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38호
농어촌 아이들 ‘삶의 질’ 열악...도시와 큰 격차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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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아이들 '삶의 질' 열악...도시와 큰 격차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사회복지연구소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연구 발표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사회복지연구소는 2012년부터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 를 해왔습니다. 16개 시도에서 8개 영역에 걸쳐 조사해 보니, 농어촌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도시와 격차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중학교 입학하며 아이들 행복도가 ‘뚝’ 추락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왜 일까요? 지난 8월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아동의 삶의 질 3차년도 연구발표회를 열었습니다.


황경완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 여성청소년과장이 눈물을 떨군 까닭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방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왜 우리 지역 아이들 삶의 질이 떨어지는지...” 12일 연구발표회 발제자로 나온 황경완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 여성청소년과장, 목이 멨습니다. 

16개 시도에서 주관적 행복감 등 8개 영역 점수를 종합해 ‘아동 삶의 질(well-being)’수준을 조사한 결과, 서울과 6개 광역시가 1~7위 상위권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특히 8개 각 영역별로도 대부분 대도시가 농어촌을 앞질렀습니다. ‘삶의 질’ 조사는 2012년 이후 세 번째로, 그간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도농간 격차가 올해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16개 시도 아동 초3, 초5, 중1 등 총 8,685명을 설문 조사한 연구에서 대구, 울산, 부산, 대전, 서울, 인천 아동은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경북, 경남, 충남, 충북, 전남, 전북은 낮았습니다. “2012년 이후 세 차례 조사 동안 지역 순위 변동이 있었지만 상위권과 하위권에 속하는 지역은 안정적이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아동 삶의 질 종합지수(child well-being composite index)는 건강, 주관적 행복감, 아동의 관계, 물질적 상황, 위험과 안전, 교육, 주거환경, 바람직한 인성 등 8개 영역, 46개 지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종합지수 상위권 시도들은 8개 영역 대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하위권 시도들은 8개 영역 대부분에서 좋지 않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아동 삶의 질 격차가 다차원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해소하려면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편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아동의 삶의 질 부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동에게 동등한 출발선을”...중앙 정부가 나서야

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복지 예산 비중과 아동 삶의 질 지수를 비교해 보니, 비교적 높은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더 가난한 지자체에 사는 아이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겁니다. 실제로 하위권을 차지한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2016년 현재 22.4%로 9개도 평균인 35.9%보다 13% 이상 낮습니다. 산업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아동 삶의 질은 아동복지 투자여력과 큰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책임 연구자인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에게 동등한 출발선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아동 삶의 질 격차를 줄이려면 중앙정부의 아동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아동 삶의 질 수준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그대로입니다. 이봉주 교수는 “아동 삶의 질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특단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동행복도 국제 비교 (“전반적으로 지난 2주간 얼마나 행복했습니까?”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0은 매우 행복하지 않음, 10은 매우 행복함을 의미함. 각 국가별 평균)


“생기부 인생을 아시나요?” 중학생 행복도 ‘뚝’

“중학생부터는 생활기록부에 잘 기록되기 위한 생기부 인생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생기부 인생을 사는 우리들은 절대적으로 자유시간이 부족합니다. 항상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일 덜 급하고 점수화 되지 않을 일들이 가장 먼저 저희들의 인생에서 지워집니다. 어쩌면 행복은 지워진 일들 속에 있었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토론회 발제자 위지오(청심국제중학교 2학년) 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2014-2015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ISCWeB)에서 루마니아, 스페인 등 12개 나라 만 8살, 10살, 12살 아동의 행복감을 비교해 보니, 한국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을 뿐 아니라, 만 10살에서 12살로 넘어가면서 행복감이 떨어지는 폭이 가장 컸습니다. 왜 일까요? 연구진은 2016년 2월, 전국 6개 시도에서 중학교 1학년 46명을 직접 면담해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되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무언가를 찾을 수가 없는,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는 거”(경기 H)

대부분 인터뷰 대상 중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보다 학업 시간이 늘어나 자유로운 시간이 줄어든 점을 부정적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음..그런데 말하는 시간이 줄어드니까....말로 풀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화 더 내는 거 같고”(대구 D)

대부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한 행복의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 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절대적 시간이 줄고 부모님이 학업에 대해서만 궁금해 하다 보니 대화가 줄고 사이가 나빠졌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가려면 성적이 좋아야 하니까...수능 이런 걸 알게 되고, 내가 어느 정도 해야 한다 뭐 이런 걸 알게 되니까.”(대구 A)

특히 인터뷰 대상 중학생들이 느끼는 학업 스트레스는 외부 압박에서만 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자신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원하는 삶을 살려면 공부를 잘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경쟁과 취업난을 반영하는 의견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각자의 능력을 찾아주는 걸 도와줬으면 좋겠고...공부만 중요시 않고 여러 가지 직업도 늘려주고..”(강원 B) 

아이들은 자신들이 더 행복해지는 방안으로 여가 보장뿐 아니라, 공부 외에도 적성과 관심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판 갈아야 vs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연구에 참여한 안재진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진로와 연계될 수 있는 자유학기제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어떤 일이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사회적,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지원센터 소장은 “삶의 질이 높지 않은 사회에서 삶의 질이 높은 아동•청소년기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중학생의 행복감은 한국 사회 전체 문제와 연결된 것이기에 ‘판’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인데요.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다 바꾸자고 하면 순환논리에 빠져 아무것도 바꿀 수 없게 된다.”며 “이명박 정부 때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로 고교가 서열화 돼 중학생 입시 부담이 상당히 크니 이것부터 바꾸자.”고 주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토론자 문건일 학생(서신중학교 1학년)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하고 돈도 열심히 벌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욕심으로만 

간다면 우리 중학생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행복함을 모르고 계속 불만과 걱정 속에서 

살 것입니다.”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