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37호
엄마와 비밀 이야기 할 땐 엄마 나라 말로 소곤소곤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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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비밀 이야기 할 땐 

엄마 나라 말로 소근소근” 

다섯 살 된 다문화 가정 지원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 프로그램 



엄마가 어릴 때 들었던 전래 동화를 아이와 함께 읽습니다. 아이는 두 문화와 언어를 배웠고 엄마는 양육자로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아이와 엄마 사이가 더 친해졌습니다. 올해부터 동화책과 교안은 홈페이지(www.sc.or.kr/happy2)에서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팜티튀영(40) 씨는 독수리가 됐습니다. 아오자이 입은 두 딸과 함께 베트남 전래동화 <케 먹고 금으로 갚는다>를 연극으로 꾸며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베트남판 <흥부와 놀부>입니다. 욕심 많은 형 역할을 한 큰 딸, 부채 부치는 연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케 열매를 뺏어먹은 대가로 독수리는 착한 동생에게 금덩이를 줍니다. 연극은 베트남어로 하고 한국어 자막을 넣었죠. 이 연극으로 팜티튀영 씨 가족은 지난해 동화구연대회에서 1등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때 사진을 스크랩으로 남겨 두고두고 봅니다. 팜티튀영 씨, 독수리 역에 몰입했나 봅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하.”



아이의 엄마 나라말, 엄마의 한국어 모두 늘어 


팜티튀영 씨가 세이브더칠드런이 제공하는 이중언어 동화책을 받아든 건 3년 전입니다. <케 먹고 금으로 갚는다>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베트남에서 사내 커플로 만난 한국인 남편과 두 딸을 뒀습니다. 7년 전 큰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세 살에 한국으로 왔습니다. 둘째는 베트남어를 거의 할 줄 몰랐습니다. “먼저 베트남어로 읽고 한국어로 다시 설명해줬어요. 동화책이 쉬워 말 처음 배울 때 제격이었죠. 한국어랑 베트남어랑 비슷한 낱말들도 있어요. ‘공주’는 베트남말로 ‘꽁쭈어’이거든요. 그런 말부터 아이가 배우기 시작했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랑 말하는 거 보면 많이 늘었어요. 두 나라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이들 장래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우리끼리 비밀 말 할 때도 좋고요. 하하.” 아이들 말만 는 게 아닙니다. “동화책이 모두 24권인데 8권은 한국어랑 베트남어로 된 이솝우화예요. 두 책을 비교하면서 제 한국어도 많이 늘었죠.” 










엄마 어린 시절엔... 


팜티튀영 씨는 동화책을 읽어주며 아이와 체온을 나눴습니다. 동화 책에 딸린 교안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제가 어릴 때 듣고 자란 이야기들이라 아이랑 읽다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엄마 어린 시절은 이랬다고 이야기하게 되죠. 또 동화책을 보면 서로 안아주는 장면이 많은데 그때 진짜 안아주니까 아이랑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교육’이 가장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두 아이 모두 잘 해주고 있지만 지금도 교육이 걱정이 되죠. 한국 엄마들은 아이 미래를 다 준비해주잖아요.” 그래도 두 딸에겐 한국 원주민이 갖지 못한 자원이 있습니다. 두 나라 말과 문화에 대한 이해죠. 


통번역에 사회복지사 공부도 하는 팜티튀영 씨, 어떤 베트남 동화를 가장 좋아하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케 먹고 금으로 갚는다>요. 금을 좋아해서... 하하하. 농담이에요.” 아이들도 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추억이 있으니까요. 


 “아이와 엄마의 상호작용, 그 기본에서 출발했죠”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의 지난 5년은 ‘고민 두 배, 보람 두 배’라고 하겠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이수경 교육보건팀장을 만나 들어봤습니다. 


Q.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A. 2005년부터 다문화 가정 수가 급격하게 늘었어요. 기획은 2008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아이와 엄마의 상호작용, 아이가 엄마, 아빠 나라에 대한 정체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장 기본에서 출발했어요. 



Q.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화했나요? 


A. 처음엔 거점 학교에 와서 엄마 나라 언어와 문화를 배우도록 했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되는 분들이 많았어요. 엄마를 교육해 가정에서 직접 읽어주도록 했습니다. 2014년에 평가해보니, 아이의 엄마 나라말 실력이 100점 기준으로 6.75점 늘었어요. 엄마와 아이 상호 작용이 늘었냐는 질문에 91%가 그렇다고 답했죠. 특히 양육자로서 유능하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엄마들의 긍정 답변이 53%에서 78.7%로 훌쩍 뛰었어요. 엄마 나라 언어를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효과적이었어요. 



Q. 동화책 선정은 어떻게? 


A. 전래동화는 그 나라 문화를 듬뿍 담고 있어요. 반복어구가 많고 쉽죠. 처음엔 각 나라에서 공수해 오려고 했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공산권이라 전래 동화책이 거의 없었어요. 동화책을 구해도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읽기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게 된 거예요. 



Q.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A. 처음에 가족 설득이 힘들었어요. 한국말 잘 하는 게 중요하지 왜 엄마 나라 말을 가르치느냐, 반대도 많았어요. 한 가정 한 가정 찾아가며 설득했죠. 글로벌 시대에 두 나라 말과 문화를 이해하는 게 아이에게 경쟁력이 된다고요. 아빠들도 아이가 변하는 걸 직접 보게 됐어요. 유치원에서 굉장히 소심했던 아이가 동화책 읽기를 한 뒤 베트남어로 노래도 하고, 또 또래 아이들이 부러워하고요. 나중엔 아빠들도 한국말 쪽은 자기가 읽어주겠다고 나서기도 했죠. 



Q. 뿌듯한 점은? 


A. 다문화 가정의 엄마와 아이들이 엄마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된 점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점을 바꾼 게 가장 뿌듯해요. 수혜의 대상에서 강점을 가진 가정으로요.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