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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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아동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진 덕분에
긴급구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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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난민 85만 5천 명 이상이 밀집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 방수포와 대나무로 엮은 집이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단칸방에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온 가족이 모여 삽니다. 좁은 길목은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빠듯해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격리, 손 씻기 같은 생활 수칙은 사치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언제 들불처럼 번져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입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로힝야 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세이브더칠드런 긴급의료팀(Emergency Health Unit) 의료진입니다. 하루 왕복 네 시간을 비포장도로로 달리는 출퇴근 시간. 의료 물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아픈 사람은 넘쳐납니다. 최소한의 보호 장비만을 갖추고 매일 환자들과 밀접 접촉해야 하는 만큼 주변 가족들의 걱정도 큽니다. 세 명의 의료진을 통해 현지 상황을 들어보았습니다.




 (위) 이샤트 나빌라 박사가 격리치료센터 건설 현장에 나와있다. (아래) 완공된 격리치료센터 병동 내부



2017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 긴급구호 보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샤트 나빌라 박사는 의사이자 인도주의 활동가입니다. 최근 세이브더칠드런이 건립한 60병상 규모의 급성호흡기질환 격리치료센터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나빌라 박사는 난민캠프 내에서 코로나19 대응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열악한 인터넷 환경을 꼽았습니다. 


로힝야 난민은 모바일 데이터와 인터넷이 차단된 환경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 루머와 두려움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알리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아기를 빼앗긴다는 소문이 돌고, 의료진이 감염원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퍼질수록 의료 시설 이용률이 낮아지고, 그 결과로 코로나19의 확산이 가속화 할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로힝야 난민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나빌라 박사는 의료진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한번도 연구해보지 않은 질병을 치료하는 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전세계에서 의료진의 확진 사례가 나오는 상황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은 매일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팀을 이끄는 나빌라 박사는 보호 장구를 사용하면서 최대한 감염을 예방하고, 팀원들의 용기를 북돋으며 활동을 계속해가고 있습니다.





 (위) 산모를 진찰하고 있는 탄지다 바산티 박사



탄지다 바산티 박사는 기초보건센터(Primary Health Care Center)를 이끄는 의사입니다. 20병상 규모의 기초보건센터는 아이들과 산모의 건강을 위해 시기에 맞는 백신 처방과 산전관리 및 분만을 돕습니다. 하지만 지난 3개월간 난민 캠프 내 2세 미만 아동의 예방접종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의료시설 방문을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홍역, 디프테리아, 결핵, 파상풍, 소아마비, 폐렴 같은 질병에 더욱 취약한 아동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 대응 외에도 일반적인 의료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매일 아침 검문소에서 신분과 차량 확인이 철저히 이뤄집니다. 최소한의 보호 장구만 갖추고 있어 압박감을 느끼지만 환자들을 진료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훨씬 진정되곤 합니다. 무엇보다 산소호흡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중증 환자가 발생하면 캠프 내에서 처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가까운 상급 병원은 20~25km 떨어져 있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영양실조를 진단하기 위해 아동 팔 둘레를 측정하는 보건인력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면역력을 높여 병에 걸리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입니다.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기 어려운 로힝야 아이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더욱 취약한 상황입니다. 로힝야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영유아 보건영양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예다 나스린 선임담당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영양식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욱 취약해집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보건영양센터를 운영하며 영양식을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을 영양상태에 따라 세 단계로 분류해 보충식과 치료식을 적절히 처방합니다. 저희가 제공하는 치료식이 아이들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영양실조를 진단하기 위해 아동의 팔 둘레를 측정하는 뮤악(MUAC, Mid Upper Arm Circumference) 조사법을 활용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엄마가 직접 아이를 진단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대면하는 경우를 줄여 감염 위험을 낮추고 있습니다. 캠프 내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인식 개선 활동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급성호흡기질환 격리치료센터 입구


세이브더칠드런은 콕스바자르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긴급구호 사업을 추진하는 가장 큰 국제 구호개발 NGO입니다. 의사, 심리상담사, 구급대원, 조산사 등 숙련된 의료진이 근무하는 긴급의료센터 10곳을 운영하며 매일 100명가량의 환자를 진료합니다. 최근 코로나 19 집중 대응을 위해 60병상 규모의 급성호흡기질환 격리치료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이곳에서 긴급의료팀을 포함한 80명의 보건 인력이 로힝야 난민과 방글라데시 주민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현재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에는 약 45만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난민 캠프에 사는 3살 미만 아동의 수는 75,971명입니다. 2017년 8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를 피해 국경을 넘을 당시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들이 태어나 자란 셈입니다. 난민 캠프에서의 삶이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입니다. 


지난 3년간 후원자님의 성원에 힘입어 세이브더칠드런은 로힝야 아동 13,800명이 공부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보건위생 활동을 통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아동의 심리적 건강까지 보살필 수 있는 교사를 양성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까지 후원자님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이제,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맞서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의료 지원을 제공해나갈 계획입니다.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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