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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빈곤으로 인한 가사 노동 아동 보호사업 후기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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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오랜 가뭄으로 고향을 떠나야 하는 국내 실향민이 증가했습니다.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수도 아디스 아바바로 상경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가정에서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자 아이와 여성 청소년의 이주가 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몰리면 아동 청소년은 더욱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일해야 합니다. 결국, 브로커를 통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직업인 가정부로 취직하는 아동이 늘어났습니다.




많은 에티오피아 여자아이들이 한참 교육을 받아야 하는 나이에 가정부로 취업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가정부로 일하는 아동 중 60% 이상이 신체적 폭력을 상습적으로 당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더욱이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저임금 노동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나아가 성 노동자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다고 파악되었습니다.


아이다의 이야기

암하라 지구에서 온 아이다(16살, 가명)도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일자리를 구해야 했습니다. 4남매 중 첫째인 아이다는 오랫동안 병상에 누운 아버지 대신 엄마와 함께 가족을 부양해야 했습니다. 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됐지만, 교육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아이다는 고향을 떠나 수도 아디스 아바바로 왔습니다.




처음 일했던 집에서는 600 에티오피아 비르(한화 약 1만 8천 원)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급여에 비해 아이다가 맡아야 하는 일은 너무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먹이는 일 뿐 아니라 빨래, 요리, 청소, 장보기까지 도맡아야 했습니다. 고용주 가족이 자러 가기 전에는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습니다. 더욱이 고용주는 이유 없이 발로 걷어차는 등 폭력적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아디스 아바바에 와보니 일자리를 찾으러 브로커를 찾아온 여자 아이들이 정말 많았어요. 

첫 달에는 600비르를 받고 급여가 오르는 조건으로 일하게 됐어요. 

그 집에서 지낸 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약 1년간 이어진 일상적인 폭력 끝에 브로커를 다시 찾아갔지만, 가정부로 일하려면 부당한 대우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이 들어간 집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고용주를 만났지만 여전히 학교에 갈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점차 잃어갔습니다.




일하는 아동을 위한 보호 프로그램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도시로 온 많은 아동이 아이다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해한 노동 환경에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아동 495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해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했습니다. 한참 가족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나이에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아동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겪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또래 친구들과 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면서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부당한 요구에 대한 인식을 높여 폭력 상황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교육했습니다.


가사 노동에 종사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



교육의 기회와 소규모 창업 지원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 574명의 등록금을 지원하고 학용품과 위생용품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회계 교육처럼 구직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며 향후 더 나은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을 갖췄습니다. 청소년 50명에는 창업 자금을 지원해 소규모로 자신만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 창업 지원금으로 커피와 차를 팔기 시작한 카말리(16살, 가명)



고용주 및 지역사회 인식 교육

고용주 495명을 대상으로 고용주의 책임과 기대되는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일하는 아동에게도 반드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될 필요가 있음을 알리고 야간 수업 등에 아동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을 독려했습니다.



인식개선 워크숍에 참여한 가사 노동 고용주와 아동 


또한 아동 사례관리 과정에서 신체적 폭력, 성폭력, 납치 등이 의심되는 13건에 대해서는 지역 경찰서와 사법기관에 보고했습니다. 이처럼 지역사회 및 정부 당국과 밀접하게 협력하며 아동을 보호하는 환경이 지역사회 전반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 아디스 케테마(Addis Ketema) 구 경찰서의 아동보호전담팀을 대상으로 트레이닝 진행





이제 아이다는 아침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야간 학교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매달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야 하지만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교육비를 지원받고 난 뒤로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교육을 마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입니다.



“학교에 가게 되면서 가정부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정말 기뻐요.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제는 폭력 상황이 발생하면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 아이다가 고용주와 함께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