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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영화제 인터뷰 ①] 배우 문소리, 아동권리영화제 관객 만나다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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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개봉을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 문소리. 제4회 아동권리영화제 첫날인 11월 24일,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GV로 함께 해줄 수 있냐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요청에 선뜻 응했다. 2016년 희망tv SBS 촬영에서 코트디부아르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올려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같은 해 제2회 아동권리영화제 홍보대사로 영화제를 널리 알렸던 그녀. 세이브더칠드런이 하는 일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녀와 아동권리, 그리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소리 배우님, 반갑습니다. 2년 전에 세이브더칠드런과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 연극을 만드셨죠? 기존 모금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였는데, 연극을 하면서 의기소침했던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하고 밝아진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가서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눈물 짓고 오고 싶지 않았어요. 그 친구들한테도 빛나는 추억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대에서 박수 받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빛나는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연극을 너무 하고 싶어하더라고요. 열심히 자기 얘기를 했어요.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구성하면 연극이 되겠다 해서 극본을 썼어요. 워낙 목소리도 움직임도 큰 아이들이어서 연기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어요. 소박하고 어설프게 했지만 재미있게 준비했어요.



연극하는 날 비가 와서 공연 못 올리는 줄 알았어요. 나뭇가지를 얹어 지은 천막을 관람석 삼아 야외에서 극을 올리는데 비가 샐까봐 아이들이 지붕에 올라가서 비닐을 덮었죠. 포스터 붙인 게 비에 젖는다고 속상해 하고 관객이 안 오면 어쩌나 마음 졸였는데 만석으로 잘 끝났어요. 정말 드라마틱했어요.



연극 제목이 <우리들 이야기>였죠? 아동권리가 테마였는데, 연극을 올리면서 아동권리를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교육받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인데 그러지 못하니까 안타까웠어요. 아이들 스스로 목소리 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잖아요. 우리 어른들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신경 써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든, 그렇지 않든 어른으로써 마땅히 져야할 책임이 아닐까 해요.



혹시 한국에서도 아동권리를 주제로 연극을 만드신다면?

안 만들어요(웃음). 배우로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요. 요즘 아동권리에 관한, 정확히 말하면 아동학대에 관한 영화가 꽤 기획되고 있더라고요. 최근 아동학대 사건들이 여러 건 밝혀졌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서 그런지 아동학대 관련 시나리오가 꽤 있어요. 제 아이가 어리니까 저는 차마 (그 시나리오를) 읽을 수도 없고 (연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엄두가 안 나요. 

그렇다면 아동권리적 측면에서 한국 아동들의 삶을 어떻게 보시나요?

어렸을 때 행복했던 기억이 많으면 커서도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반찬이 한두 가지밖에 없어도 간장에 밥 비벼셔 하하호호 즐겁게 먹었던 기억이 있으면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잖아요. 아이들 놀 게 하는데 큰 돈이 드는 것 같지 않은데, 아이들은 놔두면 그냥 노는데 그러지 못하는 거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해야한다는 게 안타까워요.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아동권리라는 것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여서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영화제를 열어 4년째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영화가 가진 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관객분들께서 영화를 미술이나 음악, 문학과 같은 다른 예술 장르보다 쉽고 친근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 부담이 적기도 하고요. 영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담거나 커다란 주제를 다룰 수도 있는데요.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관객들에게 ‘이런 것에 대해 혹시 느껴 보셨어요,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하고 질문을 던지기 좋은 매체인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가진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네마토크에 참여하시는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서는 아빠에게 가정폭력을 겪은 아이와 엄마가 법원에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아이의 불안한 심경이 생생하게 잘 느껴져서 영화를 끝까지 보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클로즈업 샷이 많은데 아이가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초등학교 삼 사학년쯤 해질녘에 불안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 기분이 지금도 떠오르면 싫거든요.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글로 써놓으면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아닌 것 같은데 연출 면에서 긴장감이 있었고 마지막 부분이 가슴 아팠고 큰 이야기로 다가왔어요. 



처음에 법원에서 피고, 원고 입장이 팽팽하게 다르게 그려져서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릴까, 이쪽이 맞을까, 저쪽이 맞을까 하면서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그건 모두 어른들의 시각이었구나, 아이 입장에서 봤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도 아이의 진심이 무엇인지, 아이 상태가 어떤지 관심을 갖고 우리 모두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영화를 보시게 되면 관객 여러분들도 끝내 주인공 아이 입장에서 영화를 보실 수 밖에 없어요. 아이가 연기를 정말 잘하고 매력적이에요.


이번 영화제 주제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인데요.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 아동학대사건으로 유년시절을 잃게 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동학대 가해자인 부모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훈육차원에서 그랬다는 대답을 합니다. 아직까지 이런 사건들을 사적인 부분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이 학대인 경우도 있잖아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경우에는 어른들이,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내 뱃속에서 나왔으니 내 꺼 같고 아이가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어요. 아이 생각은 나와 다를 수 있으니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해야하는데 말이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어른들이 배워야할 것 같아요.


세이브더칠드런에 비폭력적인 양육법인 ‘긍정적 훈육’이라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요. 아이에게 따뜻함을 제공하면서 차근차근 아이 눈높이에서 규칙을 알려주면 아이들도 충분히 배우고 변할 수 있다는 거에요.

소책자 만들면 저도 주변에 나눠주고 싶어요.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며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외에도 이번 영화제에서 <어느 가족>, <땐뽀걸즈>,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빌리 엘리어트>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배우님께서 딸과 함께 영화를 본다면 어떤 영화를 보고 싶으신가요?

<땐뽀걸즈>. 요즘 연두(딸)가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하니 <빌리 엘리어트>도 좋겠어요. 요즘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도 적고 특히 여자아이들은 잘 안 움직이려고 하잖아요. 연두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푹 빠져서 꿈이 요리사예요. 방과후교실에서 요리를 배워서 만들어와요. 집에 오면 저하고도 같이 만들자고 하고. <리틀 포레스트>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줬나봐요.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함께 보아요!"- 배우 문소리


이번 영화제에 오시는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도 꽤 있고 관객 여러분들도 굉장히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가족>, <빌리엘리어트>를 비롯해 영화 속 아역배우들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어른들이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눈빛, 말투… 아이들의 연기가 영화에서 큰 힘을 발휘해요. 영화를 볼 때 아이들이 나오면 연기에 매료돼서 흠뻑 빠져서 볼 때가 많은데요. 많이 오셔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하윤(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한국화(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아동권리영화도 보고 시네마토크도 참여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