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봄호(159호)
부모의 역할이 처음인 당신에게,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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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민법 제915조, 일명 징계권이라 불리던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이 조항은 지난 60년 동안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동을 체벌하거나 심지어 학대하는 가해자들의 명분이 되어왔습니다.

징계권 삭제로 일부에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때리지 않고 어떻게 가르치나’, ‘따끔하게 혼내지 않고 오냐오냐 하면 아이가 제멋대로 자란다’며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들 속에는 대부분 ‘사랑하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어떻게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가 부모는 처음이기에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이 맞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육아 커뮤니티는 아이에게 화를 낸 부모의 반성과 미안함의 눈물이 담긴 글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역할은 처음일지라도 우리 모두는 한때 아이였고, 체벌이 우리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지 않았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어릴 적 잘못된 일을 저질렀을 때, 부모님의 따끔한 훈계가 더이상 나쁜 길로 가지 않게끔 하는 방향키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벌이 없었더라도 부모님의 따뜻한 관심과 말,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함께 대안을 찾아본 시간들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과 캐나다 마니토바 대학의 조안 듀랜트 박사가 개발한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비폭력 양육법을 담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대부분 양육을 시작하는 동시에 양육에 대해 배웁니다. 이 책은 ‘배우는 이’들에게 아이의 권리를 존중하는 관점에서 실천 방법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는 주장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이를 존중하며 가르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아이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가르치는 방법입니다.

사실 요즘 서점가에는 자녀교육을 위한 책이 많습니다. 아이와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화가 나는 상황 속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은지와 같이 방황하는 부모들을 위한 지침서나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 방법들이 눈에 띕니다. 한편 이 책은 아동의 발달 원리를 기반으로, 아이에게 따뜻함을 제공하는 방법과 아이가 깨닫고 행동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과정을 체크리스트와 함께 제공합니다. 아이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부모교육서인 셈이죠.

저자는 ‘긍정적’이란 것이 자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허용하는 관대한 훈육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는 부모의 기대치나 규칙, 제한에 대해 명확하게 의사소통하고, 자녀와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합니다. 나아가 아동의 나이나 기질,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며, 자녀의 자제력을 길러줄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게 해주는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0개국에서 9주 간의 부모 프로그램으로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각 나라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기대하는 바나 양육에서 겪는 어려움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아이와 좋은 유대감을 가지며, 예의와 비폭력, 이해심, 자기 존중, 인권과 다른 이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길 원하는 모든 부모와 예비 부모들은 물론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보육교사나 유치원교사, 가족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도 권합니다.

커뮤니케이션부문 나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