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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세이브더칠드런② 캄보디아 크라체, 김윤정 단원(5) 키~컸으면! 키~컸으면!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09-01-29 조회수 5033

머라움 마을에 사는 보파 아주머니는 열 달 된 딸부터 7살짜리 아들을 포함하여 총 다섯 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마을의 다른 아이들처럼 보파 아주머니의 아이들도 하나 같이 나이에 비해 몸이 왜소한 편입니다. 처음 캄보디아 마을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풀밭에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형이나 누나를 따라 학교에 온 대여섯 살의 아이들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종이 치자 그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교 3학년 수업을 들으러 들어가더군요. 그제서야 캄보디아에 온 이후로 저보다 키가 큰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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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클럽의 아동들과 아동 권리 주제를 가지고 레크리에이션 중 :아이들이 저를 거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한 일인 것 같네요.^^>

캄보디아에서 태어나는 1000명의 아기들 중 83명이 5세 이전에, 37명이 첫 생일조차 넘기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의료시설이나 예방접종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만성적인 영양 실조로 인한 임산부의 건강악화와 이런 산모로부터 태어나는 미숙아 출산이 그 주된 이유라고 합니다. 고열, 호흡기 질환, 설사, 구토와 같은 어느 나라 유아에게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증상에, 파상풍, 뇌수막염, 말라리아, 뎅기열과 같은 좀 더 특수한 질병에 이르기까지, 캄보디아의 아이들을 위협하는 병은 다양합니다. 이런 상황의 개선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기업 SUN의 지원을 받아 캄보디아 크라체 지역의 아동사망률을 낮추고, 그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흔히 건강, 보건, 영양 상태 등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라고 하면, 새로 지은 병원을 기대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캄보디아 곳곳에는 외부 지원을 받아 지어진 병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혜국가에서 장기적으로 그 병원을 운영할 유지비와 의료인력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 병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새로 지은 병원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월급을 제 때 받지 못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거나, 지원 받은 의료기기를 주인의식 없이 마구 사용하다가 고장이 나서 구석에 방치하는 등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국제구호와 개발 현장에서도 종전의 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돕고 싶다는 선한 마음만으로, 주는 사람의 입장만 고려해 일방적인 지원을 하는 대신, 받는 사람과의 대화와 합의를 통해,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되,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장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예를 들어 학교, 병원, 도로 등의 인프라 시설)의 지원만큼이나, 그들의 생활 방식의 변화 등을 통해 좀 더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방법으로 상황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가족들이 소비할 수 있는 제한된 식재료를 가지고, 좀 더 균형 잡힌 음식을 섭취하고, 이를 통해 특히 사망률이 높은 산모와 아동의 면역력을 보강할 수 있게 돕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시골 마을에서는 영양가 있는 식습관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계절에 따라 우리네 보릿고개와 같은 춘궁기가 있어 밥을 굶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간혹 고기를 먹을 기회가 생기면 고기만 맹목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단백질 섭취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채나 과일의 섭취가 의외로 부족해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의 부족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일단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의 개념과, 균형 있는 식사의 중요성을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또래교육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쉬운 노래를 함께 만들었고 아이들은 교실과 마을에서 “콩에는 몸에 좋은 단백질이 들어있고요, 집 앞에 채소를 길러서 자주 먹으면 몸이 더 건강해질 수 있어요~” 라는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마을마다 세 명의 지원자 아주머니들을 저희 사무실로 모셔서 조금 더 전문적인 영양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특히 산모와 유아가 먹으면 좋은 영양가 있는 음식과 이유식 만드는 법을 소개했지요. 마을로 돌아간 이 아주머니들은 마을 사람들과 이러한 정보를 나누게 되었고, 이렇게 영양에 관한 마을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저희는 지난 달 마을을 찾아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들을 상대로 영양죽 만들기 시범을 보였습니다. 여러 번의 설명보다는 주민들 앞에서 바로 영양죽을 준비하면서, 조금의 쌀과 고기, 야채 등을 가지고도 충분히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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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마을에서 오신 지원자 아주머니들께 영양가 있는 식단에 대해 워크샵을 하는 현지 직원>

그 때까지만 해도 소극적으로 저희의 설명을 듣고 음식 만들기를 지켜만 보던 마을 주민들은 영양죽이 완성되어 나누어 먹는 시간이 오자 조심스레 이것저것을 저희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시력이 계속 나빠지는데 뭘 먹이면 좋을까요?”, “쇠고기 대신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어도 충분히 단백질 보충을 할 수 있는거라구요?”, “영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집 앞 마당에 채소를 심어보려고 하는데, 어떤 채소가 좋을까요?” 등등 미리 준비해온 질문들을 쏟아 부었습니다. 영양에 대해 관심도 지식도 없던 주민들이, 이제는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너희들도 저 한국에서 온 누나처럼 키가 클거야” 라며 저를 가리키는 것을 보면서 자식을 가진 부모의 간절한 마음은 국경을 떠나, 경제적 지표를 떠나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새로 지은 병원보다는 미약해 보일지 모르는 저희의 이러한 활동들이, 각 가정과 아동들의 삶에는 더욱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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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 앞에서 만들어 제공한 야채고기영양죽-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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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저희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을 통해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털모자를 받은 아기가 있어서 사진을 찍었답니다. 모자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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