이 곳은 인간이 살아가기 가장 힘든 환경임은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이 곳 사람들도 끊임없이 투쟁 중입니다. 시장에는 그러한 그들의 에너지가 넘치고 있습니다.
물론 가난의 그림자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시장에 들어서면 (특히 외국인은) 돈을 구걸하는 어린이들에게 금새 둘러 싸입니다. 머리에 팔고 있는 물건을, 한 손에는 구걸을 위한 깡통을 들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저를 쳐다 보는 어린이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러나 값싼 동정 조차 이 곳에서는 쉽지가 않습니다. 이 많은 어린이들 중에 두어 명에게만 돈을 주는 것 또한 죄스러워서 그들의 구걸하는 소리를 외면하고 돌아섭니다. 말린 생선을 파는 엄마 옆에는 어린 아기가 흙 바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자지러지게 울다가 우는 것도 지쳤는지 그 먼지 가득한 곳을 기어가 자그마한 손바닥으로 누가 먹다 버렸을 수박 한 조각을 집어 듭니다. 이빨도 채 안 난 조망만한 입으로 무언가를 계속 오물거리면서……
그래도 Sikasso 지역은 곡창 지대라는 명칭에 걸맞게 야채와 과일은 쌉니다. 한국 돈으로 2,500 원이면 매운 고추, 양파, 오이, 상추 등을 한 봉지씩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수입품으로 이루어지는 추가 가공 상품들은 비쌉니다. 환율이 평균 500CFA=1,300원일 때 생수 1.5 리터 한 병과 음료수 등이 500CFA (1,300원), 네스 카페 커피 한 통이 (100g) 1,800CFA (5,000원), 프링글스 감자칩스(프링글스의 존재 자체가 신기하긴 하지만)가 1,500CFA (4,000원)입니다. 한국의 물가와 비슷하지만, 이곳 현지인들의 평균 소득을 따져보면 이 곳 물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희 옆집에 사시는 운전기사 아저씨는 한달 월급이 고작 20,000CFA, 즉 52,000원 정도입니다. 하루에 1,300원이 조금 넘는 650CFA로 생활해야 되는 셈이니, 하루에 생수 한 병도 사기 힘든 셈입니다.
제가 얼마나 선택 받은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생존의 기본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거창한 것 보다 무엇이든 아껴 쓰는 노력, 그리고 오고 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물 한 잔 줄 수 있는 여유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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