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40호
[현장스케치] 아이들의 지역아동센터, “방방이는 필수! 별자리 관측대도!”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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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지역아동센터,“방방이는 필수! 별자리 관측대도!”

―정선 지역아동센터 워크숍에서 설계도 그린 아이들


지난 2015년, 세이브더칠드런이 정선, 영월 등 농촌지역 아동과 어른 180명을 인터뷰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아이들은 ‘놀 곳’, 어른들은 ‘아이들을 돌봐줄 곳’을 꼽았습니다.
맞벌이 부모나 조손가정이 많고, 친구 집도 도시와 달리 멀고 다른 아동복지 시설도 부족해, 방과 후 친구들과 만나 안전하게 놀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런 이유로 2015년부터 소외된 농촌지역에 지역아동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저소득층 아동들을 돌보며, 디자인, 설계, 공사 등 전체 과정에서 워크숍 등으로 지역주민, 아동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정선지역 사전답사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다녀온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의 말입니다.
‘마을 근처에 카지노가 있고, 카지노 게임을 하는 아저씨들이 동네에 방을 얻어 사는 경우가 있어 아이들이 무서워합니다. 운동장에서도 중고생들이 방해해 쫓겨나거나, 석탄 광산 때문에 덤프트럭이 다녀 위험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일이 많습니다. 농촌이라 놀 곳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놀 곳이 없습니다. 방과 후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주민, 협력기관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습니다. 마침내 부지도 마련했습니다.

드디어 2월 9일, 정선군 남면 산골마을, 증산초등학생들 4~6학년 26명이 올망졸망 모인 워크숍도 열렸습니다. 건축아카데미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설계도도 그려보고, ‘이런 아동센터 원해요’ 발표도 합니다. 아이들은 ‘1순위는 무조건 방방이’(트램펄린)라는 걸 일치단결로 보여줬으며(다른 지역에선 없던 일이라고 해요), 건축가 선생님들도 ‘이건 생각 못했다’며 놀라워했던 아이디어들을 쏟아냈습니다.



▲ 모둠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든 설계도마다 놀이시설이 가득!


아동센터가 왜 필요해요?
“편안하게 놀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집은 춥고 거의 혼자 있을 때가 많아요.” (이예담, 증산초 5)
“집 밖에 안 나가요. 나가면 놀 애들도 없어요.” (최유정, 증산초 4)
“뭘 하려면 3, 40분씩 버스 타고 멀리 가야 해요.” (차현호, 증산초 4)


마무리 시간, 모둠별로 대표작을 발표했습니다. 모두 눈이 초롱초롱, 웃고 박수칩니다. 김시원 건축가는 재밌게 평가도 해주셨습니다.
“방방이가 왜 필요해요? 3층에 (방방이) 그려놨는데, 1층으로 내리면 안 돼요? 이 설계도를 보면, 이 워크숍 최초로 건물을 디자인한 학생이 나왔어요. 3층짜리 건물이 구체화되어 있어요.” (우와! 모두 박수 칩니다.)


▲ “이 워크숍 최초로 건물을 디자인한 학생이 나왔어요. 3층짜리 건물이 구체화되어 있어요.”라는 평을 들은 최윤희(증산초 4) 학생 설계도.


정승민(증산초 5) 학생의 설계도도 주목받았습니다. 도서관, 실내배드민턴장. 실내휴식터에 유리천창, 휴대폰 충전소, 소화기, 비상구, 내진설계까지 갖췄습니다. 초등학생 맞나요?
“(뭔가 하려고) 사북이나 태백까지 가려면 버스비 많이 들어요. 그래서 실외방방이가 필요해요. 간이치료실은 방방이 타다가 다칠 수 있으니까… (모두 웃음) 놀다가 간식도 먹어야 하니까 매점도 옆에 있어요. 조용한 곳에서 하면 더 잘되니까 숙제방도 필요해요.”


건축가 선생님도 감탄합니다. “단층 형태로는 모든 게 완벽한 공간이네요. 단, 모든 게 다 노는 공간이네요. (모두 와르르 웃음) 잠깐 숙제하고 늘 노는 그런 곳? 평면으로선 거의 완벽한 설계도예요. 어느 건축가보다도 훌륭한 평면도입니다.”


김진혁(증산초 4) 학생의 설계도도 눈에 띕니다. 노란색을 칠해 햇빛이 잘 들어야 하는 책방을 표현했고, 놀다가 공부하고, 배고프면 갈 수 있게 옆에는 식당, 마당엔 나무, 꽃, 새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왜 새가 붉은색이에요?”란 물음에 “새가 다치면 죽을 수 있으니까 불사조로… 그래서 붉은색을 칠했어요.” 합니다. 새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빛과 평면을 동시에 고려한 표현력이 놀랍습니다. 건축가 선생님도 “피카소 같은 학생입니다. 그런데 (설계도를 보면) 놀다가 다시 노는 곳으로 또 갑니다.” 설명하셔서 다시 모두 웃었어요.


그 외에도 소곤소곤 이야기방, 별자리 관측대, 비밀상담실, 만들기방도 등장했습니다. ‘신나게 놀고 싶어요’ 외쳐대는 대다수의 설계도에, 건축가 선생님들은 “놀이시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하셨습니다.


아동센터에 가장 필요한 것은요?
인형뽑기 기계요. (너무 재밌기 때문입니다), 방방이요. 축구장. 만들기방! (친구들과 같이할 수 있으니까), 이야기방(친구들과 더 우정 쌓고 말 못할 비밀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영장!


건축가 선생님들도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아주 재밌었고,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최대한 반영할게요.”



▲ 대학생 언니오빠들의 도움을 받고, 서로 의논하고 발표하는 즐거운 워크숍. 처음 설계도를 그리지만 척척 해냅니다.


사실 아이들이 그려낸 건축설계도는 가장 간절해서 가장 힘 있는 외침이었습니다. 건축은 무엇보다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 어리고 진실한 마음, 그리고 어린 자식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 아이들을 위한 마을의 마음을 제대로 들어주는 것, 그것이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역아동센터를 짓는, 이 사업의 존재 이유입니다.    


커뮤니케이션부 이선희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은 2015년부터 2017년 1월까지 농어촌지역에 지역아동센터 7곳을 지었습니다. 2017년에는 신규로 지역아동센터 3곳(강원 정선, 경북 영덕, 전남 영광)을 더 개소해, ‘놀이’와 ‘보호’라는 아동을 위한 권리활동을 지방자치체, 주민, 아동, 후원기업과 함께 추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