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나눔을 통해 만들어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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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꿔도 될까, 할머니‘, 그 후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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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와 할머니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1월이었습니다. 여덟 살 소원이는 외할머니와 단 둘이 삽니다. 소원이 아빠는 소원이가 태어나기도 전 마을을 떠났고, 소원이가 네 살 되던 해 엄마도 집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렸습니다. 소원이와 단 둘이 사는 할머니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일을 하지 못했고, 여건상 기초생활수급비도 받지 못했습니다. 당장 먹을 쌀도, 불을 때야 할 연탄도 부족했습니다. 소원이에게 제대로 된 겨울옷도 사주지 못했습니다. 수북하게 쌓인 다 타버린 연탄과 쉬지 않고 덜컹거리던 지붕, 금이 간 벽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낡은 집. 26년 전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이사 온 집입니다. 후원자분들께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더 추워지기 전 소원이네 집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소원이네 지붕 변화. (왼쪽) 수리 전, (오른쪽) 수리 후.



튼튼한 기왓장, 든든한 지붕


지붕을 겨우 덮은 얇은 슬레이트를 치우고 방수 처리된 기왓장으로 지붕을 수리했습니다. “헌 집 사서 고쳐 썼던 거여. 겁나 오래됐어. 바람만 불면 팔랑팔랑, 우닥닥닥 했어. 어떨 때는 저거까지 날아가서 동네 사람들이 그거 주워다 다시 끼워 주고. 지붕에서는 진짜 흙이 툭툭 떨어졌어. 삐뚤빼뚤해서 눈 내리면 집으로 다 들어오고. 전에는 눈 내리면 (집 안에 새어든 눈이) 안 녹고 얼어버렸거든. 그러면 다니기도 불편하고...... 아주 불편했어” 할머니는 지붕 고친 게 좋다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지금은 물도 안 떨어지고, 바람도 안 들어와. 집이 따스워서 좋아. 눈이 와도 비가 내려도 지붕이 좋으니까, 끄떡없어. 조용해. 겨울에도 아주 따땃했어. 아주 좋아. 지붕도 좋고, 다 좋아




 (수리 전) 집 안에서 바라본 소원이네 집 지붕.


 (수리 후) 집 안에서 바라본 소원이네 집 지붕.


 (수리 후) 소원이네 집 지붕. (왼쪽) 봄 , (오른쪽) 겨울.



화장실과 부엌


소원이와 할머니가 위생적인 환경에서 깨끗하게 생활하도록 싱크대와 변기 사이를 벽으로 막아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전에는 문이 없응께, 문만 열어도 냄새가 많이 났어. 지금은 냄새 안 나. 냄새 좀 나가라고 여기 (부엌)문 열어놓으면 (밖에서) 다 보이고. 전에는 동네 목욕탕 가서 씻었거든. 요즘은 날이 더우니께, 여서(화장실) 문 닫고 씻어. 소원이 씻고 나면 내가 가서 씻고” 따로 화장실을 설치하려 했지만, 공간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벽으로 부엌과 화장실을 분리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여전히 좁은 공간이지만, 할머니는 씻을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집 수리 전 부엌 싱크대 옆에 설치된 화장실 변기. 화장실과 부엌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악취가 심하게 났고 밖에서 화장실이 보였습니다.



 (왼쪽) 부엌과 공간을 분리해 문을 여닫을 수 있는 화장실이 생겼습니다. (오른쪽) 화장실 문을 닫았을 때 모습입니다.



소원이를 위한 방


창고로 쓰던 방은 소원이가 공부에 더 집중하고 온전하게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 독립성을 기를 수 있도록 소원이 방으로 꾸몄습니다. 말이 창고지, 벽면 한쪽은 허물어져 뻥 뚫려있었습니다. 뻥 뚫린 면에 벽을 세워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새로 도배를 하고 장판도 깔았습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를 장만하고 침대도 마련했습니다. 소원이가 갖고 싶어 했던 커다란 곰 인형도 선물했습니다. 옷장도 마련했으나, 방이 좁아 창고 대신 설치한 컨테이너로 옮겨두었습니다. 창고에 보관하던 잡동사니도 모두 컨테이너로 옮겼습니다. “여기가 원래 벽이 아니었어. 뻥 뚫려있었는데 벽도 싸악~ 다 튼튼하게 만들어 주고. 여기 벽도 아주 깨끗하게 붙여(도배해)주시고. 소원이도 집이 깨끗해져서 좋다고 혀. 방도 생기고. 침대도 있고, 책상도 있어 좋고. 학교 다녀오면 방에서 혼자 숙제하고 그려. 학교에서 숙제 내주면 혼자 다 해서 가. (받아쓰기) 100점 맞아 오고. 요새는 더하기 빼기 문제를 갖고 와서 해. 어렵다고도 안 하고, 어려운 건 자기가 혼자 해보겠다고 허고”



 소원이 방. 침대, 책상, 의자, 이불세트와 소원이가 갖고 싶어했던 곰인형.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지원한 (왼쪽) 책상, (오른쪽) 옷장



학교가 즐거운 소원이


“사람들이 그려, 똑똑하고 착하다고” 올해 아홉 살이 된 소원이는 학교가 정말 즐겁고, 좋습니다. 동네에는 또래가 없지만,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원이는 배우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동네 사는 이웃에게 피아노도 배우고, 전자키보드도 선물 받았습니다. 미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할머니 방에 걸려있는 멋진 공예품도 소원이가 학교에서 직접 만든 것입니다.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학교 마치고 돌아온 소원이는 말만 걸면 “몰라요”라고 말하면서 행동은 다릅니다. 책가방에서 쓱 100점 받은 공책을 꺼내 보여줍니다. 띄어쓰기, 맞춤법 하나 틀리지 않은 공책을 보니 할머니가 소원이 자랑을 늘어지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소원이 시력이 점점 떨어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안경을 맞춰주었습니다. 불편한지 안경을 잘 쓰지 않는 소원이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왼쪽) 소원이가 보여준 100점 받은 공책, (오른쪽) 소원이가 학교에서 직접 만든 공예품.


그래도 내 집잉게. 좋아. 나가라는 사람도 없구, 좋아집을 수리하기 전 쥐가 나오던 얘기며 부엌이 흙바닥이었을 때 불편했던 이야기를 하던 중 할머니가 하신 말씀입니다. 소원이와 할머니에게 집은 안식처였습니다. 아무리 좁고, 불편해도 두 사람이 살아가는 곳, 밖에서 돌아와 쉴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좋아, 좋아, 다 좋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표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소원이네 집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며 귀한 마음 보내주신 모든 후원자분들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기뻐해 준 소원이와 할머니께도 감사드립니다.


※ 상세지원내역

영역

주요내용

지원금

주거환경 개선

- 지붕, 화장실, 창고(아동 방 마련) 공사

- 책상, 침대, 의자, 옷장 구입

19,100,000원

학습지원

- 학용품

- 운동화

 300,000원

물품지원

- 안경

- 아동의류(봄, 여름, 가을, 겨울)

- 식료품

 600,000원

합계

20,000,000원




[DREAM 사업]

조부모가정은 노화와 질병으로 경제적인 문제, 양육 스트레스, 아동의 교육과 진로에 대한 정보 습득의 부족, 아동이 고령 조부모를 역 보호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DREAM 사업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조부모가정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9년까지 저소득조부모가정 39가구를 지원했으며 2024년까지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저소득 조부모가정 1,000가구를 지원하고 조부모가정에 대한 전문 지원 모델을 확립할 예정입니다.




 이정림(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조부모가정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