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는 책 속에 적힌 조항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아동권리가 얽혀있는 상황을 마주칩니다. 아이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라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상황,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리실 건가요?
상황3/8
당신에게는 5살 자녀가 있습니다. 당신의 부모님은 늘 아이를 보고 싶어하시지만 멀리 사시기 때문에 1년에 한 두 차례 겨우 아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당신 손주가 너무 귀여워서 만날 때마다 아이에게 안아보라, 뽀뽀해달라, 재롱을 보여달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낯선 아이는 늘 당신 뒤에 숨고, 뽀뽀해드리라는 이야기에 ‘싫다’며 고개를 세차게 젓습니다. 부모님은 그 모습조차 귀여워 아이가 울상이 되도록 애정 표현을 구합니다.
손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자연스럽고 또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조부모가 낯선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애정표현이라는 점을 설득(강제)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조부모를 친근하게 여길 때까지 기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서운하실 수 있으나 아이 입장에서 자신의 솔직한 ‘싫다’라는 감정을 표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에 거슬러 억지로 애정표현을 시키거나 보상을 전제로 이를 수용하게 한다면 아이의 감정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족 내에서 거절하는 법을 적절하게 배우지 못하면 외부에서도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아동 대상 범죄에 아이를 취약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서운하실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주시길 부탁 드리는 한편, 아이가 조부모님과 있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주시면 아이에게도 조부모님에 대한 애정이 싹틀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도 아이를 키워본 지 오래 돼서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실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유형이나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도 부모님이 당신의 자녀와 관계 맺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