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바람이 서늘해지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아동권리축제가 있습니다. 바로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입니다.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아동권리영화제는 이번에도 관객 여러분과 함께 아동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그 의미를 나눌 준비를 마쳤습니다. 영화제의 메시지를 가장 먼저 전하는 포스터도 그중 하나죠. 개막을 앞두고, 영화제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톡톡 튀는 색감과 세심한 시선으로 아이들의 모습, 감정을 담아내는 작가 콰야(Qwaya) 입니다.
▲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과 함께한 콰야 작가
작가님, 안녕하세요. 세이브더칠드런과는 이번이 첫 만남이죠.
안녕하세요. 작가 콰야입니다. '콰야(Qwaya)'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오랜 후원자이시기도 하다고 들었어요.
대단한 후원자는 아니지만, 작게나마 마음을 전하기 시작한 게 벌써 꽤 오래되었네요. 후원자로서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일할 기회가 생겨 감사한 마음입니다.
작가님의 이름을 들으면 많은 분이 밴드 '잔나비'의 앨범 표지를 떠올릴 것 같아요. 일상 속 잔잔한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 많은데, 최근에는 '아이들'을 중심에 둔 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작품의 주제로서 아동을 다루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코로나로 힘들었던 시기, 작업실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어요. 평소에도 외출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제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는데, 심적으로는 꽤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나의 좋았던 시절, 나의 기원에 대해 되짚어보게 되었는데, 자연스레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어린 인물들을 작업에 표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작품 속 아이들은 작가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화자'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저는 작업을 하나의 대화라고 생각해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과정인 거죠. 그래서 작품의 화자가 매우 중요해요. 어떤 대상의 모습을 빌려, 제 목소리를 전한다는 것은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늘 이 부분에 대해 신중히 고민하며 작업합니다. 그런데 아동을 주제로 작업할 땐, 저의 어린 시절 모습이 자연스럽게 투영되다 보니, 진솔하고 힘 있는 화자가 되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콰야, <흰 부분만 밟고 건너면 행운이 찾아올 거야>, 2024, 캔버스에 유채
작가님이 바라보는 '아동'은 어떤 존재일까요?
저는 아동을 평등하게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뿌리가 되는 시기잖아요.
이번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의 협업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면서, 특별히 고민이 되었던 점이나 부담은 없으셨나요?
부담감도 있었어요. '아동과 권리를 이야기하는 영화제'라는 주제가 주는 무게가 있었고, 관객의 눈으로 이전 영화제의 포스터를 보면서 늘 영화제의 의미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했거든요. 거기에 제 작업이 더해진다니, '너무 무겁게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죠. 그럼에도 후원자로서 세이브더칠드런의 영화제에 참여하는 것이 제게는 의미 있고 기쁜 일이었어요. 기대도 되었고요.
▲ 콰야 작가의 사인이 담긴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포스터
참여하신 이번 영화제의 포스터는 관객에게 다양한 상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을까요?
모두에게 권리가 있고, 누구나 세상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상상한다'라는 것은, 결국 자유로움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며, 종이학을 만들고, 평화를 노래하는 아이를 그렸습니다.
포스터 속에는 불빛인지, 별인지, 불꽃인지 모를 반짝임이 등장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존재로 보이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무섭고 두려운 감정으로 바뀌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런 양가적인 감정을 불빛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전 세계 많은 아이의 상황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멀찍이 바라볼 땐 보이지 않지만, 관심 두고 들여다보면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요.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상상력의 힘'인데요. 작가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감의 원천이 있을까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상상력의 힘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하나의 원천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 상상을 정말 많이 해요. 순간순간 떠오르는 다양한 상상을 하죠. 그리고 그 시간을 즐기는 편이기도 합니다. 상상력이라는 게 꼭 아주 창의적이어야 하고, 새로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개인이 일상에서 하는 작은 상상들이 모이면, 세상을 다채롭게 하고, 결국 하나의 좋은 사회를 만드는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이 배려가 될 수도 있고, 포용이 될 수도 있고, 좋은 시스템이 될 수도 있죠.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 상상력은 많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 콰야, <나도 될 수 있을까>, 2023, 캔버스에 유채
작가의 눈으로 어린이를 작품에 담고 계시는데요. 지금을 살아가는 어린이에게, 혹은 이 사회에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땐 늘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학교, 시험, 친구 같은 가까운 행복이 더 중요했죠. 어른들은 사실 앞으로 일어날 일,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런 걸 보면 아이들이 현재의 행복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걸 지켜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에겐 뭐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막연하지만 응원을 많이 해주고 싶네요.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꾸곤 했죠. 훗날 누군가에게 '이런 작가였다'라고 기억된다면, 작가님은 어떤 작가로 남고 싶으신가요?
누군가의 일기장 한편에 제 이름이 적혀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간 작가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하루에 제 작품이 함께했을 수도 있겠죠. 언젠가 그 일기를 펼쳐보며 "그땐 그랬지"하고 추억을 떠올릴 때 제 이름과 작품이 그 안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뮤지션, 아티스트들이 제게 그런 존재인 것처럼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작품과 함께 영화제를 만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 작품이 아동의 권리와 상상력의 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상상력은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콰야 작가. 작가님의 바람과 후원자의 희망을 담아, 아동권리영화제는 올해도 '상상력의 힘'으로 아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여정을 이어갑니다.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는 오는 1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한 달간 온·오프라인에서 열립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담은 영화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인터뷰 송은주(커뮤니케이션부문), 임경은(커뮤니케이션부문) 편집 임경은(커뮤니케이션부문) 그림.사진 콰야(Qwaya)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