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154호
[포토에세이] 하필이면 그 아이가 손을 들었지요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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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손을 들어서 할 수 없이 기회를 주었어요. “더더더더…… 드드드드…….” 하지만 입에서 말은 잘 안 나오고 이마에선 땀이 나고 얼굴까지 새빨개지고……. 나는 인내심이 바닥나서 말했어요. “찬경아, 생각이 좀 정리되면 발표하겠니?” 그 아이는 순순히 자리에 앉았어요. 하지만 다시 손을 들기를 여러 번. 나는 내 발표 수업을 그 아이가 망칠까 봐 조마조마했지요. 치미는 짜증과 염려를 억누르며 억지 미소를 짓고 무사히 수업을 마쳤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가 헐레벌떡 달려왔어요. 그러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지요. “찬경이는 늘 말하기를 꺼리고, 사람 많은 데서는 더더욱 입을 열지 않는데……. 오늘은 몇 번씩이나 손을 들고 어떻게든 자기 생각을 말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가슴이 벅차오르고 기쁘던지…….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 찬경이네 학교 사회 선생님 조은수, 『병하의 고민』, (한울림스페셜, 2017)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