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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8-05 조회수 37662



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13살이고 전쟁을 피해 요르단에 왔어요. 아직 결혼하기는 너무 어리지만 아빠가 제가 강간이나 납치 당할 것을 염려해 결혼시켰어요. 지금 임신 1개월인데 유산할 위험이 크대요. 저는 아직 어리고 제 몸도 임신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내전을 피해 요르단 난민캠프에서 살고 있는 시리아 여자 아이 마하(가명)의 이야기입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마하는 그림을 그리고 뛰어 놀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보통 아이였습니다. 아버지와 관계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마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습니다. 난민캠프에서 강간이 일어났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마하의 아버지는 딸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 두려웠습니다. 아버지는 딸들을 서둘러 결혼시켰습니다.



전쟁의 이면,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여자 아이들

마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 <결혼하기에는 너무 어리다(Too Young to Wed)>에 따르면 내전 이후 시리아 여자 아이들의 결혼이 크게 늘었습니다. 내전 이전에도 시리아에 조혼이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2011년 기준으로 시리아 내 18세 미만 여자 아이 중 13%가 결혼한 아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전과 불안정한 피난생활은 더 많은 아이들을 결혼으로 내몰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요르단에서 결혼식을 올린 시리아 난민 여성 중 12%가 18세 미만 여자 아이였지만 2012년에는 이 비율이 18%로, 2013년에는 25%까지 두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반해 18세 미만의 남자 아이의 결혼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아(2011년 0.9%, 2012년 0.7%) 여자 아이들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실제 2012년 요르단에서 결혼한 시리아 여자아이 중 48%가 자신보다 10살 이상 나이가 많은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조혼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빈곤과 성폭력의 위험입니다. 시리아 난민들은 마하의 아버지처럼 성폭력의 위험을 피하려고 딸을 결혼시키기도 하고, 전쟁 이후 생계 수단을 잃은 가족이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해 딸을 시집 보내기도 합니다.



결혼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고육지책은 자칫 아이들을 또 다른 위험으로 내몰기도 합니다. 성폭력의 위험과 빈곤에 쫓겨 결혼을 진행하다 보니 상대의 인격이나 애정, 결혼에 대한 태도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경제적 능력으로 배우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여자 아이들이 결혼 이후 성 착취나 학대를 당할 위험이 커집니다.

이른 결혼으로 아직 신체가 성숙하지 않고 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어린 나이에 성경험을 하게 되면서 신체와 정신 건강에 큰 위험을 겪기도 합니다. 특히 여자 아이의 임신과 출산은 엄마가 되는 아이뿐 아니라 태어나는 아이에게도 위험한 일입니다. 여자 아이의 출산 시 사산과 신생아 사망률은 성인 여성보다 높으며 15세 미만 여자 아이가 출산 중 사망할 확률은 성인 여성보다 5배 이상 큽니다. 이른 나이에 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성경험과 이른 임신, 양육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난민캠프에서 만난, 이제 막 성인이 된 열아홉 여성은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들려주었습니다.

“15살 때 결혼해서 낙태를 두 번했어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이게 내 잘못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어요. 이제 저는 19살이고 태어난 지 9개월 된 아기가 있어요. 낳을 때 무척 힘들었어요. 여전히 저는 엄마가 되기에 너무 어린 것 같아요.



또한 결혼한 여자 아이들은 온전히 가정을 돌보거나 임신·육아를 위해 학교를 그만 두라는 주변의 압력을 받게 되고, 실제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는 아이들에게서 교육의 기회를 빼앗는 것일 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들로부터 아이를 고립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6개월 전 학교를 그만 두고 결혼한 림(가명, 15)은 학교에 가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속이 상합니다.

“난민캠프의 상황이 이보다 나았더라면 저는 청혼을 거절하고 계속 공부했을 거예요. 그러면 시리아로 돌아가서 제 꿈을 이룰 수 있었겠죠. 시리아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싶었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아요.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네요. 이웃 여자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요. 제가 만약 시리아에 있었더라면 저는 분명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의사나 변호사가 된 여성, 학업을 마친 여자 아이를 볼 때면 속상해요.”





변화의 시작, 조혼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은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에서 아이들, 가족들과 함께 그룹 토의와 연극, 예술 활동을 통해 조혼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알리고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여자 아이들은 조혼의 문제를 난민캠프 밖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 활동은 아이들의 생각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세이브더칠드런 종합활동센터의 직원이자 17살 여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자다(가명) 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을 이렇게 말합니다.

“이곳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강박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남편에게 장애가 있어 딸 아이를 제대로 살피기 힘들 것 같아 불안했거든요. 조혼이 좋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결혼시키면 보살핌을 받을 거란 기대는 있었어요. 그런데 세이브더칠드런의 인식개선 활동에 참여하면서 조혼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지요. 이제는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설령 난민캠프에서 20년을 살게 된다 하더라도 아이를 아무하고나 결혼시키지 않을 거예요. 아이가 23살이 넘어서 정말 괜찮은 신사에게 청혼을 받는다면 그때 결혼하도록 할 거예요.”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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