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하단바로가기
열기
HOME > 기관안내 > 세이브더칠드런이야기 > 나눔이야기

기관안내

후원하기

나눔이야기

글조회
Kai의 아프리카 희망歌⑥ 책 읽는 어린이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09-02-19 조회수 4474

어느새 중천에 올라 그 위력을 더해가고 있는 태양 덕분에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 닦아내랴, 어지러이 쌓여 있는 물건들 피하랴,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니랴, 시장을 빠져 나오는 것도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시장의 그늘을 벗어나자마자 지면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힙니다. 금새 땀으로 흥건해진 옷가지는 몸에 착착 감기며 움직임을 방해합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열기 속을 걸으면서 잊고 있었던 허기와 목마름이 동시에 밀려 오기 시작합니다. 행여나 먹거리가 있을까 시장 반대편으로 걸어가다 도로 변에 위치한 ‘알바르카(Albarka)’ – 현지어인 반바라어로 잘 먹었습니다 라는 의미 – 레스토랑을 발견하였습니다. 
 

width=400

                              [튀니지에서 온 안와(Anwa) 아저씨가 운영하는 알바르카 레스토랑]
 
식사 중에도 자동차의 매연과 모래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 들어 오긴 하지만 적어도 시카쏘 시내에서는 가장 신뢰할만한 음식을 제공해 주는 곳입니다. 테라스의 선선한 그늘 속에서 오랜만의 여유를 느껴 봅니다. 강한 자외선과 모래 바람 때문에 눈 뜨기 조차 힘든 바깥 세상과는 달리 뺨에 살랑이는 바람마저 느껴지는 이 곳,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음식이 나오자 주변에서 구걸하던 어린이들이 테라스 근처로 몰려듭니다.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알아 들을 수 없는 현지어로 무어라 중얼거리는 어린이들. 온 몸에 하얗게 뒤집어 쓴 모래 먼지. 해어진 옷들은 너덜거려 몸의 반 조차 가리는 것도 힘겨워 보입니다. 옷의 앞섶 사이로 둥그렇게 나와 있는 어린이들의 배와 제가 주문한 스테이크와 감자 튀김이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그 한 무리의 어린이들 뒤로 무거운 수레를 혼자 끙끙대며 끌고 가는 청년의 원망스러운 눈길이 스쳐 지나갑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의 한 장면, 뜨거운 태양 볕 아래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들을 배경 삼아 테라스의 그늘 속에서 차를 마시고 웃고 즐기던 귀족들의 모습이 혹시나 저와 같았던 것은 아닌지...... 잘못한 것도 없는 데 죄책감이 앞섭니다.

 
align=rightalign=left

 

 

 

 

 

 

 

 

 

         [동네에서 마주친 아이들]                                              [구걸하는 어린이들이 집까지 따라 왔습니다.]

시장에서부터 마주친 거리의 어린이들은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지금처럼 테라스 밖에서 구걸하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앵벌이들입니다. 유니폼처럼 똑같은 깡통을 옆에 차고 4-5명씩 무리 지어 다닙니다. 구걸에 동원되는 대신 단체로 숙식을 제공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시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파란 비닐 봉지를 파는 어린이들입니다. 장을 보고 있노라면 금새 제 뒤에 서너 명의 어린이들이 졸졸 따라 다니며 파란 봉지를 사달라고 조릅니다. 앵벌이는 아니겠지만, 미래를 위한 어린이들의 교육 보다 당장 그들이 벌어 오는 푼돈이 가정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한 가장이 그들을 시장으로 내몰았습니다.
 
이렇게 시장과 거리를 배회하는 어린이들의 나이는 적게는 5-6살부터 많게는 11-13살까지입니다. 성격과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에 이들은 하루 24시간 갈 곳 없이 떠돌고 있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어떠한 보호도, 미래를 위한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한채 365일 지금도 시장 바닥을 떠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align=middle

                                     [역시 어린이들은 학교에 있어야 가장 신이 납니다.]
 
Save the Children 시카쏘 사무실 옆에는 학교가 하나 위치해 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 길에는 창문 너머로 수업에 열중인 어린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반에 30명 남짓 되는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녁 퇴근 길에는 끼리끼리 모여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흙바닥이지만 제 어린 시절보다 몇 배는 재미있게 놀고 있습니다. 어찌 그렇게 유연할 수 있는지 저만치서 부터 뛰어와 덤블링을 하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지면을 태우던 성난 태양도 어느덧 하늘에 붉게 노을을 장식하며 뉘엿뉘엿 져갑니다. 어둠이 깔리고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 오기 시작하는 시간. 인적 하나 없이 휑하고 황량한 어둠을 드문드문 채워 주는 약하지만 따스한 주황 빛. 그 가로등 밑으로 하나 둘씩 어린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가로등 밑에 있는 벽돌 무더기 위에 한 줄로 쪼그려 앉아서 자기들이 가지고 온 책을 펼치는 어린이들. 전기가 들어 오지 않는 곳에 살고 있지만, 밤에도 책을 마저 읽고 싶어 나오는 아동들입니다. 이 곳 아프리카 사헬 지역의 밤은 말라리아와 황열병을 유발하는 모기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시간입니다. 또한 침침하기 그지 없는 빛이 그들의 눈에 좋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어린이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가지고 온 책을 정신 없이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아동들 머리 위를 비추는 가로등 빛은 그렇게 약한데, 그들의 눈빛은 강렬하게 제 마음 속에 남습니다.
 
새삼스럽게 ‘아무리 황폐해진 세계도 다음 세대들을 통해서 재건해 낼 수 있다’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책 읽는 어린이들이 가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이 땅은 분명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우리의 손길로 보호한 조그맣고 어린 열정들이 주역으로 열어갈 신 세계를 기대합니다. 
 

width=400

                                [눈부신 미소를 가진 이 어린이들의 무궁 무진한 미래를 위하여!]

후원하기 

 

게시글 윗글 아랫글
윗글 효민 아빠의 말리 이야기 3 - 말리의 아름다운 결혼 이야기
아랫글 코트디부아르를 돕는 착한 초콜릿 캠페인 진행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