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38호
‘세 살 난민’의 죽음, 그 후 1년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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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난민의 죽음, 그 후 1


‘세 살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가 해안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전 세계를 울린 한 꼬마의 죽음. 그 이후 어떤 것이 바뀌었을까요? 

아일란이 목숨을 잃은 후에도 4,000명이 넘는 사람이 유럽으로 향하다 바닷길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이 중 올 한해 동안 발생한 사망자만 3,000명이 넘습니다.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여전히 시리아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통과 절망에 휩싸여 있습니다.

 

내전이 시작된 지 5. 시리아의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하루하루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봉쇄지역에 갇힌 아동만 25만 명.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파트너 기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처참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초 우리는 시리아 마다야에서 전해온 충격적인 이미지들을 보았습니다. 뼈가 다 드러나도록 마른 아이들이 먹을 것을 구걸하는 모습입니다.

마다야는 1년이 넘도록 정부군에 의해 봉쇄된 상태입니다.

4월 이후로 구호물품조차 마다야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주민들은 식료품과 의약품 부족으로 생사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바로 어제, 저는 보고서를 읽다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고문 같은 생활을 이기지 못한 주민들 가운데 최소 6명의 아동과 7명의 성인이 지난 두 달간 자살을 시도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살 시도 아동 중에는 열 두 살 소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봉쇄지역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주민들도 안전이나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먹을 것과 마실 물, 간단한 상비약 같은 생필품을 구하려면 살던 집을 버리고 탈출해야 합니다. 마을 전체가 살아남기 위해 집을 떠나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국제사회는 분쟁 때문에 봉쇄된 지역일지라도 거주 주민을 위해 정기적으로 구호단체와 구호물품만은 들여보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인도적지원 합의를 이미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포탄과 총알이 오가는 시리아에서 국제사회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이런 합의는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랩니다.

 

아일란이 하늘나라로 간 지 1년이나 지났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전쟁의 대가를 가장 크게 치르고 있는 것은 아이들 입니다.

 

피와 먼지로 뒤범벅된 다섯 살 옴란 다크니쉬의 사진이 또 다시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옴란이 구출된 알레포는 시리아 중에서도 내전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9월 첫 주말, 공습으로 알레포의 한 마을에서만 아동 1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열어준 작은 장례식조차 통폭탄(Barrel Bomb)’ 공격을 받았습니다.

 

알레포에서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340여 명의 아이들이 공습으로 부상을 입었고 101명이 사망했습니다.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관심과 소극적인 대응은 아일란처럼 시리아 내전으로 스러져간 수 천 명 아이들의 죽음을 너무나 헛되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국제사회가 48시간 동안의 휴전 논의를 진행한다는 소식은 잠시나마 알레포에 발이 묶인 수 천 명의 아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는 듯 했습니다.

 

48시간은 효율적인 인도적지원 활동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48시간이나마 허락된다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누구라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48시간의 물꼬가 트이면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협상은 진전이 없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나선 어느 쪽도 이 짧은 휴전 결정조차 합의해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정말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영국과 미국, 러시아국제사회 누구라도 이 비극을 끝내기 위해 먼저 나서야 합니다.

알레포의 아이들에게는 더 기다려줄 힘이 없습니다.

 

도로시 Dorothy Sang (세이브더칠드런 인도적지원 자문관)

번역 및 정리 이나미 (커뮤니케이션부)


* 글이 올라온 8 만인 지난 9 10(제네바 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는 12(시리아 현지시간)부터 시리아에서 휴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휴전 합의 이후 불과 시간 만에 또다시 공습이 일어나 알레포 등지에서 80 명이 사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