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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기 앞서 부모이기에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9-01 조회수 4766



난민이기 앞서 부모이기에



“그런 짓 하지 말랬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니?”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난민생활 숙소 라이트하우스. 세이브더칠드런의 파트너 단체인 피난처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클레어(48, 가명) 씨가 짐짓 화를 냈습니다. 그런 클레어의 꾸중을 듣는 사람은 클레어 씨의 자녀가 아닌 남편 르네(가명) 씨. 그는 아이처럼 클레어 씨를 올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고 피난처가 진행하는 난민아동 부모교육에 참여 중입니다.

“허허, 기분이 참 좋지 않네요. 무섭기도 하고요.”
잠시 아이의 입장이 되어본 르네 씨는 겸연쩍게 웃었습니다. 자녀와 대화하는 법, 자녀 이해하기 등 총 5회로 구성된 난민 부모 교육의 첫 3회를 맡은 심리치료사 유상미 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습니다.

“화내는 부모를 올려다 보아야 하는 아이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큰 두려움을 느껴요. 그럴 때 아이는 부모가 뜻하는 바를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그 상황을 빨리 피해버리고 싶어하죠. 그러니 아이를 제지할 때에는 몸을 낮춰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진/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난민생활 숙소 라이트하우스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의 파트너 단체 피난처가 진행하는 난민아동 부모교육에 참여한 클레어 씨(왼쪽) 씨.




좋은 부모가 되기 힘든 환경


난민아동 부모교육은 2011년 시작되어 올해에도 7월부터 9월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난민아동 역시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난민들은 언어 문제나 사회적 고립으로 육아 정보가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피난처에서 난민 생활지원을 담당하는 박지현 간사는 이러한 어려움을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자녀가 어린이집에 다닐 경우 난민들은 어린이집에서 육아 정보를 얻기도 해요. 그러나 한국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저희에게 가정통신문을 번역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직접 유치원을 찾아가 설명을 들어야 할 때가 많아요. 같은 나라나 언어권에서 오신 분들끼리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하시지만 일반 한국 부모처럼 보건소나 병원, 주민센터, 전문 서적 등 전문가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는 거의 없습니다.”

이날 ‘자녀 이해하기’를 주제로 이루어진 3회 교육이 끝난 뒤 클레어 씨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며 만족을 드러냈습니다.
“제가 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다 이해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늘 교육을 듣다 보니 아이에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겠다고 느꼈어요. 평소에는 ‘이거 하지마’, ‘무슨 말이 그렇게 많니?’하며 아이를 제지하고 무시하듯 말하기도 했어요. 그런 태도가 아이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부모의 책임이 막대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행복한 부모, 행복한 아이를 위한 치유의 시간

그러나 우리가 그러하듯 난민 부모들도 머리로 아는 방법대로 아이를 대하기 힘든 때가 있습니다. 더구나 고국에서 겪은 박해나 생활고로 인한 심리적 부담, 한국에 빠르게 적응하는 아이들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난민들은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기 더욱 힘들기도 합니다. 난민 부모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 이중 일부가 아이에게 전가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난민아동 부모 교육에서는 가족간의 대화 방법이나 영양교육뿐 아니라 부모의 마음이 건강할 수 있도록 미술을 이용한 심리 치료도 함께 진행됩니다.


사진/ 난민아동 부모교육 중 진행된 미술 치료 시간에 가족 그림을 그리고 있는 클레어 씨. 콩고에 남아 있는 자녀까지 온 가족이 모두 모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그린 이 그림에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8월에 열린 미술 치료 시간에 만난 아야일(가명, 28) 씨는 수업 시간에도 분주했습니다. 큰딸 엘린(가명)은 자원활동가와 함께 한 켠에서 놀 수 있지만 아직 한 살이 채 안 된 막내는 엄마 품을 떠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리치료사 김순환 씨의 권유에 따라 두 자녀를 각각 토끼와 닭에 비유한 아야일 씨의 그림에도 다른 사람의 별 도움 없이 두 자녀를 키워야 하는 고단함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클레어 씨는 콩고에 남겨진 아이들까지 함께 모여 온 가족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그려 아이들을 향한 진한 그리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슴에 담고 있던 서운함과 그리움을 표현한 참여자들은 이어 왕관을 만드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김순환 씨는 참여자들에게 “오늘만이 아니라 자신이 보잘것없이 느껴지는 날에 왕관을 쓰고 즐거웠던 날을 떠올려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아야일 씨 얼굴에는 아이 같은 웃음이 떠올랐습니다.
“왕관을 쓴 제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기만 해도 웃게 될 것 같아요!”
아야일 씨는 이날 ‘내가 행복하고 나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 특히 가족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며 말했습니다.
“딸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너무 고민하지 않고 시도해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렇지 못했거든요. 아이가 그럴 수 있도록 제가 엄마로서만 아니라 친구로서 다가가고 싶어요.”

이제 2014년 난민아동 부모교육은 아이들을 위한 영양 간식을 만들어 보는 한 회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피난처 박지현 간사는 “많은 난민에게 아직 부모교육이란 것이 생소하고,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다 보니 참여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다”며 더 많은 난민 부모가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으로도 국내 난민 아동들이 여느 아이들처럼 건강한 가족 안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글 & 사진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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