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36호
네팔 대지진, 1년의 기록
201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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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 1년의 기록



네팔 강진이 발생한지 벌써 1년이 되어갑니다.
지진 발생 직후부터 현지 인력과 구호물품을 즉각 동원해 긴급구호활동에 돌입한 세이브더칠드런의
네팔 재난복구활동은 후원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네팔 지진 피해 지역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후원자 여러분의 손길이 이뤄낸 1년간의 변화를 전해드립니다.



피해 현황




네팔 대지진, 그 후 1년


네팔 여러 지역 중에서도 가장 고립된 산간 지역 가운데 하나인 라수와Rasuawa.

이곳은 대지진 피해 지역 가운데 가장 많은 마을(81.8%)이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라수와에서는 154명의 아동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고 건물 8천 채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체 학교 101곳 가운데 98채가 무너지거나 파손돼 아이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는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 교육 분야 지원을 통해 네팔 재건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긴급구호 상황에서 교육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학교가 단순히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튼튼한 학교 건물은 재난이 발생하면 아동뿐 아니라 마을 주민 전체의 대피소이자 임시거주지가 됩니다. 학교 안에 설치된 화장실과 수도 및 위생시설을 통해 아동은 물론이고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보건위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나아가 마을 전체의 위생상태 개선에도 기여합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놀이 활동은 재난상황에 놓인 아동의 심리치료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학교라는 안전이 담보된 공간에서 아이들이 함께 모여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마을 어른들은 마음 놓고 복구 작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학교가 마을 전체의 재난대피소이자 치료소가 되는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교육 분야 지원을 ‘포괄적Comprehensive 교육 지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긴급구호활동의 최우선순위로 지진 피해를 입은 아동의 보호와 심리치료를 위해 아동친화공간(Child Friendly Space, CFS)을 세웠습니다. 장난감과 놀이도구, 미술도구 등을 갖춘 아동친화공간은 네팔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터가 됐습니다. 아동친화공간보다 더 집중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라수와 전역에 25곳의 임시학습센터(Temporary Learning Center,TLC)도 지었습니다. 임시학습센터는 무너진 학교가 지어지는 동안 임시로 사용되는 곳이지만, 재난 직후부터 아동들에게 놀이와 배움의 공간으로 사용되는 만큼 정식 학교에 못지않게 지어집니다. 여진과 추가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가벼운 소재로 지은 덕분에 교사들과 아이들 모두 ‘이 곳에 있으면 지진이 나도 안전하다’고 안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건물만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학용품과 놀이 도구, 학습 기자재도 마련해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했습니다. 임시학습센터에서는 일상적인 수업을 계속함으로써 놀이와 학습을 통한 아동심리치료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일 아이들과 만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미술을 통한 아동심리치료 (Healing through Education and Art Therapy, HEART)기법과 교재도구 개발법 등 긴급재난상황에서의 교육법(Education in Emergency, EiE)에 대한 연수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래끼리 어울려 놀며 서로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도록 임시학습센터 안에 작은 놀이터(Mini Fun Park)도 설치했습니다.



임시교육센터 25곳에 화장실과 수도시설 등 위생시설 35개를 설치하고 아동과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위생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아동교육과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겨우내 세이브더칠드런은 임시교육센터의 방한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아동과 주민들에게 겨울 옷을 배분하는 활동도 계속해왔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재난복구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재난 이전보다 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Build Back Better)'입니다. 외부의 도움 없이도 주민들 스스로 재난에 강한 마을을 만들고, 피해를 입어도 자력으로 복구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재난복구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네팔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학교 운영 전반을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학부모가 중심이 된 학교운영위원회(School Management Committee)를 조직했습니다. 또 아이들도 학교와 지역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아동위원회(Children’s Club)를 꾸려 활동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도 가장 고립된 골중Goljung 마을


2015년 4월 25일 토요일, 이곳에 사는 열 두 살 아카쉬(Aakash)는월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5학년으로 진급해 맞이하는 첫 수업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대하던 월요일에도, 그 다음 월요일에도,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아카쉬는 학교에 갈 수 없었습니다. 살던 집과 학교가 지진으로 모두 무너진 것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카쉬는 세이브더칠드런 임시학습센터에서 5학년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집이 무너져 잃어버렸던 학용품과 책가방도 생겼고 학교도 매일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책가방이 없어서 책이랑 공책을 손으로 들고 학교에 갔었는데 다시 책가방이 생겨서 너무너무 좋아요. 이렇게 학용품까지 가득 들어있는 새 책가방을 주신 분들한테 정말 감사하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열 세 살 사가(Sagar)는 지진으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저를 지원해줄 아빠가 더 이상 안 계시니까요.”
사가의 담임 선생님은 사가가 지진 이후 많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학교에도 잘 나오지 않고 공부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사가가 지진 이후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학교에도 매일 성실하게 나오고 공부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사가에게 임시학습센터는 꿈을 키우는 장소이자, 새로운 놀이터가 됐습니다. “운동선수가 되고 싶어요. 전에는 학교에서 할 놀이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배드민턴도 있고,카롬보드(손당구의 일종, 네팔 전통놀이)도 있고 루도(주사위 놀이)와 체스, 축구, 줄넘기도 있어요. 전 그 중에서 축구랑 카롬보드가 제일 좋아요. 덕분에 매일 학교 가는 게 즐거워요”



네팔 인도적 지원, ‘3년의 약속’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사가의 가족을 비롯해 대부분의 네팔 주민들은 여전히 변변한 주거지조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사가는 아직도 나무 막대에 방수포를 얹어 만든 임시거주지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폭설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권을 밑도는 혹한 속에서 사가는 숲을 뒤져 찾아낸 마른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만들어 몸을 녹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아카쉬도 처지는 비슷합니다. 비닐 몇 장과 나무판자로 만든 임시거주지는 좁고, 춥고, 습합니다. 바람만 겨우 피할 뿐, 비닐 사이로 파고드는 혹한의 칼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봄과 여름, 그리고 다음 겨울에는 사가와 아카쉬 그리고 네팔 주민 모두가 조금 더 안락한 환경에서 안심하며 지낼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네팔 지진피해지역 복구활동을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고 , 튼튼한 학교 건물을 짓겠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재난이 닥쳐도 주민 모두가 스스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세부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는 네팔 지진 직후, 네팔 지원을 위한 3년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품 지원 중심의 구호활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재난 이전보다 더 나은 지역 사회’를 위한 복구와 재건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매 순간 최선을 다 노력하겠습니다.





| 이나미(커뮤니케이션부)  사진 | 김영록(해외사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