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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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기부 후원자인터뷰] “우리의 선한 영향력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또다른 선함으로 이어지기를…”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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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저녁,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엄마의 유산을 기부하고 싶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후원자님의 목소리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였습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엄마의 소중한 유산을 투명하게 사용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싶어요”


여러 차례 상담 끝에 후원자님은 저소득조부모가정의 아동들을 돕기로 결심하셨고, 

세이브더칠드런에 5000만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후원자님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흔적을 남기신 故우재선 후원자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故우재선 후원자님(좌)과 자녀 김주영 후원자님(우)

Q. 먼저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지난 2020년 9월 7일 세상을 떠나신 우재선 님의 셋째 딸 김주영입니다.


Q. 생전 어머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엄마는 아버지와 이혼 후, 세 딸을 홀로 키우셨습니다. 강인하셨고, 현명하셨고, 똑똑하셨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늘 다정하셨고, 본인처럼 처지가 딱한 이들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검소하고 알뜰 하셨고, 언제나 흐트러짐없이 단정하셨습니다.

 

Q. 넉넉한 환경에서 모은 돈이 아닌 어머님께서 생전에 아껴가며 어렵게 모으신 기부금인데요… 어머님께서 유산 기부를 결심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엄마는 홀로 자식 셋을 키우시며 식당을 운영하셨습니다. 뼈마디가 뒤틀리고, 무릎이 닳아가며 일하셨습니다. 엄마의 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엄마의 재산입니다.

아프시기 전, 건강하실때부터 늘 기부에 뜻이 있으셨습니다. ‘재산은 다 사회에 기부하고 죽을 것이다’ 라는 말씀을 때때로 한번씩 하셨습니다. 아마도 본인이 워낙 힘들게 사셨으니 그랬을 겁니다. 혼자 장사하시며 겪으신 고초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이 늘 가슴에 남아, 본인처럼 힘든 이들에게 마음이 쓰이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어머님의 고단했던 삶이 담겨있는, 아끼고 아껴 남겨놓으신 유산이어서 자식 입장에서는 더 쉽지 않으셨을 거 같아요. 유산기부, 자식으로서 어머님의 뜻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아깝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워낙 평상시에도 늘 하시던 말씀이시라, 놀랍지 않았습니다. 임종 며칠 전에 기부의사를 밝히셨을 때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매우 위중하셨으니까요. 돌아가시고 상속재산 정리하면서도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엄마가 힘들게 모은 재산이, 꼭 필요한 곳에, 잘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의미 있게, 엄마의 뜻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Q. 유산기부를 통해 유족 분들이 바라는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기부금이 잘 쓰여 지길 바랍니다. 금액적인 지원만이 아니라 심적인 위로와 용기, 기부자들의 선한 마음이 함께 전달되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이웃을 사랑했던 자비의 마음이 그들에게 꼭 기억되길 바랍니다.


Q. 어머님께서 어렵게 모으고 남겨주신 소중한 유산이다보니 기부단체 선정도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어떤 점이 마음을 움직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략 15년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오래 지켜봤습니다. 진정성 있게 잘 꾸려가고 있는 모습에 늘 믿음이 갔습니다.



Q. 유산기부가 가족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엄마의 뜻에 조건 없이, 사족을 달지 않고, 순종해 본적이 얼마나 있었나 싶습니다. 이번 유산기부는, 저희 4남매 모두에게, 생전에 다해드리지 못한, 효孝의 마침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어머님이 어떤 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는지요?

추운 겨울날, 엄마와 외출할 때면, 굳이 제 외투 주머니는 두고, 엄마의 외투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 함께 손을 잡고 길을 걸었습니다. 늘 손이 차갑던 셋째 딸에게 아낌없이 본인의 체온을 나눠 주시던 엄마였죠.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그렇게 팔짱 끼고 손잡고 엄마와 나란히 걷던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엄마는 따뜻한 분이셨어요.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진심으로 돌보는 분이셨습니다. 엄마의 온기가 기억되길 바랍니다.

Q. 유산기부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내가 나눈 착한 마음은 머물러 고여 있지 않고, 흐르고 흐릅니다. 나의 선(善)이 누군가의 삶에 위로가 되고, 그 위로는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용기가 되고, 그 용기가 어딘가에 닿아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유산기부를 통해 선한 마음이 흐르고 흘러 우리 안에 넘쳐 흐르길 바랍니다. 우리의 선행이 또 다른 선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 세상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신 故우재선 후원자님 소중한 유산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끝으로 김주영 후원자님께서 보내주신 글로 인터뷰를 마무리합니다.


“지나고 나서야 느끼는 아쉬움이 참 많습니다. 부모를 잃은 자식에게 후회와 회환은, 가슴에 바위덩어리처럼 크게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바위덩어리에 짓눌리지 않고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은, 엄마와 나누었던 추억입니다.

더운 여름 퇴근길, 엄마와 함께 시원한 빙수를 나눠 먹으며 땀을 식혔던 기억, 함께 우도봉에 올라 시원하게 소리지르며 바닷바람을 맞았던 기억, 함께 을왕리 해변가를 1시간넘게 걸었던 기억, 단둘이 오붓하게 산행했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추억하며, 
‘엄마, 그래도 우리 좋았던 기억이 참 많지? 엄마랑 우리, 잘 살았던거 맞지?’ 생각합니다. 
나로 인해 엄마가, 엄마로 인해 우리가, 충만했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마음을 달래고, 위안을 얻습니다. 


삶의 추억을 많이 쌓으세요. 사랑했던 사람과의 소중한 기억은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 될겁니다. 

깊어가는 가을, 마트에 가보니 밤이 나왔더라구요. 엄마가 까주시던 밤을, 잘도 받아먹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가족들과 밤을 까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달래 보아야 겠습니다. 지금의 이 시절도, 훗날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될테니까요.”


이순영 (아너스클럽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