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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어떻게 키우고 싶으신가요?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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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요즘육아 금쪽 같은 내새끼>.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시죠? 아이들의 변화를 보면서 육아의 어려움과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방송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TV에 나오는 것처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참 쉽지 않은 상황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가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릴 때, 지나치게 떼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거나, 너무 많은 육아 정보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마음 같지 않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대뜸 화부터 불쑥 터뜨리고는 후회하는 일상이 반복될 때도 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체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엄마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집을 어질러놓은 아이 (2015 아동권리 영화제 트레일러 중 한 장면)


어떻게 하면 때리지 않고, 화내지 않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체벌근절 캠페인을 펼치고, 징계권 삭제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동시에 체벌의 대안으로서 비폭력적인 양육방식을 오랫동안 고민해왔습니다. 양육할 때 체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다른 방법을 몰라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8년, 일상의 단기적인 문제 상황 해결이나 특정 기술이 아닌 양육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우는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부모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열리던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부모 프로그램이 지금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책을 출간하고 6월과 7월에는 서울, 전주, 인천, 대구, 김해, 부산 6개 지역에서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12명 내외의 인원이 9주 동안 매주 2시간씩 교육에 참여하는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부모 프로그램의 내용을 컨퍼런스 한 번에 다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아이의 발달단계를 이해하고 장기적 목표를 세우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맛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정이 맞지 않아서, 거리가 멀어서 컨퍼런스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분들을 위해 컨퍼런스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정답이 아닌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알려 드려요


김해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숲’의 백지은 소장이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의 맛보기를 소개했습니다. 백지은 소장은 캐나다 세이브더칠드런과 마니토바 대학의 조안 듀랜트 교수가 함께 개발한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를 한국에 처음 도입했을 때부터 부모 교육과 강사 양성에 슈퍼바이저로 함께했습니다.


강연에서 백지은 소장은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가 각 육아 상황에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지, 또 부모가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지 생각해보면서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양육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기회라고 소개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강연중인 백지은 소장 


“이야기를 하나 들려 드리겠습니다. 아이가 유치원 버스를 타기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지금 출발해야 아이도 유치원에 늦지 않고 회사에도 지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아이가 혼자서 양치질을 하기를, 지금 당장 색연필을 집어넣고 유치원 가방을 메기를 바랍니다. 이걸 우리는 단기적인 목표라고 할 거예요.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가 느긋하게 움직이거나 떼를 쓰면 소리를 치게 됩니다. 혼내거나 잔소리를 하고, 심하면 때리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오는 단기적인 반응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시간이 지나 아이가 스무 살이 됐습니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아이와 나는 어떤 관계이기를 바라시나요? 한번 적어 보세요.” 


백지은 소장의 질문에 답을 적는 참가자


백지은 소장의 질문에 잠깐 고민하던 분들은 곧 자료집에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생각해 본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사랑을 받을 줄 알고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요.”

“감사하는 마음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가 되면 좋겠어요.”

“저는 그냥 아이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요.”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에 관한 질문에는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꾸준히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 관계”, “서로 소통하며 응원해주는 사이”, “어려움이 있을 때 신뢰하고 의논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백지은 소장은 지금 생각하고 발표한 내용이 바로 양육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발표하는 참가자


“다시 아까 상황으로 돌아가 볼까요? 아이가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할 때 우리가 하는 행동, 소리 지르거나 협박을 하거나 억지로 스케치북을 뺏고 가방을 메게 하고 혹은 꿀밤을 한 대 때리는 단기적인 반응이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에 미치는 영향을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일상의 갈등을 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는 기회로 생각하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에서는 9주 동안 계속해서 연습하면서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과정을 배웁니다.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부모 프로그램의 과정을 쉽게 설명한 그림


이어서 백지은 소장은 장기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따뜻함과 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따뜻함이란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느끼도록 사랑을 보여주고 아이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구조화는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유와 원인을 설명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에서 배우는 따뜻함과 구조화


이 외에도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에서는 영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경험하는지 아동의 발달 단계의 특징을 배우고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장기적인 목표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내용을 배운다고 하는데요. 백지은 소장은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의 소감을 들려주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교육을 듣고 나서 훈육에 대한 기준이 바로 세워 졌어요.” 

“그동안 아이 속도 모르고 표면에 드러나는 문제 행동을 보고 있었구나 반성했어요.” 

“이제는 아이가 숙제를 안 하거나 식사 시간에 밥을 먹지 않으면 잠깐 멈추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부모가 먼저 행복해져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와 아동 발달을 주제로 박소영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살펴보면 OECD 37개국 중에 한국은 22위라고 합니다. 박소영 전문의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굉장히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어른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OECD 아동 행복지수. 2021년  22개국의 초등학교 4~6학년 조사 (자료 출처: 한국방정환재단)  


“행복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부모가 되기 전에는 행복했는데 왜 육아를 하면서는 행복하지 않을까요? 저는 육아의 목표가 다소 비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해봤습니다. 공부는 중상위권에 친구들과 잘 지내고, 취미생활도 있고, 심리적으로도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교성, 자존감, 자기주장, 공감 능력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좌절감이 쌓입니다. 아이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사명감이 과도해지면 자기 비하나 죄책감으로 이어지고 육아 효능감이 떨어지죠.


컨퍼런스에서 강연중인 박소영 전문의


육아가 행복하지 않은 또 한 가지는 육아에 관한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자신의 행동에 지나치게 의문을 품다 보니 초조하고 불안해지면서 갈팡질팡하고, 일관되지 않은 방식으로 아이를 양육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육아가 점점 행복해지지 않게 된다고요.  박소영 전문의는 아이를 키울 때 현실적인 목표를 잡는 것이 중요하며, 성장 과정에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노력하는 것보다 오히려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스트레스를 견디고 회복하도록 돕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상황과 나이, 그리고 발달 단계에 따라서 부모의 역할이 계속 바뀌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잘하려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믿음과 애정, 즉 애착이 중요합니다. 처음 아이가 태어나고 3년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지만, 3년 후에도 지속적으로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만들어집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좋은 아이들은 큰 시련이 와도 그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어요.”


김해에서 진행된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컨퍼런스


하지만 양육 과정에서 ‘어떤 태교를 했는지’, ‘얼마나 아이에게 좋은 걸 사줬는지’, ‘아이를 좋은 곳에 자주 데리고 갔는지’ 등 육아의 순간순간에 성적을 매기고 비교하는 것은 부모와 아이 모두를 행복하지 않게 만든다고 합니다. 부모의 정서까지 학습하는 아이들은 부모가 비교하고 불안해하는 태도를 배우며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박소영 전문의는 이렇게 부모 교육에 관심을 두는 부모는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보통의 엄마, 아빠. 그 정도만 해도 우리 아이에게는 충분합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옆에 있어주고 나를 바라봐 주면 됩니다. 대단하고 엄청 새로운 곳에 가지 않아도요. 부모가 먼저 행복해져야 우리 아이도 같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해질 수는 없습니다. 행복도 근육과 같아서 매일매일 조금씩 행복해지는 연습을 할 때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좋은 부모로 태어난 사람은 없죠. 오늘 조금 내일 조금 하다 보면 더 나은 모습으로 아이와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A 시간에 질문에 응답하고 있는 강연자들


강연 이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잘못을 반복하는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 우는 걸로만 의사 표시를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하면 좋은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아이가 부모를 힘들게 하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듣고도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시기가 있다는 점, 훈육할 때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보는 것, 감정과 행동, 생각을 구별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는 답변에는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에서 배울 수 있는 원리와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전주와 인천, 대구, 김해, 부산에서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의 사회를 맡은 이지애 아나운서는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책을 읽으면서 부모로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사회를 맡은 이지애 아나운서


“부모의 양육이라는 건 기술이 아닌 태도라는 강연 내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라고 유튜브나 부모교육에서 많이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들마다 기질이 달라서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는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와 시각을 바꾼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이 내용을 미리 알았으면 조금 더 어렸을 때 아이에게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도 사춘기 시기까지 장기적 목표를 세워서 해볼 수 있는 거니까요. 정말 유익한 내용인데 더 많은 부모님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각 지역에서 열리는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부모 프로그램은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아이 양육에 관심이 있는 예비 부모나 교육기관 종사자, 이모나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주 1회 2시간씩 9주 동안 약 12명 내외의 소규모 그룹을 이루어 교육이 이루어지며, 지역별로 신청하시거나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료예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부모 프로그램


9주라고 하면 무척 긴 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막상 참여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끝날 때쯤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악기 연주를 배우거나, 공예를 배울 때에도 최소 몇 달의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배우는 일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부모 프로그램에서 나와 아이가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워보시면 어떨까요?






 한국화 (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김한솔,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