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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셰프의 ‘자립(自立)’: 주저앉지 말고, 꿋꿋하게 서자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6-10-26 조회수 6091



박준우 셰프의'자립':

주저앉지 말고, 꿋꿋하게 서자



‘자립’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섬입니다. 다르게 해석하면 ‘자립’은 세상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라는 조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자립’을 해야 한다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직은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만 18세에 ‘자립’을 겪어야 하는 가정위탁청소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에 박준우 셰프가 떴습니다.





‘자립’과 친해지길 바라


가정위탁청소년이 만 18세가 되면 이들에 대한 위탁가정의 보호는 모두 끝이 납니다. 여기서 끝이 난다는 것의 의미는 더는 살 곳이 없어 친구의 집이나 모텔 같은 불안정한 주거지를 전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며, 양육비를 지원받지 못해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기도 하고, 또래보다 일찍 ‘자립’을 강요받아 준비 없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정위탁청소년이 만 18세가 됐을 때 ‘자립’을 두려워하기보다 ‘자립’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정위탁청소년에게 ‘자립’이 막막함과 두려움을 의미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미리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우리만의 아지트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정위탁청소년을 대상으로 페이스북(Facebook)에 비공개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가정위탁청소년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제공하고자 개설한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들에게 ‘자립’이 ‘외로운 홀로서기’ 과정이 아닌 ‘함께 일어서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준우입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오후, 세이브더칠드런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페이스북 비공개그룹을 이용하는 가정위탁청소년을 위해 좋은 얘기 좀 들려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준 사람은 박준우  셰프였습니다. 요즘 브라운관을 통해 맹활약하는 박준우 셰프는 기사와 칼럼을 쓰고, 요리도 하고, 장사도 하며,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오가고 있습니다. 그는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담이 가정위탁청소년의 ‘자립’ 준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고 자신의 방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의 이야기 1: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곳


사람들은 제가 유럽에서 살다 왔고, TV에서 유럽 얘기하고, 와인 얘기하고 그러니 잘 사는 집 아들인 줄 알아요. 집에 돈이 많아서 조기유학 아니면 도피유학 같은 것을 다녀온 줄 아시는 분도 있었죠. 실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집에 부도가 나 한국에서는 도저히 생활할 수가 없게 됐어요. 마침 아버지가 벨기에지사로 파견돼 이민을 갔죠. 한창 예민할 나이에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힘들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 벨기에에서 살았던 곳은 대전 느낌의 지방 도시였어요. 3개월 동안 밖에 나가질 않았죠. 빌라 건물에서 나가면 사람들이 저를 엄청 신기하게 쳐다봤어요. 악의가 섞인 건 아니었고 당시에는 동양사람을 쉽게 볼 수 없었거든요. 당연히 저를 신기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건데, 못 나가겠더라고요. 제가 워낙 소심하고 낯을 가리다 보니 저를 쳐다보는 게 너무 싫었던 거예요.

학교생활도 문제가 있었어요. 한국에서 고2를 마친 후 벨기에에 갔기 때문에 고3으로 학교에 입학했는데 영어도 못 하고 불어도 못해서 고3을 두 번 다녔어요. 수업을 알아들어야 듣죠.




그의 이야기 2: 내 삶의 ‘밑거름’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기가 지금의 밑거름이 된 셈이죠. 그 당시에는 모든 게 싫었고, 도망갈 곳도 없으면서 도망만 가고 싶었죠. 근거가 하나도 없는 상상에만 빠져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더 잘됐을 텐데’라는 생각이나 하면서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죠. 1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민을 갔던 게 제 삶의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그의 이야기 3: 다른 건 잘할 수 있을까?


대학 전공을 현대언어학과로 선택해 다니다 휴학을 하고, 잠시 프리랜서 통역을 했었어요. 통역을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연극학교에 다니다 조각학교에 입학했죠. 조각학교도 1년 다니다 그만두고, 집에서 글을 쓰다가 그만뒀어요. 후에 파리로 넘어가 와인과 음식에 대해 공부했고, 한국에 와서는 아는 작가분 소개로 그림도 배우러 다니고, 도자기도 배우러 다녔습니다.
자신감이 넘쳐서 여러 분야를 넘나든 것은 아니에요. 제가 뭐든지 오래 배우는 것을 못해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하면 집중하는 편이지만, 도전했던 분야에 소질이 없다 싶으면 과감하게 접는 편이죠. 그리고, ‘다른 분야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도전해보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는 거죠.




그의 이야기 4: ‘좋은 이유 2가지’ 찾기


하기 싫은 것은 안 하는 편이에요. 저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때 해야만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찾죠. 2가지 이유를 찾지 못하면 안 해요. 예를 들어, 재미없는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지 않을 때 ‘돈이 필요하다’와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이니까 한 번 들어주자.’라는 좋은 이유 2가지를 찾으면 그 일은 해요. 귀찮지만 이렇게 좋은 이유를 찾는 거예요.




그의 이야기 5: ‘자립’? 하기 위해 채워가는 중


경제적인 면에 국한 시키면 자립을 했지만, 경제적인 개념을 떠난다면 저도 아직 자립하지 못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온전히 나 혼자 이겨낼 수 있느냐? 그건 자신이 없거든요. 무엇이 됐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조금씩 조금씩 채워 나가면 경제적 자립과 심리적 자립, 그 외의 자립을 하게 될 겁니다.





그의 이야기 6: ‘자립’하려다 ‘고립’


자립을 하려다 보면 어느 순간 고립될 수 있어요. 당연히 내가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바른 삶을 사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 사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홀로서기에 강박관념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어요.





그의 이야기 7: ‘남’이 아닌 ‘나’


남들 하는 말에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제일 잘 알잖아요. 제 말은 남이 하는 말을 듣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말을 듣고 깊이 생각한 뒤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라는 뜻입니다. 남의 말을 듣자마자 행동하는 경솔함은 범하지 마세요. 나에게 맞는 옷이 될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걸러낸 뒤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인연이 됐습니다


박준우 셰프는 자신이 들려준 얘기에 하나라도 공감하는 사람은 자신과 ‘인연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 때 자신의 경험담이나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가정위탁청소년의 가슴에 자신이 했던 어떤 말이 남아 좋은 ‘연’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는 “다음번에 청소년과의 만남에 나와 주실 수 있을까요?” 라는 당연하지 않은 요청에 “당연하죠!”라며 멋진 미소를 지었습니다. 박준우 셰프님, 다시 한 번 가정위탁청소년을 위해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립’을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 만 15세 이상 청소년, 8,500명(2015년 기준).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들이 위탁 종결 이전부터 스스로 자립이 왜 필요한지, 나는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제로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정위탁청소년이 ‘자립’에 대해 건강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후원자님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정림(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이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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