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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 삶다운 삶이 없는 곳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7-30 조회수 8003



현장의 목소리

삶다운 삶이 없는 곳




작성자 칼 셈브리(Karl, Schembri)
세이브더칠드런 중동 지역 미디어 책임자
2009년 9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가자지구에서 거주


제가 처음 가자지구에 온 때는 2009년 9월, 라마단이 끝나고 이드 축제가 시작할 즈음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골목에서 뛰어 놀면서 제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고, 공터에는 그네가 걸렸습니다. 사람들은 축제 때 입을 옷과 친척에게 줄 선물을 사러 다녔습니다. 그때까지도 그곳에는 2008년 12월 ‘캐스트 리드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이 벌인 공격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습니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그때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런 고단한 모습은 축제 분위기에 가려 희미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삶은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과 가족들이 간절히 원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 11월 다시 한 번 교전이 거세졌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동료들이 대피하려고 서두를 때도 저는 계란 장수가 당나귀를 타고 돌며 여느 때처럼 싱싱한 계란을 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이 말입니다.

그러나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밤이 되면 더욱 끔찍해졌습니다. 이스라엘 해군은 가자지구에 미사일을 쏘아댔고 저는 그 미사일들이 시내 중심부를 향하는 소리와 북쪽에서 포탄을 쏘는 소리, 전투기와 소형 무인기가 폭탄을 떨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11월이라 추운 날씨였지만 충격에 깨진 유리가 집안으로 들이칠까 봐 창문을 열어두어야 했습니다. 땅에 수 미터짜리 거대한 구멍을 남기는 폭탄이 떨어질 때면 온 대지가 흔들렸습니다. 2008년 공격 이후 4년도 채 되지 않았던 당시 가자지구는 해외 구호기관의 지원으로 여전히 폐허를 복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한 번 무너졌습니다. 무인기가 내는 소리가 사방천지에서 24시간 쉼 없이 들려와 마치 위층에 공장이 들어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요르단 암만에서 이 글을 쓰는 지금, TV에서는 제가 5년 전 이드 축제 때 처음 보았던 그 길들을 비추지만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스라엘 군대의 총력으로 여러 차례 공격 당한 그곳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4년 동안 살았던 곳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최근 사진을 보니 알샤자이야(Al Shajaiya)와 쿠자(Khuzaa) 지역 인근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드 축제 기간이 되어도 이 동네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살아 남은 이들은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집과 병원 학교가 모두 공격을 당할 만큼 이 좁은 가자 지구 땅에서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얼마 없습니다. 한 시간마다 팔레스타인 아이 한 명이 죽고 있습니다. 6살 된 아이들은 벌써 생애 3번째 전쟁을 겪고 있습니다. 다치거나 죽을 위험에 놓여 있는 것은 물론 이러한 경험이 아이들의 정서와 삶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이 분쟁의 반대편에 있는 이스라엘 아이들 역시 로켓 공격이 시작되면 대피소로 뛰어들어가야 합니다. 설령 가족과 함께 안전한 공간에 몸을 피한다 해도 주기적으로 울리는 경고음은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냅니다.

가자 지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꼭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봉쇄가 된 상태로는 예전처럼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봉쇄를 완화하겠다던 2012년 휴전 협정에도 불가하고 가자 지구는 최근 공격이 일어나기 이전까지 사실상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이집트로 연결된 지하터널로 생활필수품이 들어왔지만 이마저 모두 파괴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가자지구에서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하루 8시간 동안 전기가 끊기면서 일과 시간 동안 전기를 쓸 수 있는 시간은 12시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팔레스타인 영토로도 갈 수 없습니다. 제가 살던 집의 집주인 아주머니는 유방암이 발견되어 서안 지구에서 치료를 받으려 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3해리로 제한된 조업 지구 경계에 가까이 갔던 어부들은 총에 맞았습니다. 건설업자들은 건축자재를 들여오지 못해 공사를 끝내지 못했고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그나마 가진 직업조차 잃어 팔레스타인 주민 80%가 인도적 지원에 의지해 살았습니다.

이곳에는 삶다운 삶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모든 폭력과 고통의 끝으로 이번 이드 축제를 기념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전쟁을 중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6살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살아야 할 미래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분쟁의 양측은 봉쇄를 거두고 진정한 평화의 초석을 쌓는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고 합의해야 합니다.

*이드 축제 :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 이후 시작되는 이슬람 문화권 최대의 명절. 올해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7월 29일부터 이드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특정 세력에 치우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이 글은 가자지구에서 살고 일했던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의 의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재 가자지구와 서안 지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국제 구호개발 NGO로서 이스라엘과 서안지구, 가자 지구의 모든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우려하고 있으며, 양측 주민들을 향한 공격의 종식을 촉구합니다.




번역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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