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하단바로가기
열기
HOME > 기관안내 > 세이브더칠드런이야기 > 나눔이야기

기관안내

후원하기

나눔이야기

글조회
꿈을 찍는 사진가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6-03-14 조회수 5116



꿈을 찍는 사진가



다큐멘터리와 인물 사진작가 겸 감독인 크리스 드 보데는 전세계 80여개 국을 돌며 인도적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시리아 난민 8만 3천명이 머물고 있는 요르단 자타리 캠프(Za’atari)에서 시리아 난민 아동들의 꿈을 카메라에 담는 ‘드림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가 '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아이들과 자신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




“발 밑에 모래 말고 풀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자타리 캠프에 처음 갔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습니다.

사람들은 천막에 살았고 시설이 많지도 않았죠.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캠프의 모습을 보면 더 좋은 시설이 생기고 숙소가 이전보다 더 나은 이동식 컨테이너가 됐다고 해서 난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상태라는 생각이 듭니다.


5년 전만 해도 이곳에 거주하는 난민들은 희망적이었습니다.

“우린 곧 집에 갈 거예요! 인샬라!”

다들 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믿었죠.


아맘이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저는 세이브더칠드런의 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를 다니며 아이들의 꿈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 밝고 똑똑한 소녀였습니다.



아맘에게 꿈이 뭔지를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발 밑에 풀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이 없는 곳이요. 

모래와 콘크리트에서 놀아야 하는 것도 싫어요.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그 대답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너무 단순한 꿈이었습니다.

세계 챔피언이 된다든가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큰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놀 수 있는 푸른 잔디밭을 꿈꾼다니……


아맘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너무나 궁금합니다.




캠프 안에서 미래를 그리는 아이들


지난 몇 년 동안 자타리에서 꽤 많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 몇몇은 계속해서 만나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유네스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유네스는 캠프에 막 도착한 참이었습니다.

험난한 일을 많이 겪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동안의 경험때문에 엇나갈 수도 있던 소년이었죠.


하지만 유네스는 곧 자신의 자리를 찾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애썼습니다.

유네스의 꿈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캠프에 있는 체력단련실에 정기적으로 찾아가 유네스의 꿈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네스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몇 개월 전 유네스를 다시 만났을 때 유네스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카메라를 보여줬습니다.

유네스는 캠프 안에서 발간하는 '자타리 매거진'의 사진기자가 돼 있었던 겁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제공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실력을 쌓았던 것이죠.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유네스는 캠프 안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의 표본입니다. 

비록 난민 캠프 안에 있지만 이곳에서라도 꿋꿋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아이들 말입니다.


유네스에게 스스로를 난민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시리아 국민으로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유네스의 대답은 명확했습니다.

“많은 시리아 난민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에요.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파란 눈의 이 아이를 아시나요?



그리고 이 아이는, 제가 여태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파란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바쉬라입니다. 바쉬라와 만난 것은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친화공간(Child Friendly Centre)에서였습니다.


바쉬라는 시리아에서 가져온 파란 드레스와 장난감 이야기를 할때면 누구보다 생기가 넘쳤습니다.

그 드레스를 입으면 공주가 된 것 같다며 신나했죠.

바쉬라는 그 드레스를 보여주겠다며 저의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하지만 바쉬라의 숙소에 찾아갔을 때, 바쉬라의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저에게 속삭였습니다.

“드레스 같은 건 없어요. 공습을 당해서 모든 게 불타버렸답니다.

딸아이는 자기가 갖고 있던 소중한 물건을 모두 이곳에 가져왔다는 망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입고 있는 옷 말고는 아무 옷도 가져오지 못했어요.”


집에 돌아온 후, 바쉬라의 사진을 커다란 스크린에 띄워놓고 한참을 들여다 봤습니다.

바쉬라의 산 속 호수처럼 푸른 눈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쉬라를 만난 지 2년이 지난 지난해, 아이를 찾기 위해 자타리 캠프를 다시 찾았습니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학교에는 다니고 있을까?

여전히 눈에는 생기가 넘칠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빛이 바랬을까? 나를 알아보긴 할까?

긴장됐습니다.


여러 흔적을 따라갔지만 바쉬라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몹시 실망스러웠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바쉬라의 사진은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미국 국무장관, 말랄라와 언론들이 그녀의 파란 눈에 매료됐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바쉬라는 시리아 난민 아동의 상징이 됐습니다.

언젠가 바쉬라를 다시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꿈을 담는 사진사


저는 아이들의 강인함을 사진에 담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삶과 꿈에 대해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누구나 꿈을 꿉니다. 우리 모두가 꿈을 꾸죠.

하지만 그 꿈이 모두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꿈을 상상하도록 돕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작은 시도만으로도 인생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제가 가는 곳들은 주로 안전을 담보하기 힘든 곳들입니다.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풍경을 늘 마주합니다.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 놓인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굶주림과 질병, 교육 기회 박탈 등 무슨 이유 때문이든 재난 상황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은 아이들입니다.


아마도, 어쩌면 제가 그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암울한 상황에 있더라도, 사진을 찍는 것은 굉장히 신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 동안이라도 말입니다.



정리 이나미 (커뮤니케이션부)








게시글 윗글 아랫글
윗글 이창호·이도윤 부부가 함께 만든 따뜻한 돌
아랫글 [영세이버와 만난 사람들 ③] 권리옹호부 김은정 부장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