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40호
[세계의 현장에서] 한 어머니의 꿈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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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머니의 꿈



모든 부모는 자녀가 자기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최고의 의료시스템, 양질의 교육, 좋은 장난감, 더 많은 기회. 우리가 갖지 못한 모든 걸 아이가 가지길 바라죠. 그리고 우리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동네에서 제일 좋은 병원으로 달려가고,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밤새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올리지 못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것들을 우리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번 상상해보세요. 아이가 다음 끼니를 때우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한 어머니를. 다음 날 아침에 뜬 태양이 아이를 빼앗아 갈까 걱정 하며 잠 못 이루는 어머니. 몇 년간 바라온 가장 큰 소망이 아이가 살아남는 것인 어머니.


이 어머니는 해 질 녘이 되어야 작렬하는 태양으로부터 아이가 안전해졌다고 안심합니다. 천장도 없는 집에 누워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내일 아침에는 희망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어머니는 밤이면 향기로운 꽃들과 잘 익은 과일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꿈꿉니다. 그 정원엔 개울이 넘쳐흐르고 새들이 지저귀 겠죠. 또, 아이는 예쁜 옷을 차려입고 환한 얼굴로 날아다니는 나비를 쫓을 겁니다. 킥킥대며 장난치던 아이가 놀다 지쳐 집으로 돌아와 “밥 주세요.” 하고 외치면, 가장 맛있는 요리를 차려줄 것입니다. 그러나 아침이면 어머니는 무자비하게 타오르는 태양에 그슬리는또 다른 하루를 마주하고 새벽에 꿈꿨던 희망은 곧 사라져 버립니다.


그녀는 건조한 땅 위로 오르는 먼지를 속절없이 바라보고 굶주린 아이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아이는 이제 배고프다고 불평하지도 않습 니다. 밥을 달라고 말할 때마다 볼 수 있는 것은 엄마의 눈에 맺히는 눈물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어머니는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자신과 아이가 오늘 하루를 잘 버티고, 아직 오지 않은 가혹한 나날들을 견딜 수 있기를 조용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갈라진 땅을 바라보며 몇 년 전 그녀와 같은 어머니들이 물과 음식이 없어 이 황량한 토지에 자기 아이들을 버려 야만 했던 것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떱니다.


이 절박한 상황을 상상할 수 있나요? 기근이 임박해오는 소말리아. 제가 만난 소말리아 어머니들은 매일 매 순간 이와 같은 감정의 터널을 지납니다. 그들은 매일매일 살고 또 죽습니다.


정치 이데올로기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인간의 가치가 약해지는 이시대에 인도적지원 활동가로 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어머니들의 역경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의 눈을 바라보고 희망을 약속할 때마다 죄책감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세상 그 어떤 아이도 예방 가능한 이유로 죽어서는 안 되기에 저는 계속해서 약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동아프리카의 어머니와 아이들이 이 끔찍한 시기를 견뎌 낼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을 도울 사람이 아직 많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가뭄과 내전의 결과로 소말리아 등 6개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들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산 누르 Hassan Noor (세이브더칠드런 소말리아 사무소장)

번역 및 정리 김도화(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