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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WE ARE THE WORLD - 최악의 가뭄, 에티오피아에 가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6-06-14 조회수 6637



다시 한 번, 

WE ARE THE WORLD



최악의 가뭄, 에티오피아에 가다



30여 년 전,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밥 딜런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외쳤습니다.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위 아 더 칠드런(We Are The Children)!" (영상 보기 ) 

그들이 이 노래를 부른 이유는 당시 가뭄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던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돕기 위함이었습니다.

현재 에티오피아의 상황은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동물의 사체를 던져버리는 여인 “익숙해졌어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염소 한 마리가 유목민 난민촌 근처 황톳길바닥에 누워있습니다. 두 눈을 뜨고 있습니다. 그러나 눈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염소 사체 주위를 파리 몇 마리가 날고 있습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동물의 사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살은 부패하고 뼈만 남은 게 대부분입니다. 처음 보는 처참한 광경. 충격으로 머릿속이 진공상태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 때 머리에 보라색 히잡을 눌러쓴 한 아낙네가 죽은 염소의 뒷다리를 잡고는 사체를 땅에 질질 끌며 지나갑니다. 시큰둥한 표정. 그녀는 사체를 익숙하게 쓰레기봉지 버리듯 한쪽에 휙 내던졌습니다. 그녀가 사체를 버린 곳에는 이미 죽은 가축 수십 마리가 쌓여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하와 호시(33). 조심스레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하와에게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이젠 익숙해졌죠. 

지난 8개월 동안 죽어서 버린 가축이 500마리는 될 걸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동부 소말리지역(Somali Region) 시티존(Sitti Zone) 다렐라(Dar’ela)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목민입니다. 가축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이지요. 다렐레 마을에 거주하는 나머지 3,000여 명의 사정도 하와와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들에겐 가축이 유일한 밥벌이 수단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축이 최악의 가뭄을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살아남은 가축들마저도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겨우 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축들이 살고 있던 공간은 이제 비어 있었습니다. 생계의 주요수단을 잃은 다렐라 난민촌의 유목민들은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유목’이라는 삶의 방식 자체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에티오피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 50년만의 심각한 가뭄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아디스아바바 볼레국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다렐라 마을에 오기 전날까지 내내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에도 약 일주일 동안 폭우가 내렸다고 합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비는 이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재앙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그토록 기다렸건만…비는 재앙과 함께 내려 



하와가 1주일 새 버린 가축은 약 180마리.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8개월 동안 죽은 500마리 중 약 36%가 한 주 사이에 죽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겨우 일주일 전부터예요. 

그전까지는 정말이지 최악의 가뭄이었지요. 

가축들이 장기간의 가뭄 기간 동안 먹을 것이 없어서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였죠. 

그런데 갑자기 한꺼번에 비가 내리니 열악한 영양 상태의 가축들이 감기 등 호흡기 질병을 이겨내지 못할 수밖에요.” 

 

이 비는 너무 늦게 찾아왔습니다. 에티오피아에는 1년에 두 차례 우기가 있습니다. 2~5월의 소우기와 6~10월의 대우기입니다. 평년 같았으면 2월에 왔어야 할 비가 올해에는 4월이 되어서야 온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덕분에 제 아들이 살았습니다”


가뭄의 피해는 사람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다렐라 난민촌에는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샤 노르의 아들도 이 중 하나입니다. 한 눈에 봐도 힘이 없어 보이는 아이샤의 아들은 급성영양실조를 앓고 있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곳에는 매주 한 번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건영양 전문가들이 찾아옵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아이들에게 긴급구호식량을 전달합니다. 마침 우리가 이곳을 찾은 날에도 세이브더칠드런의 이동식 보건소(Mobile Health Center)가 다렐라 마을을 찾았습니다. 겨우 5명의 직원이 왔을 뿐인데 이들을 만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한눈에 봐도 80명이 넘어 보였습니다. 



아이샤의 품에 안긴 두 살배기 아들은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파우치를 쪽쪽 빨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플럼피넛(Plumpy Nut)’이라는 영양실조 치료를 위한 식품. 바로 세이브더칠드런 보건영양직원들이 공급해준 것이었습니다. 아이샤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이동식 보건소에 무척 고마워했습니다. 


“일주일마다 이 먼 곳까지 찾아와 의약품과 식량을 주었기에 제 아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죠.” 




이곳에는 이동식 보건소 말고도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은 임시학교였습니다. 학교라고 해 봤자 지푸라기로 지은 오두막집이지만 이곳 유목민 난민들에게 이곳은 배움의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학교에는 수도시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열다섯 살인 압디 무세는 8개월 전 이곳 난민촌에 정착한 이유를 다음처럼 설명했습니다. 


“학교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받아 온 가족이 물을 사용할 수 있어 이곳에 정착했어요.” 




이곳 임시학교에서는 올해 초부터 급식도 시작했습니다.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수업 시작 전 아침식사를 제공합니다. 비록 콩죽 한 그릇이지만, 이로 인해 아이들의 영양실조 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고 출석률도 높아졌습니다. 이 학교의 학부모회 회장인 마리안 알리(45)는 급식 프로그램의 효과를 다음처럼 설명했습니다. 


“학교에서 밥을 주니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2년 전 약 200명에 불과했던 이곳 인구가 지금은 3,000명 정도로 늘었지요.”  



에티오피아의 가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약 100만 명의 인명을 앗아갔던 지난 1984년의 가뭄은 퀸, 데이비드 보위, 믹 재거, 스팅, 조지 마이클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그 유명한 라이브에이드(The Live Aid) 무대에 모이게 만들었죠. 하지만 이번 에티오피아 가뭄은 당시 가뭄보다 더욱 지독합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성장한 글로벌 NGO들의 도움 덕분에 인명피해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상황은 심각합니다. 




최악의 가뭄, 영양실조 아이들, 44만명


이번 가뭄은 지난 50년 동안의 가뭄 중 최악입니다. 지난해 봄과 여름, 그리고 올해 봄까지 비가 내려야 할 우기에 충분한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에티오피아의 강우량은 지난 196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모두 이상기후현상인 엘니뇨의 결과입니다. 이번 가뭄으로 에티오피아에서는 최소 1,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비상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 가운데 약 600만 명은 어린이입니다. 약 44만 명의 아이들은 극심한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동행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의 아이슬린 라잉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작금의 에티오피아 가뭄은 역대 최악의 수준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대부분 시리아나 예멘의 내전, 또는 유럽난민문제에 집중돼 있어요.” 


이와 같은 인식은 비단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에티오피아의 가뭄 문제가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되시나요?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기억해 주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반대편에서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과 사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요. 



사진작가 한 마디


극심한 자연 재앙을 마주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외지인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미소 짓는 얼굴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아른거립니다. 지금도 사진을 보면 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외지인을 웃음 안주 삼아 깔깔거리던 그들의 웃음이 너무 좋았습니다. 계속 그 속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직접 목격한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우아했으며 아름다웠습니다.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생존해가는 그들의 생명력을 존경합니다.



에티오피아 시티존=김면중(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에티오피아 시티존=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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