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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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의 희망, 한국으로 온 난민아동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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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야만 해요. 달려서 도망쳐야만 해요. 다른 길은 없어요. 오직 여기서 멀리 떠나는 수밖에. 더 이상 여기 머물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누구랑? 언제? 얼마나 오랫동안? 친구에게 작별 인사조차 할 수 없어요.
엄마, 너무 무서워요! 아빠, 너무 겁이 나요! 더 머물 수는 없어요. 이제 우리 집은 여기 없으니까요.
멀리멀리 달아나며 한 번 더 뒤를 돌아보죠. 이게 정말 마지막일까요?
모든 것을 두고 떠나지만 곰 인형만은 가지고 갈래요. 품에 안고 있으면 포근하고 힘이 나니까.
새카만 어둠 속에서도 끝없는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안전을 향한 난민아동의 슬픈 여정을 담은 동화책 <도망치는 아이> 에서 발췌



전쟁과 박해를 피해 떠난 사람들


오는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올해로 20주년이 되었습니다. 난민은 인종이나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서 혹은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본인의 나라(국적국)를 떠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국적국에서 보호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으며, 공포로 인해 한국에 오기 전 거주한 국가(상주국)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길 원치 않는 무국적자입니다. (난민법 제2조 제1항) 전쟁과 박해로부터 피하기 위해 집과 나라, 소중한 이들로부터 떠나야했던 이들이 난민으로서 인정 받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국내 첫 난민 신청이 이뤄진 1994년부터 2019년까지 총 64,358건의 난민 신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 1,015명이 난민지위를 인정 받았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아동의 난민 신청은 전체 4.57%인 2,942건이며, 이중 난민으로 인정된 수가 332건, 인도적체류 허가를 받은 수가 527건입니다. 작년 한 해를 살펴보자면 총15,452건의 난민신청이 있었고 그 중 79명이 난민지위 인정 받았는데, 이는 전체 0.4%로 역대 최저 비율입니다. 이중 18세 미만은 전체 난민신청의 3.76%인 581건이며, 이중 37건이 난민으로 인정되었고 41건이 인도적체류 허가를 받았습니다. (* 법무부 난민과 행정정보공개청구 결과 기준, 2020.3.27-2020.5.20)


  전쟁과 박해, 가난을 피해 떠나는 사람들의 목숨을 건 탈출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들이 이동하는 험난한 여정의 길목마다 아이들을 지키며 함께 하고 있습니다.


네 명의 아이들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인도적체류자격의 난민신청 아동입니다.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대다수의 경우 ‘거주(F-2)비자’가 주어지는데요, 이 비자의 체류기간은 최대 5년까지 부여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난민신청자는 ‘기타(G-1)비자’를 받습니다. 이 비자의 체류기간은 최대 1년으로, 기간이 만료되기 전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에 직접 나와 기간을 연장해야 합니다. 난민인정자는 난민신청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국가의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받으나, 난민 인정에 관한 심사 중이거나 불인정에 대한 소송 중인 자, 인도적체류자는 거의 모든 사회 서비스에서 배제되죠.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가정은 대다수가 의식주는 물론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기본적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난민아동이 보내온 편지

아동 보호를 위해 아동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으며, 아동 나이는 2020년 기준입니다. 이야기는 아동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해당 글과 관련 없음) 2019년 세이브더칠드런 중부지부의 난민아동지원 보육비 지원 사례를 담은 사진입니다.


나는 아리아(만 2세)입니다. 봄이 사라졌어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때문에 어린이집에도 못 가고 집에만 있어야 했거든요. 아픈 동생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엄마도 바이러스 때문에 일이 없어졌대요. 전 시리아에서 왔어요. 2017년 4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선생님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전화도 해주고 집에 와서 이것저것 챙겨주세요. 이번에 마스크랑 손세정제도 선생님들이 주셨어요. 엄마는 혼자서 저랑 동생을 키우는게 힘들지만 우리가 웃으면 다 좋대요. 그래서 나도 좋아요. 


나는 주니(만 5세)입니다. 우리 가족은 2018년 예멘에서 왔어요. 한국에 온 아빠는 귤을 골라내는 일을 했어요. 아빠는 제가 한국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며 잘 적응하길 바랬는데, 절 어린이집에 보낼 돈이 없어 속상했대요. 그러다 작년 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절 어린이집에 보내줬어요. 친구들이 생겼고 같이 놀면서 한국말을 배울 수 있어 기뻐요. 9월에는 동생 아라가 태어났어요. 아빠와 엄마는 한국이 낯설지만 안전한 곳에서 우리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어 행복하대요. 하지만 아빠가 코로나 때문에 일을 못하고 계세요. 아빠와 함께 있어 좋지만 엄마 아빠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이브더칠드런 선생님들이랑 후원자님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감사해요.


나는 라나이(만 4세)입니다. 우리는 모두 여섯 가족이에요. 아빠는 매년 도장을 받아야지 한국에 살 수 있대요. 엄마와 우리는 난민 인정 심사를 기다리고 있어요. 엄마랑 아빠가 취업을 할 수가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세요. 하지만 코로나로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일자리가 너무 없대요. 부모님은 열심히 저축을 해요. 그래야 우리가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고, 겨울에 찬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을 고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집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고 자꾸 불이 꺼져 깜깜해지는 건 돈이 엄청 많이 필요해서 고치기 힘든가봐요. 코로나가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우리를 도와주는 후원자님이 있어서 매우 든든해요.


나는 숀(만 4세)입니다. 우리 가족의 고향은 아프리카 동쪽 말리라는 곳이에요. 한국에 와서 일을 시작한 아빠가 손을 다쳤어요.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일자리가 없대요. 엄마의 뱃속에는 동생이 있어요. 겨울이 되면 만날 수 있대요. 전 동생이 생겨서 좋은데 엄마 아빠는 걱정이 많대요. 엄마가 (빈혈 때문에) 자주 어지러워서 일을 할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저를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해요. 그래서 전 어린이집에 가고 아빠는 병원에도 갈 수 있어요.




난민아동,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해당 글과 관련 없음) 2019년 세이브더칠드런 동부지부의 이주아동가족통합지원 사례를 담은 사진입니다.
 
난민의 삶은 여타 이주자와 비교해 그 어려움이 더욱 큽니다. 난민 인정자를 제외한 난민 신청자와 인도적체류자에 대한 공적 지원체계는 거의 전무합니다. 그리고 성인 난민의 삶은 이들이 양육하는 아동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집니다. 특히 18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의 경우, 부모의 사회·경제 스트레스가 양육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어린 자녀의 삶도 위협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난민아동의 생존과 발달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사회 대표 난민NPO활동기관으로부터 현장의 난민아동 권리침해 실태를 청취하고, 그들의 제안을 참고해 2010년부터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양육비, 보육비, 의료비를 지원하는 난민아동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 '난민아동지원 성과평가 및 지원방안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간 사업 과정을 분석하고 성과와 개선방안을 도출했으며, 2019년 전국 3개 지부에서 지역 기반 이주아동가족통합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올해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해 양육비, 보육비 지원 분야에 집중하고 지역 모니터링을 강화합니다. 또한 부모 대상 한국문화와 아동양육이해 컨텐츠 및 주변인 대상 이주아동이해를 시범실시하고 컨텐츠 제작 및 확산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난민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해주세요.
※ 사업지역: 중부지부(서울∙경기∙인천∙강원 지역), 동부지부(대구∙울산∙경북 지역), 서부지부(전라∙광주∙충청∙대전∙세종∙제주 지역)




난민-난민아동 이해하기


 이번 ‘세계 난민의 날’에는 전시, 책, 그리고 영화를 통해 난민아동의 삶과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 전시 Exhibition  
<세계난민 사진전> 2020년 6월 17일~23일 | 세종미술관 2관
2007년 파키스탄 지진피해지역을 시작으로 아이티, 시리아, 이라크, 미얀마(로힝야족), 콩고 등 13년 동안 분쟁지역을 취재해 온 전해리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작품 100여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앞서 2015년 터기 이스탄불에서 보트를 타고 그리스 레스보스 섬으로 건너가 독일로 향한 시리아 난민 바젤과 루나의 탈출에 동행해 다큐멘터리로 기록을 남긴 바 있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이때 촬영한 작품들도 공개됩니다.


◇ 어린이책 Storybook
<도망치는 아이> 핌 판 헤스트 지음 | 아론 데이크스트라 그림 |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건물 여기저기가 무너져 내리고, 거리 곳곳에 총알 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어느 마을에 한 아이가 있습니다. 전쟁으로 한순간에 마을은 파괴되고,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곳이 되어 버린 마을을 떠나야하죠. 아이는 예전처럼 친구들과 함께 거리에서 놀 수 있기를, 마음껏 소리 내어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고된 여정 끝에 도착한 곳에서 아이는 어떻게 지내게 될까요? 우리 주변의 난민 아동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 영화 Movie
<사마에게> 2020.01.23 개봉 | 15세 관람가 | 다큐멘터리
포스터에 담긴 대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한 엄마를 용서해 줄래?” 영화 <사마에게>는 시리아 알레포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폐허의 도시에서 수많은 이들이 떠나고 다치고 죽었지만, 감독은 그곳에 남아 결혼을 하고 아이 '사마'를 낳아 키웁니다. 그리고 의사인 남편과 함께 무너진 병원을 다시 세우고 다친 사람들을 치료합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도시의 자유를 위해, 그리고 딸의 미래를 위해 그 자리를 지키지만 정부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결국 도시를 떠나지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평범한 이들이 겪은 전쟁과 그 안에서 피어난 가족, 이웃간의 유대, 생명에 대한 시선을 함께 느껴보세요.




 나상민 (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아리아, 주니, 라나이, 숀과 같은 난민아동에게 따뜻한 희망을 선물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