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봄호(159호)
금쪽같은 내새끼 다시보기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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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당황하거나 너무 힘들 때 많은 아이들이 그래요. 아이들은 누구라도 저절로 되는 것은 없어요.”
채널A의 예능프로그램 <금쪽같은 내새끼> 55회에서 전문가는 아이들의 신호를 잘 읽어내고 이해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도 슬픔과 상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자신의 기질대로 세상을 탐험하고 바라보는 온전한 인간인 것이죠.

어린시절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채 부모가 된 사람들은 자신의 자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습니다. 자해나 폭언, 공격,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인데요. 바로 금쪽이들의 신호입니다. <금쪽같은 내새끼>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보람과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분명 어려움도 있다는 위로를 건네며 양육의 긴 여정 속에서 아동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러나 세이브더칠드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방송분의 디지털 콘텐츠를 배포한 채널A와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대한 심의를 신청했습니다. 영상 클립 제목에 아동을 성적 대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선의의 목적이 있더라도 아동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6조와 제19조에 따라 아동은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고 자신의 명예에 위법적인 공격을 받지 않으며,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지닙니다.

미디어학자 케이트 아이크혼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간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은 잊고, 잊혀야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라며, 디지털 기술로 사람들의 유년기가 사진과 영상으로 남아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아동이 누군가의 시선에 매이지 않고 다양한 정체성을 찾는 기간을 거쳐야 자신의 고유한 사회적 역할과 자아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육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동의 기록은 낯선 타인에 의해 공유되고, 영원히 삭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가족은 이 기록 때문에 온라인을 넘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공격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와 보호자가 동의했더라도 방송 내용이 아이의 미래를 훼손하지 않도록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25’에서 아동의 프라이버시가 ‘아동이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며 존엄과 안전을 보장받고, 권리를 행사하는 데 중심이 된다’고 말하며, ‘모든 관련 기관들을 비롯해 아동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모든 곳에서 아동의 사생활이 존중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입법적, 행정적, 그리고 기타의 조치를 모두 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중요한 부모의 의무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양육자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아니라 국가가 적절한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일입니다. 부모 혼자서 양육의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전체가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개적인 방송 출연까지 고심했을 양육자의 상황을 한 가정의 이야기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같은 프로그램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 ‘양육은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연대와 국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글 권리옹호부문 아동권리정책팀장 강미정

권리옹호부문 아동권리정책팀장 강미정