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46호
[인터뷰] 오준 신임 이사장 “열린 마음과 도전정신으로 아동권리 증진에 힘쓰겠습니다”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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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가 새로운 이사장을 맞이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아무나(anybodies)가 아닙니다’로 시작하는 명연설로 잘 알려진 오준 전 유엔(UN)대사입니다.

외교관 이후의 삶은 시민사회단체에서 펼치겠다는 꿈을 오랫동안 품어왔다는 오준 이사장. 그를 만나 38년 외교관으로서의 경험과 세이브더칠드런에서의 포부를 들어보았습니다.

글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박영의



Q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을 맡으신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A 외교관 시절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이 10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민간 구호단체 중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2017년 외교부에서 퇴직한 후 주로 장애인권과 관련한 시민단체활동을 해왔어요. 아동 역시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이고 인류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존재이죠. 아동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세이브더칠드런에 합류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이사로 활동하다 7월 이사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Q 외교관 시절부터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번 밝히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거창한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단지 살아오면서 인류의 역사 발전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나눔과 공유라고 생각해 왔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지요.

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제일 처음 불을 쓰기 시작한 건 140만 년 전이라고 해요. 그때 야생의 불을 동굴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제일 처음 깨달은 한 명의 선조가 있었겠죠. 그런데 그 사람이 요령을 자기만 알고 남들과 공유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인류는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불의 사용을 새로이 발견해야 했을 것이고 역사 진전도 더뎠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살면서 얻게 된 모든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외교관으로 30년 이상 일한 저에게는 대학강의나 시민단체활동이 제일 적합한 일이라고 판단했죠. (오준 이사장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에서 교수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Q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 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세이브더칠드런이 단순히 구호활동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인식개선 같은 옹호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뿌듯했어요. 이런 활동들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유튜브 운영자를 고발해 책임 규명이 될 수 있도록 한 활동이 좋은 사례예요. 흔히 시민단체들은 대립적인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우려해 옹호활동이 소극적인 차원에 그치기 쉬운데, 아동 보호에 있어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경우 용기를 갖고 명확히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취임사에서도 강조했지만, 시민단체에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지금까지 보아온 세이브더칠드런은 그러한 면에서 대체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활동의 규모가 커질수록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스스로를 감시하고 독려하는 노력이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NGO 활동가, 외교관 등으로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 저는 어릴 때 의문이 많았어요. 어른들에게 계속 질문을 했고, 무슨 일이든 보면 이유를 알고 싶어 했어요. 어떤 때는 남의 일에 참견한다는 핀잔을 듣고 ‘나는 왜 이렇게 궁금한 일이 많을까?’ 고민하기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생 시절에 아버지의 공책 겉장에서 ‘quest is always right’라는 글귀를 보게 됐어요. 당시 ‘탐구는 항상 옳다’라고 번역했는데, 그때 이후 모든 일에 궁금증을 갖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됐죠.


우리 모두의 젊은 시절을 특징짓는 건 ‘불확실성’이라고 생각해요.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롤모델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는 시기가 되기 쉽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불확실’은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저 자신도 젊었을 때 불확실성을 불편함으로 알고 살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왜 불확실성을 좀 더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확실성을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러기 위해 열린 마음과 탐구하는 자세를 갖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훨씬 더 편안하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거든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세이브더칠드런을 포함해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후원 확보나 사업 확대에 있어 다소 과도한 경쟁을 보일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들 단체 간에도 공정한 경쟁은 필요하지만, 시민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를 생각한다면 경쟁보다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체 간 협의체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협력을 늘려나가고, 광고나 후원 확보 경쟁에서도 시민단체다운 원칙과 윤리를 지켜나가겠습니다.



주요경력
2018. 7월~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2018. 2월 평창 동계 패럴림픽 홍보대사
2017. 3월~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2013~16 주 유엔 대사
2015~16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의장 / 세계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