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신년호(162)
따뜻함을 확인하는 시간, 겨울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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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조차 모르는 아빠와 정신질환으로 민규를 키울 수 없었던 엄마 대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민규가 태어났을 때부터 자식처럼 돌봐왔습니다. 3년 전,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할아버지 혼자서 민규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겨울이면 민규와 할아버지는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 낡은 집에서 작은 난로로 추위를 나야 했습니다. 그나마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었던 고추 농사까지 망했던 해. 민규의 겨울옷을 사기도 버거운데, 집주인의 사정으로 당장 집까지 비워야 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민규네 가정에 전세보증금과 이사비용, 난방용품을 지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무엇보다 난방이 잘 되어서 민규 목욕시키기가 쉽다고 합니다. “예전 집은 보일러가 안 되고 난방장치도 없고 그래서 추웠죠. 이사한 집에 도배랑 장판도 다 해주고, 침구도 해주고, 집수리도 해주고, 옷장도 사주고. 많이 받았어요. 특히 난방이 잘 되니까 편해요.”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민규가 씩씩하게 커가는 게 기특하기만 합니다. “지 혼자 세수도 잘하고 양치질도 잘하고, 다 해. 담임선생님이랑 한번 전화를 해보니까 학교에서도 애들하고 잘 논다고 해요. 친구들 보러 학교 가야 한다고 아침에도 늦잠 자는 법이 없어요. 민규는 밥만 먹어도 얘기를 무척 잘해요. 하루는 ‘오늘 밥 맛있는 냄새가 푹푹 난다’고 하더라고요.”

일찍 철이 들어버린 민규는 뭐 하나 사달라고 투정부리는 법이 없지만,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은 티가 납니다. “민규가 얼마나 장난꾸러기인지. 나를 막 간지럽히고 그다음엔 숨바꼭질하자고 하고, 태권도 하자고 하고. 내가 늙어서 힘이 없어서 그렇죠. 나랑 같이 학교 가면서 처음 만나는 친구들한테도 ‘안녕’하고 인사하더라고요.” 요즘 민규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면서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한글을 읽고 쓰는 게 서툴지만, 할아버지는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민규를 믿어줍니다. “예비소집일에 가서 민규가 선생님한테 아직 한글을 잘 모른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선생님이 학교에서 배우면 된다고 했대요. 공부야 다 때가 되면 하는 거죠. 밥 잘 먹고, 학교 잘 다니고.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

고추 농사를 짓기 위해 1월부터 부지런히 고추 모종을 키웠다는 할아버지는 세이브더칠드런 덕분에 한시름 걱정을 덜었습니다. 다시 또 농사를 지을 힘도 생겼습니다. “다들 민규를 많이 생각해 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배고픈 사람 밥 주고, 없는 사람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하지만, 막상 그게 또 쉽지 않잖아요. 얼굴도 모르지만 먼 이웃이 생긴 것 같아요. 민규도 커서 받은 도움을 갚아나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민규와 할아버지가 새로 이사한 집에서 맞는 이번 겨울은 작년과는 또 다른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민규뿐만 아니라, 수많은 저소득가정 아이들에게 겨울이 추위를 견디는 시간이 아닌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올겨울에도 세이브더칠드런은 저소득가정 500여 가구에 겨울옷과 전기요, 난로 등 난방용품과 난방비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모든 아이들이 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해 주시면 어떨까요?
나무로 얼기설기 짠 낡은 창틀 사이로
휘휘 새어드는 겨울바람.
좁고 추운 반지하에 이불을 뒤집어쓴
지웅이와 지환이가 있습니다.

“가스비가 3개월 치 밀리면 끊기는데
지난번에 기어이 한겨울에 가스가 끊겼어요.
부탄가스로 물 데워서 애들 씻기고 그랬어요.”

한 달 수급비 120여만 원에 엄마가 열심히
부업으로 번 돈을 합쳐도
생활비를 빼면 월세와 공과금조차 내기 빠듯한 상황입니다.
지웅이가 쑥쑥 크는 만큼 패딩 점퍼는 소매가 짧아졌지만,
엄마는 ‘다음에 사줄게’라는 말로 지웅이를 달래며 급하게 지인에게
옷을 얻어왔습니다.

지웅이네에 당장 필요한 것은 올겨울을
견딜 난방비와 따뜻한 옷입니다.
지웅이네를 비롯한 저소득가정 아이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해 주세요.
*실제 아동의 생활·주거 환경을 직접 촬영했으며 인권보호를 위해 대역과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난방용품지원하기
취재커뮤니케이션부문 이예진
커뮤니케이션부문 한국화
권홍일 /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