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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전쟁, 그리고 아주 보통의 영웅 ② : ‘조산은 기본, 설득은 나의 힘’ 조산사 구순 씨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5-03-11 조회수 5313



4년의 전쟁, 그리고 아주 보통의 영웅 ②
  ‘조산은 기본, 설득은 나의 힘’ 조산사 구순 씨



오는 3월 15일은 시리아 내전이 일어난 지 4년이 되는 날입니다. 19만 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고, 380만 명이 총알과 미사일을 피해 국경을 넘었습니다.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보통 배고픔과 추위, 불안한 미래와 부족한 자원입니다.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지난한 피난살이에 굴하지 않고 나와 내 이웃의 일상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록 이들에게는 아이언맨의 강화 슈트도, 배트맨의 재력도,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도 없지만, 이들은 아이들에게 웃음과 배움을 되돌려주고 아기를 엄마의 품에 안겼습니다. 


‘4년의 전쟁, 그리고 아주 보통의 영웅’에서는 전쟁과 두려움, 배고픔과 추위, 무력함으로 지긋지긋했던 4년을 조금이나마 견딜 만한 시간으로 만들어준 3명의 영웅을 소개합니다




난민캠프의 철통문을 연 조산사



약 3개월 전, 요르단 에미라티 난민캠프에 사는 32주차 임산부 무나 씨는 극심한 고통으로 잠에서 깼습니다. 보건소에서 임신중독증으로 진단받은 그녀는 요르단 북부의 마프라크 지역으로 바로 옮겨졌고, 증상이 심각해 다시 한 번 이르비드 병원으로 옮긴 뒤에야 제왕절개를 통해 딸을 낳을 수 있었습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딸 사라는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했고, 그럴 수 있는 곳은 난민캠프에서 2시간 반 이상 떨어진 이르비드 병원뿐이었습니다.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 무나 씨는 3일 후 난민캠프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아기는 퇴원할 수 없어 병원에 남았습니다. 낳자 마자 아기와 떨어져 있어야 했던 무나 씨는 난민캠프로 돌아온 이후 깊은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혈압도 다시 올랐습니다. 무나 씨의 소원은 한 가지였습니다.

“딸 아이를 안고 모유를 먹이고 싶어요, 아기를 돌보고 싶어요.”


이때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의 영유아 영양보충 프로그램 팀에 있던 조산사 구순 씨는 아기와 엄마를 다시 만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아기가 병원을 나설 수 없다면 어머니를 데려가야 하지만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난민캠프에서 무나 씨가 병원을 방문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구순 씨는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산사로서의 경험을 걸고 의학적 소견을 제공했고,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남자 직원을 위해 꼼꼼한 설명도 준비했습니다. 결국 요르단 경찰과 난민캠프 보안 관계자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어렵사리 도착한 병원에서는 오후 4시 이후에는 모유수유를 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을 들어 무나 씨를 막았습니다. 무나 씨는 그 순간 가장 떠오르는 사람, 가장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사람인 구순 씨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때 구순 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구순 씨는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길을 돌렸습니다.

“바로 큰 딸에게 전화해서 ‘네가 동생들 좀 봐야겠다, 엄마가 지금 집에 못 갈 것 같아’라고 말했어요. 무나 씨가 너무 걱정되어 집으로 갈 수 없었거든요. 무나 씨가 딸을 만날 수 있게 뭐든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영유아 영양보충 팀은 늘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구순 씨도 무나 씨도 아기에게 모유를 꼭 먹이고 싶었습니다. 특히 무나 씨는 미숙아인 딸에게 모유로 비타민과 항체를 주고 싶었기에 그 마음이 더욱 간절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무나 씨는 간호사들에게 무나 씨의 상황이 얼마나 예외적인지,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한 뒤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이에게 모유를 주겠다는 일념으로 4시간을 넘게 걸려 이곳에 왔는데 이렇게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구순 씨의 설명을 들은 간호사들은 무나 씨와 구순 씨를 방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구순 씨의 도움으로 무나 씨는 아이를 안고 모유를 먹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틀을 더 병원에 오갔지만 그 이후에는 난민캠프에서 아기가 퇴원해 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동안 구순 씨는 무나 씨를 매일 찾아가 모유 수유 요령을 알려주었습니다. 무나 씨는 젖이 계속 돌 수 있도록 처음 며칠 동안에는 이웃 아기에게 모유를 먹였고 나중에는 아기가 돌아올 때까지 모유가 충분하게 나올 수 있도록 유축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무나 씨는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덕분에 아기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구순 씨의 힘있는 설득과 무나 씨의 모유 덕분에 1.8kg으로 태어났던 아기는 생후 3개월이 된 지금 4kg까지 체중이 늘었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구순 씨는 ‘누가 알아봐주길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며 말했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였고 그래서 도운 거예요. 같은 사람이잖아요. 우리 모두는 형제자매인 걸요.”



번역 & 정리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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