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38호
6년째 달린 국제어린이마라톤...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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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달린 국제어린이마라톤..."추억과 생각이 자랐어요"


—6년 연속 참가하는 조희윤, 아현 남매와 임예원 양




 2011년부터 매년 3천여명이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달렸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5살 생일을 맞을 수 있도록 기원하는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아직 달릴 일이 남았습니다. 폐렴, 설사, 영양실조, 저체온증, 말라리아. 고칠 수 있는 병으로 5초에 어린이 한 명이 목숨을 잃습니다. 10월 1일 2016국제어린이마라톤이 상암월드컵공원에서 열립니다. 2일엔 군산에서 뜁니다. 참가비는 모두 에티오피아 보건요원 양성에 씁니다. 지난 6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뛴 세 친구를 만나봤습니다. 두 살 때 유모차 타고 처음 달렸던 조아현 양은 이제 왜 달리는지 안답니다. 



조희윤,아현 남매 “처음엔 몰랐지만 이제 알아요..도움이 된다니 좋아요”



2012년 국제어린이마라톤 때 조희윤, 아현 남매 모습. 



 조희윤(9), 아현(7) 남매가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어린이마라톤’을 처음 ‘뛴’ 2011년, 2살 아현이는 유모차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빠진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엔 대표로 개회사도 했어요. 글씨를 모르는 아현이는 “달리는 것만으로도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를 그 전날 달달 외웠답니다. 

 오빠 희윤 군이 기억하는 마라톤은 이렇습니다. “5살 때 저체온증 체험에서 물 뿌려주던 게 재밌었어요. 6살 때까지는 왜 뛰는지 잘 몰랐는데 7살부터는 알았던 거 같아요. 굶주림, 탈수, 말라리아 그런 걸로 힘든 아이들 돕는 거잖아요. 도움이 된다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동생 아현이가 끼어듭니다. “나는 모기 풍선 받았다! 나도 도와주고 싶어요. 나는 벌써 다 알아요.” 어머니 김경미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희윤이가 4살 때 밥 먹다 말고 이러는 거예요. ‘밥 못 먹는 친구들이 있지, 그래서 달리기 한 거지.’ 이제 애들이 많이 커서 잘 놀아요. 1km 코스를 지나면 다음 부스가 보이니까 막 뛰어가요. 뭐가 있을까 되게 즐거워해요.” 

 국제어린이마라톤과 인연은 ‘모자 뜨기’가 엮었습니다. 소방서에서 구조요원으로 일하는 어머니 김경미씨는 희윤 군을 임신 했을 때부터 세이브더칠드런 모자 뜨기를 해왔습니다. “휴게소에 버려진 아기를 구조해 병원에 보낸 적이 있어요. 보온조치가 중요해요. 저체온증 탓에 장애가 생길 수 있거든요. 희윤이를 임신했을 때 모자 뜨기 광고를 봤어요. 아이를 품고 있으니까 내 애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출동 대기하며 동료들이 같이 떴어요. 벌써 10년이 됐네요.”

 희윤이는 커서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매일 연습해요.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어요.” 아현이가 옆에서 그러네요. “나는 뭐든지 다 되고 싶어요.” 오누이의 귀여운 실랑이가 이어집니다. “그럼 너 63빌딩 되고 싶냐?” “사람 중에서” “그럼 너 아빠 되고 싶냐?” “여자 중에서.” 어머니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아는 어른, 그래도 물건을 살 때도 기부가 되는 걸 고르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용돈을 줄 때가 되면 기부항목을 따로 떼게 할 거예요. 제가 어릴 때는 저축이 최고라고 배웠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임예원 양 “6년 연속 뛰니 자랑스러워요.”



2014년 국제어린이마라톤 때 임예원 양(왼쪽), 아버지와 동생 모습.



6년 전 엄마와 둘이 마라톤을 뛴 임예원(13)양은 지난해엔 친구와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걸었습니다. 이제 친구랑 수다 떠는 게 더 재밌는 나이입니다. “올해는 친구 삼총사랑 같이 갈 거예요. 6년 연속 뛰니까 자랑스러워요.” 어머니 이은실 씨는 웃습니다. “가족끼리 갈 때는 재미없다더니, 친구랑은 아주 좋다네.(하하)” 예원 양은 마라톤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2011년에 처음 뛰었을 때 ‘뚝딱이 아저씨’가 기억나요. 줄다리기, 병 이름과 치료법 연결하는 게임도 재밌었어요. 나중에 자원봉사도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거 같아요.” 솔직히 처음엔 짜증도 났답니다. 그런데 그새 생각이 부쩍 자랐습니다. “에티오피아 아이들 도와주면 그 친구들이 나중에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거잖아요.” 

 예원 양은 달리기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이야기를 만들어 친구 17명이 보는 ‘밴드’에 올립니다. 마녀, 구미호, 뱀파이어.... “지금은 110살인 꼬마마녀 4명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사고 쳐서 지구에 와 생활하는 이야기인데 아직 결말은 안 났어요. 소설책 읽다보면 나도 한번 만들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친구들 반응도 좋다고 하네요. 

 어머니가 옆에서 거듭니다. “한방 터뜨려.(하하) 그저 인간성 바른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국제어린이마라톤은 어머니에게도 추억입니다. “5년 동안 항상 날씨가 좋았어요. 하늘이 얼마나 예쁜지....” 딸과 어머니는 옛 기억을 꺼내놓았습니다. “그때 아빠가 가방에 얼음 넣어 시원하다고 엄마한테 메 보라고 했지.”(예원) “맞아, 그리고 가버렸는데 배낭 메 보니까 하나도 안 시원했어. 속았어. (하하)” “간식 받는 것도 좋았는데.”(딸) “네 동생은 메달로 딱지치기 했잖니. 금인 줄 알고 깨물어보기도 하고.(하하)”(엄마)

 올해 예원 양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은 제일 빨리 뛰어 일 등하겠다고 벼르고 있답니다. “맨 먼저 출발할 거니까 자기를 찾지 말래요. ‘1등 안 된다’에 천원 걸겠어요.(하하)” 예원 양 한달 용돈은 1만원이니 크게 걸었습니다. 예원 양이 천원을 잃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하죠. 올해도 예원 양 가족 ‘마라톤’ 추억에 나이테 하나 더 생길 겁니다.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