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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할퀴고 간 바누아투 긴급구호 현장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5-04-16 조회수 6467


이재광
세이브더칠드런 해외사업부 과장


인천에서 출발해 15시간의 긴 비행 끝에 바누아투의 수도 포트빌라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막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공항은 긴급구호 물자와 인력을 싣고 온 호주 공군 수송기의 착륙과 맞물려 큰 혼잡을 빚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발을 딛기 불과 며칠 전인 지난달 14일, 일본에서 열린 ‘제 3차 유엔 세계재난위험경감총회’에서 ‘사이클론 피해를 당한 바누아투 국민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회사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이곳에 오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총회가 끝나고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짐을 풀 새도 없이 바누아투 긴급구호 현장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한국 직원으로는 최초로 세이브더칠드런의 긴급구호인력 파견 시스템을 통해 구호 현장에 파견됐기 때문입니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7시, 날이 밝기가 무섭게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됐습니다. 시간이 곧 생명인 긴급구호 현장에서는 느긋하게 여독을 푸는 것도, 세계 각지에서 속속 도착하는 동료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사치에 가깝습니다. 한시라도 이 곳 주민들이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식량안보와 생계지원 자문을 맡게 됐습니다. 보건․영양과 교육, 아동보호, 식수, 주거․비식량물자, 재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머물며 사이클론으로 피해를 입은 아동과 주민을 지원하고 신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방안을 마련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남태평양에 있는 바누아투는 83개 섬이 모여 이뤄진 군도 국가로 인구 약 27만 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이 약 8억 달러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이지만, 행복지수 세계 1위를 몇 차례나 차지할 만큼 ‘행복의 섬’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요. 이 행복의 섬에 지난달 13일 몰아닥친 사이클론 ‘팸’이 남긴 상처는 국내 언론에서 접한 것보다 크고 깊었습니다. 인구 약 27만 명인 이 나라에서 16만 6,000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가운데 아동의 수만 8만 2,0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건물의 90%가 손상되고 전기와 물, 통신도 끊겼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볼드윈 론스데일 바누아투 대통령은 “유례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눈으로 직접 본 상황은 처참했습니다. 현장 조사를 위해 찾은 수도 포트빌라가 있는 에파테 섬의 한 마을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잔해만 남고 보건지소 건물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습니다. 주민의 생계도 막막합니다. 주요 식량원이자 환금성 작물인 코코넛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가 당장 먹을 것은 물론 자녀의 학비와 병원비 마련도 어렵게 됐습니다. 당장은 식량을 비롯한 구호물품을 지원받고 있지만, 재배 기간이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는 이들 작물을 다시 수확하기까지 경제적 위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대로 절망 속에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동행한 보건 전문가와 함께 마을 촌장, 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마을 재건 방향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보건소를 새로 짓기로 했습니다. 또 보건소 재건에 마을 주민이 동참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이에 대해 일당을 받는 ‘대가성 현금지급(cash-for-work)’ 프로그램도 구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번 돈은 마을이 제 모습을 찾고 농사가 재개되기 전까지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재난 앞에선 외부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합니다. 도움이 제때, 필요한 만큼 주어지지 않을 경우 아이들의 교육은 중단될 것이고 영양 상태는 악화될 것이며 주민들은 또다시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무너진 학교와 보건소를 재건하고 마을을 다시 일으켜 세울 동력 역시 찾기 어려워 질지도 모릅니다. 믿기 어려운 비극 앞에 놓인, 그러나 이 비극에 결코 무릎 꿇지 않는 이곳 바누아투의 아동과 주민을 위해 더 많은 응원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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