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154호
[알아보기] 불안한 나를 다독이는 중입니다
20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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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발표한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장애아동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발달장애 아동 수가 지난 5년간 4234명이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아동이 늘어난 만큼 장애아동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도 성장했을까요?

모든 장애가 눈에 보이는 건 아니에요.

신체·인지·지적능력과 정신·감각·발달영역이 손상돼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 데 기능적 제한이 생기는 것을 장애라고 해요. 태어나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고 일상 속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죠. 일반적으로 ‘장애’ 하면 대부분 ‘시각’, ‘촉각’, ‘청각’ 장애처럼 신체적으로 기능이 제한된 신체장애를 떠올리지만 모든 장애가 눈에 보이는 건 아니에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발달장애도 있어요.


천천히 세상을 배우는 아이

발달장애를 간략하게 두 유형으로 구분하면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로 나뉘어요. 자폐성장애는 고집스럽게 행동하거나 특정한 것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대요. 가끔 자신만 알 수 있는 언어를 쓰거나 일정한 행동을 버릇처럼 반복하는데 이것을 상동행동이라고 해요. 지적장애는 기억, 주의집중, 학습, 추리, 문제해결 등에 어려움을 느껴요. 하지만 인간의 지적 능력은 교육과 훈련에 의해 발달하기 때문에 지적장애아동도 꾸준히 단순 반복 연습하면 학습이 가능해요.


참고자료 | 국립특수교육원 『장애영유아 양육 가이드북』(2016) /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통계연보』(2015, 2019, 2020)


“내 이름은 혜무입니다”

내 이름은 혜무입니다. 나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예요. 선생님이 그러는데 발달장애는 내가 가진 개성이래요. 사람들마다 성격이 모두 다른 거랑 똑같은 거래요.


나는 아주 작은 소리도 엄청 크게 들려요. 형광등에서도 ‘찌르르~ 찌르~윙~윙~’ 소리가 들리고 시계에서도 ‘우르르 쾅쾅’ 번개 소리가 들려요. 저번에는 엄마, 아빠랑 전철에 탔는데 “이번 역은… 우르르 쾅쾅” 귀에서 불이 나는 거예요. 이런 참기 힘든 자극들이 쌓였다가 나에게 엄청난 괴로움을 줄 때가 있어요. 이럴 때 나는 손을 막 비비거든요. 이걸 상동행동이라고 한대요. 길에서 우연히 상동행동을 하는 나를 만나면 고통스러운 외부자극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불안한 나를 다독이는 중이라고요. 


어떤 친구들은 후각이나 촉각에 예민해요. 같은 반 친구 영주는 가끔 한겨울에도 교실에서 맨발로 뛰어다녀요. 양말이 피부에 닿을 때 그 느낌이 싫대요. 희준이는 형광등이나 전등이 많은 곳에선 조금도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요. 갑자기 눈이 너무 아프대요. 


만약 내가 평소보다 더 심한 자극을 받는다면 분노발작을 일으켜요.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든지, 어른에게 부당한 일을 겪었다든지, 감각이 과하게 예민해졌을 때요. 분노발작이 일어나면 몸을 흔들어대며 집안을 뛰어다니는데 나도 굉장히 무섭고 힘들어요. 내가 평소에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함부로 짜증을 내진 않아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여러분도 아프고 예민할 때 있잖아요. 


나에게 말을 걸 때는 가까이 다가와 알기 쉽게 말해주세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하거나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면 나에겐 “&익*:-D @@혜무(--)(__)(--)쾅 ^^b (:" 이렇게 들려요. “혜무야 색연필은 책상에 놓고 영주 만나러 가자” 이렇게 말해주면 금방 알아듣고 다음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요. 


난 누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요. 돌려서 하는 말, 비꼬는 말, 비유, 은유 이런 거 몰라요. 나에게 아무리 농담을 해도 웃어주지 못해요. 내 사랑스러운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고 어설픈 농담이나 속담을 나에게 말하지 마세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을 들으면 난 돼지가 어디 있는지, 돼지 목은 어디 있는지, 진주 목걸이는 도대체 뭔지 어리둥절할 거예요. 


내가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놀고 싶지 않아 교실에 혼자 남아 있는 게 아니에요. 애들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방법도 같이 어울리는 방법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나도 시작과 끝이 확실하게 정해진 놀이를 할 때는 최선을 다해요. 학교에 나와 함께 놀아주는 친구가 있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예전에 교실에서 짝꿍이 넘어지는 걸 보고 큰 소리로 웃은 적이 있어요. 그때 재미있어서 웃은 게 아니고 처음 겪은 일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어요. 다음에도 내가 웃으면 “이럴 땐 ‘괜찮니?’ 하고 물어보는 거야”라고 나에게 알려주세요. 이렇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정말 고마울 거예요.


참고자료 | “내 이름은 혜무입니다”는 한울림스페셜 『자폐 어린이가 꼭 알려주고 싶은 열 가지』(2016)에서 발췌하여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