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41호
[현장스케치] "나눔이 뭐예요?""사랑이요!" 달리며 자라는 아이들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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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 뭐죠?” “사랑이요!”
달리며 자라는 아이들

  세종시, 부산에서 처음 열린 2017 국제어린이마라톤



 2011년부터 매년 서울에서 3,000여 명이 함께 4㎞를 달렸습니다.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자는 취지로 열리는 국제어린이마라톤입니다. 매년 인기를 더해 올해는 전국 5개 도시로 확대했습니다. 지난 5월 5일 세종시 호수공원, 5월 21일 부산 시민공원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벌써 무더웠습니다. 세종시 낮 기온이 28도, 부산은 26도까지 올랐습니다. 그래도 부산에서 2,018명, 세종시에서 1,812명이 달렸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눔이 뭐냐” 물으니
“사랑”이라고 답합니다. 이번 마라톤 참가비는 라오스와 우간다 보건영양사업에 쓸 예정입니다.




지난 5월 21일 열린 부산국제어린이마라톤에서 아이들이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5월 21일 올리비에 프랑쉬 세이브더칠드런 라오스 사무소장이 부산 시민공원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다른 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달리다니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출발선에 선 아이들은 벌써 조바심이 났습니다. ‘출발!’ 영세이버와 자원봉사자들의 응원 박수가 터지자마자 아이들이 달려나갑니다.


1km 달리니 말라리아 존입니다. 바닥에 모기 그림을 하나씩 밟고 지나갑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녀석’들이니까요. 모기 분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그물망 뒤에서 ‘앵앵’거립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 해엔 “나쁜 모기”라며 ‘응징’하는 아이들도 있었으니까요. 할머니와 함께 온 추민결(8) 군은 “아직 왜 달리는지는 잘 모르지만 모기 죽이는 게 재밌다.”고 합니다. 고서연(9) 양은 철학적인 말로 답합니다. “오르막 길이 재미있어요. 이 길이 지나면 내리막이 나올 테니까요. 모기 다 못 밟아서 아쉬워요. 지금 좀 힘들지만 그래도 다 뛸 거예요.”




부산국제어린이마라톤에서 아이들이 말라리아와 한판 승부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양 존에서 아이들이 콩콩이를 탑니다. 콩콩이에 탄수화물, 비타민 등 영양분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한 아이가 콩콩이를 몰아 결승점에 도착하니 곁에 선 부모님이 박수를 칩니다. “아이고, 영양을 친구들에게 다 전달했네.”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뛴 아버지 최익성 씨는 “중간중간 체험이 있고 가족이 함께할 수 있어 좋다.”며 “내년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단연 인기 체험존은 저체온증 존이었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물방울들이 잘게 분사돼 열기를 식혀줬습니다. 신재원(12) 양이 제일 좋아하는 존이기도 합니다. “저체온증 물 뿌려주는 거! 다른 나라 힘든 친구들 도와주니까 힘들어도 좋아요.” 깨끗한 물 스티커를 붙이면 시원한 생수를 주는 식수 존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각 체험존마다 붙어 있는 설명 문구를 꼼꼼히 읽는 가족도 있습니다. 저체온증 존에 들어선 정찬호(12) 군과 어머니 김하나 씨가 그랬습니다.

“여러 나라 아이들이 어떤 피해를 받는지 알았어요. 밤낮 기온차로 밤에 저체온증이 오기 때문에 죽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힘들었지만 안 쉬고 뛰었어요.”(정찬호) 어머니 김하나 씨는 “아이가 저체온증이 왜 아프리카에서 생기는지 묻는데 설명이 붙어 있어서 좋았다.”며 “힘들다고 할 때마다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데 네가 그러면 되겠느냐고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이 맺힙니다. 중간쯤 달리니 어린아이들은 칭얼거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벌써 여기까지 왔어. 조금만 더 가면 메달을 받을 거야. 메달 진짜 주는 거래.” 엄마가 메달로 달래자 아이가 다시 걸었습니다. 힘들 때는 역시 친구가 힘이 되나 봅니다. 공부방 친구들과 함께 온 박정현(13) 군은 “힘들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오니까 재밌다.”며 “다른 나라 애들이 우리처럼 행복하게 못 산다니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결승선을 넘은 아이들 볼이 달아올랐습니다. 터덜터덜 걷기도 하네요. 메달 하나씩 목에 걸고 사진을 찍습니다. 아직 ‘재미’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착하니 게임이 기다리고 있네요. ‘말라리아와 한판 승부’ 줄다리기, 상대는 ‘모기’들입니다. 모기 가면을 쓴 어른들이지만, 7년 동안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습니다. 모기 vs 어린이, 승자는 정해져 있습니다.

질병 볼링핀들을 공을 굴려 쓰러뜨리는 아이들도 있네요.



부산국제어린이마라톤 4km를 뛴 빌라사 바리탄 세이브더칠드런 라오스 프로그램 디렉터(가운데)와 올리비에 프랑쉬 세이브더칠드런 라오스 사무소장(오른쪽)


재미있었던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올리비에 프랑쉬 라오스 사무총장도 4km를 함께 모두 뛰었습니다.

“정말 잘 기획한 거 같아요. 뛰면서 배울 수도 있고요. 라오스는 5세 미만 아동사망률이 100명 중 8명이나 됩니다. 대부분 영양실조나 설사 같은 질병으로 숨져요. 후원금으로 보건요원을 교육하고 보건시설을 확충할 수 있습니다. 아기들을 더 많이 살릴 수 있어요.” 함께 온 빌라사 바리탄 세이브더칠드런 라오스 프로그램 디렉터가 제일 재미있었던 건 말라리아 존이라고 합니다.

“많이 배웠어요. 공부도 하고 가족들이 피크닉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마라톤을 벌여보고 싶어요. 제가 모기를 다 밟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에요.”


이에 앞서 5월 5일 세종시 호수공원, 역시 해가 쨍쨍하고 아이들의 생각도 자랍니다. 이날엔 11년째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활동을 해온 ‘나눔의 여왕’ 박경림 씨가 함께 달렸습니다.   


“원래 뛰는 거 안 좋아해요. 근데 아프리카 아이들 돕는 거라고 해서 참가하고 싶었어요.”
손윤아(초3) 양의 참가 이유입니다. 어머니 하윤경 씨는 “아이가 원해서 같이 왔다.”며 “기부나 후원, 이런 일이 마음은 있어도 선뜻 하기는 안 쉬운데, 마라톤도 하고 후원도 하니 좋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에서 열린 마라톤은 연합뉴스, 세종 마라톤은 세종특별자치시가 공동주최 했습니다. 연합뉴스는 2014년부터 국제어린이마라톤을 공동주최 해오고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연합뉴스 TV, 대전MBC, 부산MBC가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9월 군산과 대구, 10월 서울에서 다시 함께 달립니다.          

      

글  김소민, 이선희(커뮤니케이션부) 


2011년부터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자는 취지로 서울에서 국제어린이마라톤을 벌여왔습니다. 지난 해엔 군산에서도 열렸습니다.
2016년에 총 4,137명이 참가했고 참가비 전액은 에티오피아 란파로, 마라코 지역 보건요원 교육, 보건시설 개선 등에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