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48호
[기획특집]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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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은 설립 100주년을 맞이해 아동을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시선을 바로잡고자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 100가지’를 선정했습니다. 상처받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인지 아이들이 직접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한국화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엄마 아들 하고 싶어서요

7살 민호(가명)는 ‘이렇게 행동하면 엄마 아들 아니야’라는 말이 슬프다고 합니다. 왜냐고 물어보니 망설이다가 배시시 웃으며 “엄마 아들 하고 싶어서요”라고 수줍게 대답했습니다. 코끝이 찡했습니다. 아무리 다정한 목소리로 훈계하더라도 엄마 아들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은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나 봅니다. “그 말이 상처가 될 줄은…” 멀리서 이야기를 듣는 민호 어머니도 괜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씩 웃으며 속상했던 순간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이들의 한마디가 어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처럼, 바빠서, 화가 나서 무심코 내뱉는 어른들의 한 마디가 아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겠지요.



상처가 될 줄은 몰랐어요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은 모두 처음에는 어떤 말에 아이가 상처받았을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민지(가명)어머니, 이정희 씨도 처음에는 그림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평소에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하려고 많이 노력하는데요…” 하지만 그림 뒷면에 민지가 적어놓은 말을 본 후 정희 씨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그 말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상처가 될 줄은 몰랐어요. 이 그림을 보니까 제가 하나, 둘 숫자를 외칠 때마다 아이 마음이 어땠을지…” 민지가 상처받은 말은 ‘셋 셀 때까지 해!’였습니다. 정희 씨는 다시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 그림 속 뾰족한 눈이 마음을 찌르는 것 같아 결국 참았던 눈물이 가득 고이고 말았습니다. 바깥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민지에게 왜 그 말이 상처를 주는지 물어봤습니다. “엄마가 하나, 둘 숫자를 세기 시작하면 마음이 떨려요. 혼날까 봐요”


상상만 해도 목이 메는 기분

8살 소미(가명)는 자기 이름 대신 ‘야!’라고 부르는 아빠의 말에, 6살 진하(가명)는 ‘이제 (장난감) 너 혼자 치워’라는 엄마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한숨과 나무라는 눈빛, 차가운 말투에도 아이들은 움츠러들었습니다. 벽에 걸린 아이들의 그림에는 어두운 배경에 울고 있는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아이도 어른과 똑같이 상처받는 사람이라고 아이들의 그림이 계속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무심코 한 말이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생각한다면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말과 표정, 눈빛이 달라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