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36호
학교 속 아동 권리 : 불량학칙
201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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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속 아동권리 : 불량학칙




마침내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겨울철 패딩 착용 금지’ ‘남학생 먼저 급식소 이용’ ‘고3 운동금지’ ‘이성교제 3회 적발시 퇴학’ 등 일명 ‘불량학칙’입니다. 지난 2015년 11월,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불량학칙 발표회를 열고 전국 청소년들이 제보한 107건의 불량학칙을 고발했습니다.


학교 규칙(이하 학칙)이 왜 ‘불량’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걸까요? 학교 현장에서 학칙이 교사가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적지 않은 학교가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칙을 만들고 지도했습니다. 일선 교사들은 “학칙은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질서의식’이나 ‘학생다운 모습’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면학 분위기’, ‘질서의식’, ‘학생다운 모습’에 대한 해석은 각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정해진 학칙은 의견수렴 없이 수년간 이어졌고,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학칙에 따라 처벌할 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안전망은 없는 것일까요?


2010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체벌금지 등 학생 인권 관련 조항이 담긴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생긴 후 교사가 학생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체벌하는 경우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례는 전국 16개 시ㆍ도 교육청 중 4개 교육청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 2012년에는 학생인권조례보다 상위법인 초ㆍ중등교육법이 개정됐습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학교장이 학칙을 제ㆍ개정할 수 있고, 용모ㆍ소지품ㆍ전자기기소지 여부 검사 등을 학칙에 구체적으로 기재할 수 있습니다. 당시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이 도리어 학생인권을 침해할 여지를 남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관련부처에서 불량학칙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5일, 교육부는 ‘겨울철 외투 규제는 학생 건강권 침해’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관련 교칙을 개선하라는 공문을 냈습니다. 지난 2월 23일, 서울시교육청은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불량 학칙을 점검하고 인권친화적이고 민주적인 규정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청은 ‘학교생활 규정 제ㆍ개정 컨설팅단’을 꾸려 불량학칙과 관련된 기초자료와 제보 등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운동본부는 이후에도 학생인권 상담소를 운영하고 문제가 되는 사례를 알리는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은 일과 중 상당 시간을 학교에서 보냅니다. 학생들이 학칙을 만들 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기존 학칙이 불합리하다면 목소리를 내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12조에서도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말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 어른들은 아동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어른들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김하윤(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