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46호
[기획특집 Ⅰ] 한국 아동 삶의 질 “대도시와 도지역 간 격차 커”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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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하면 되는 나이에 무슨 걱정이 있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성공한 어른이 되기 위해 행복을 미루고 학업에만 열중하면 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정말 그럴까요?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지금의 행복’에 무심한 사이, 한국 아이들의 ‘삶의 질’격차는 지역별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른들이 공부만 강조하느라 아이들은 여가 시간이 있어도 제대로 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진행한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에 담긴 2018년, 한국 아이들의 삶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박영의 | 사진 김흥구



대도시와 도지역 격차 지속
올해 네 번째로 진행된 ‘삶의 질’ 연구에서 부산, 세종, 대전, 대구 등 대도시 아이들의 행복도가 높은 반면, 경북, 충남, 전남 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지역 간 격차는 2012년 1차 조사부터 올해까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기도 합니다.


아동 삶의 질 종합지수는 전국 17개 시도 초3, 초5, 중1 아동 총 9,917명과 그 학부모를 설문 조사해 건강, 주관적 행복감, 아동의 관계, 물질적 상황, 위험과 안전, 교육, 주거환경, 바람직한 인성 등 8개 영역 46개 상세 지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출되었습니다.




연구 결과는 8월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영역별 순위를 본 결과, 상위권 지역은 8개 영역 대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하위권 지역은 대부분 영역에서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지역 간 격차가 다방면에 걸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다만 지난 조사에서 16위로 최하위였던 전북은 이번 조사에서 서울, 경기에 이어 8위로 약진해 지역사회의 노력에 따라 아동의 삶의 질도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전북교육청 이승일 정책공보담당관은 취약가정아동 학습과 여가 지원, 방과 후 학교 놀이프로그램 도입, 고입선발시험 폐지 등 아이들의 행복도 증진을 위해 전북교육청이 펼친 노력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아동 삶의 질 전국 꼴찌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고 다양한 정책을 고민하고 시행했다”며 “아이들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에 집중한 결과 맞춤형 정책을 펼칠 수 있었고 이러한 노력이 이번 삶의 질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학생 “잠깐의 휴식에도 불안하고 죄책감 느껴
“학원에서는 지루하긴 한데 그래도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요. 핸드폰 하면 너무 노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고…” 연구에 참여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2016년 17개국을 대상으로 한 <아동 삶의 질 국제비교조사>에서 한국의 중 1 아이들은 시간 사용과 자유시간 만족도에서 최하위를 보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심층 조사하기 위해 중학교 2학년 학생 36명에게 시간 사용과 자유시간 만족도를 묻는 초점집단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학업에 쓰는 시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조사에 참여한 거의 모든 학생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부와 스펙 쌓기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간혹 학업을 게을리하거나 몇 시간 휴대폰을 사용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또, 대도시 지역 아이들은 학원에 가거나 자기 주도 학습시간이 많고 핸드폰 등 미디어 사용 시간은 적은 반면, 도지역 아이들은 일상 대부분을 미디어 사용에 써, 자유시간 사용도 지역에 따라 양극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포지엄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안재진 교수(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학업이 최우선이고 여가는 시간 낭비라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놀이의 가치를 인식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여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박현선 교수(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는 “공부하는 아이들은 물론 노는 아이들도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한국 아이들의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며 “도지역 아이들의 자유시간이 높게 나타난 것은 방임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에 지역 간 자유시간 사용 양극화에 대한 좀 더 면밀한 조사와 함께 방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강조했습니다.


연구진은 아이들의 시간 사용과 자유시간 만족도 증진을 위해 △청소년의 여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 △시간 사용에 대한 아동의 결정권 증대 △청소년의 여가 인프라 확대 등을 제안했습니다.


한편,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연구는 국제아동지표 연구그룹인 Children’s Worlds가 수행하고 Jacobs Foundation이 지원하는 국제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 17개 시도의 행복감 비교 연구에 이어 내년에는 30개국의 국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적 시각에서 한국 아동의 삶의 질과 행복도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