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45호
[인터뷰] 100일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걸어온 길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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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0일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걸어온 길
- 정태영 신임 사무총장 인터뷰





다들 의외라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대우증권에서 30년, 대신증권에서 3년, 도합 33년을 증권업계에서 일하다 올해 3월 세이브더칠드런을 이끌게 된 정태영 사무총장의 이야기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새로운 곳을 만나 적응하기까지 매일이 숙제이고 시험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잔뜩 쌓이고 있다’는 그를 보면 ‘세이브더칠드런에 온 것이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는 그의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는 정태영 사무총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일 거 같은데요. 어떻게 세이브더칠드런에 올 생각을 하게 됐나요?


A 젊었을 때는 일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급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지요. 다행히 치료를 잘 받고 완치를 했지만 그때 이후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요. 


지난해 말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상을 치르는 중에 지인으로부터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사무총장을 뽑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다른 날이었다면 그냥 흘려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날은 ‘어머니가 주신 마지막 선물’인 것 같아서 꼭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과 인연이 닿은 것은 그게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금융업이라고 하면 ‘아이들’, ‘구호사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딴 세상일 거 같지만 다행히 전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체코 등지에서 일하며 다른 세상을 보고 경험할 기회가 있었어요.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구걸하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죠. 


최근에는 아프리카 남수단 아이들을 돕는 단체에서 재무 자문으로 일하기도 했어요. 제가 하는 일이 숫자를 다루는 일이다 보니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구호사업에서 후원금의 흐름, 재무에 대해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당시에는 몰랐지만, 제가 살면서 경험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이 결국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홍콩에서 세이브더칠드런 전 세계 회원국을 만나고 왔는데요.


A 사흘 하고도 반나절을 숙소에 갇혀서 회의만 하다 왔어요. (웃음) 모두 굉장히 열정적이라는 것이 첫 번째 느낌이었어요. 이건 국내 지부와 시설을 돌며 만난 직원들한테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기도 해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그 자부심만큼이나 열의를 갖고 일하고 있다는 거요. 전 세계에 흩어져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모여 연대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잘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아 나도 이곳의 일원이 되었구나’ 자부심이 생기면서 ‘이들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각오도 하게 됐죠.



Q 세이브더칠드런 혹은 비영리단체라는 곳에 대한 나름의 기대나 생각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일해보니까 어떤가요?


A ‘아이들의 권리를 실현한다’는 가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운영과 관리, 즉 조직운영과 모금이 정확히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가장 큰 깨달음이에요. 


NGO에서 일한다는 건 내가 가진 가치와 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하나로 모아져야 되는 일인 것 같아요. 일반 기업하고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죠. 


직원들 하나하나가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인사 같은 조직운영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사무총장으로서 제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금융계에서 쌓아온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것도 그 지점이라고 생각하나요?


A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법인 등 다양한 조직을 거쳤어요. 다채로운 배경,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일한 경험이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요.


금융은 기본적으로 신뢰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곳이에요. 신뢰가 없는 곳에 자신의 ‘돈’을 맡길 사람은 없거든요.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금을 잘 운영하는 일은 지난 30여 년간 체화한,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예요. 투자금과 후원금은 기본적으로 다르죠. 하지만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고 후원자들이 원하는 곳에 제대로 잘 써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기도 해요.


‘후원금이 잘 사용될것인지’를 우려하는 후원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후원자 분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후원금을 잘 관리하고, 내 돈이 꼭 필요한 곳에 낭비되지 않고 잘 쓰이고 있다는 믿음을 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Q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이루고 싶은 것과도 연결될 것 같은데요.


A 세이브더칠드런은 지금도 굉장히 좋은 NGO라고 생각해요. 100년에 걸쳐, 전 세계에서 쌓아온 경험이 있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두려움 없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창립자로부터 내려오는 뜨거운 정신도 있고요. 지금도 충분히 좋지만, 여기서 더 좋아지는 단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 제 목표예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첫째로는 ‘전 세계 아이들의 권리를 실현하는 일’을 가장 적합하고 올바른 형태로 하는 단체가 되는 것이고 둘째로는 후원자들로부터 가장 믿을만한 단체로 인식되는 것이에요. 물론 직원들이 주위에 ‘우리 회사에서 함께 일하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 중 하나이고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총장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왔을 때 스스로 ‘내 역할을 잘 마무리 지었구나’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후회를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만족감이 더 큰 그런 삶이요. 이런 꿈이 지금 제 삶의 구체적인 형태로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는 것으로 실현되고 있고요. 


세이브더칠드런의 가치에 동의를 하고 ‘이 가치에 보탬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합류했으니 더 좋은 세이브더칠드런이 되는 일에 제 역할을 다하는 것, 당분간은 그 일에 전념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주요경력


2018~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CEO
2015~2017 대신증권부사장(IB사업단장)
1985~2015 대우증권 전략기획본부장, 해외사업부문대표, IB사업부문대표, 파생상품본부장, UzDaewooBank 은행장, Daewoo Bank Hungary 이사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박영의 |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