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155호
[인사이드]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도 쑥쑥 자라도록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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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조부모가정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맞물려 있습니다. 굽은 허리와 시큰거리는 무릎으로 아이를 키우는 할머니 할아버지. 쇠약한 몸으로 아이 키우는 부침도 있지만, 생계에 대한 막막함도 큽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교육 환경을 파악하는 것도,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도 쉽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면 아이가 보호자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조부모가정의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각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맞춤형으로 제공했습니다. 2021년에는 일상생활과 교육지원, 주거환경개선 외에도 조부모의 양육을 돕는 프로그램과 조부모의 정서 및 아동의 진로탐색을 지원합니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도 쑥쑥 자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신 후원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밑반찬부터 노트북까지

올해 중학생이 되는 준호(가명)는 아흔이 다 되어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준호에게 부족함 없이 좋은 것만 해주고 싶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노환으로 일하지 못해 늘 형편이 빠듯합니다. “전에는 할머니가 시장에서 더덕이나 도라지 까서 팔아서 살았어요. 지금은 수급비 받아서 살고요.”


 코로나19로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컴퓨터가 없는 준호는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인터넷 가입도 해 놓지 않은 상황이라 그마저 어려운 때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애 낳은 게, 그러니까 막내가 지금 마흔여섯이에요. 그때하고 지금하고 다르잖아요. 저희가 잘 모르니까 공부시키기가 어렵죠.” 


세이브더칠드런은 준호가 필요한 교육을 받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통합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컴퓨터를 전달했습니다. 인터넷의 필요성을 이해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준호를 위해 무선인터넷 서비스에도 가입했습니다. 준호는 새로 받은 책상과 의자, 침대가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책상 없었을 때는 바닥에 앉아서 공부했는데요. 책상이랑 침대 새로 받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휴대폰으로 수업 듣다가 노트북 생기니까 화면이 커져서 좋았어요. 이렇게 많은 걸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외에도 우유와 멸치, 고기 등 식료품과 밑반찬을 매달 정기적으로 지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창 클 나이의 준호에게 자주 사주지 못했던 고기도 먹이고 생활비 부담도 덜어 다행이라고 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생각지도 않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짜 고맙습니다.”

처음 생긴 방, 처음 가져본 책가방

시현이(가명)네는 할아버지가 일용직 근로를 하다 크게 다친 이후 할머니 혼자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할매도 몸이 아프니까 일하기 힘들어하는데 그래도 일 못하면 돈이란 게 없으니까. (집안) 경제가 대단히 어렵지요.” 코로나19로 일하는 날이 줄어들고, 시현이도 학교에 가지 않아 어려움이 한층 더해진 상황에서 밑반찬과 생활용품 지원은 큰 도움이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한 방에서 같이 생활하는 시현이에게는 창고로 쓰던 방을 꾸며 새로 방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시현이는 자기 방이 생겼다고 천당에 온 것 같대요. 우리 집 너무 좋다고. 컴퓨터 받고 좋아서 하루 난리 났어요. 책상, 가방, 전기매트까지. 많이 고맙죠. 아, 그리고 비타민이랑 유산균. 그걸 멕일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 것도 보내줘서 고맙고요.” 시현이는 할머니 옆에서 “안녕하세요! 저 시현이에요. 이제 3학년이에요” 하고 인사합니다. “책가방 가져보니까 좋았는데요. 마음에 들었어요. 전에는 누가 준 가방으로 학교 갔어요.”


씩씩한 시현이 목소리를 들으니, 손주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금세 이해가 됩니다. “제 꿈은 요리사예요. 요리사 되어가지고 비법 꼭 알아내서 할머니, 할아버지 맛있는 거 해드리고 싶어서요. 할머니 할아버지 저 잘 챙겨주시고 밥 잘 먹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곰팡이 집이었는데, 지금은 주변에서 구경 와요”

청소 일을 하며 10살 민재(가명)를 키우는 할머니는 물이 새서 곰팡이가 가득한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집주인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다고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집수리와 도배, 장판 교체를 해준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믿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사기꾼일까 봐 의심했어요. (도배해 준다는 게) 거짓말인 줄 알고 가슴이 벌렁벌렁해서 잠을 못 잤어요. 그런데 진짜 와갖고 해주니 얼마나 울었나 몰라. 너무 반갑고 좋아서요. 민재는 좋아서 춤추고 난리 났당께요. 영상으로 찍어놓고 싶었어요. 곰팡이 있을 때는 냄새가 많이 나서 사람들을 못 데려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주변에서 다 구경 와요. 요즘 진짜 행복해요. 거짓말 아니고. 우리 아저씨도 그래요. 첨엔 꿈꾼 줄 알았대요.” 


할머니는 철이 일찍 든 민재가 갖고 싶은 게 있어도 말하지 않아서 짠했는데, 이번에 민재에게 꼭 필요한 물품을 받아서 다행이라고 합니다. “지도(민재도) 사고 싶은 게 있을 것인디. 말 못해 지가. 형편이 어렵다고 항께. 벌 사람이 나 밖엔 없응께 여건이 안 되니까 힘들지. 근데 이번에 책상이랑 농이랑 옷도 받고. 먹을 것도 받고. 완전히 도움이 됐어요. 사고 싶어도 못 사줬는데, 고기도 한 번씩 먹고. 김장도 해서 갖다 주고 쌀도 갖다 주고. 감사하게. 민재는 책상이랑 책이 제일 좋다 그래. 전에는 땅바닥에 밥상 놓고 했거든요. 자기가 공부하려고 해요. 예뻐요.” 민재 덕에 호강했다는 할머니는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많이 받았어요. 아무것도 저는 못 해 드리는데. 이렇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진짜 고마워요.”



 커뮤니케이션부 한국화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